직무 요건 갖췄는데 장애 이유로 탈락? '고용상 차별'

인권위 “중·경증으로 직무 적합성 판단은 차별” 인권교육, 직무 세부 기술서 첨부 등 재발방지 주문

2015-03-05     갈홍식 기자

중증장애인 입사지원자가 직무에 지원할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채용 과정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장애가 심하다는 이유로 탈락시킨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결정이 나왔다.

취업 준비생인 민아무개 씨(32)는 퇴행성 근육병이 있는 지체장애 2급으로, ㄱ 기관의 ‘2013년 하반기 정기공채-사회 형평적 채용’ 보험심사 분야에 지원했다. 당시 해당 기관에서는 응시 자격 기준을 두지 않고 서류심사도 일정 자격 요건만 충족하면 전원 면접에 응시할 수 있다고 공고문에 명시했다.

그러나 민 씨는 자격 요건을 갖춰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서류심사 과정에서 탈락했다. 이에 민 씨는 ㄱ 기관에서 중증장애를 이유로 자신을 차별한 것이라며 2013년 11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후 인권위 조사 결과 ㄱ 기관의 서류심사 위원들은 지원자들의 장애인증명서에 기재된 장애등급 및 유형으로 직무 적합성을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들은 장애등급이 높을수록 직무 적합성에 낮은 점수를 매겼고, 사고력, 표현력, 적극성 등 다른 능력들도 이와 연계해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이에 공채에 응시한 장애등급 1급~4급 지원자 50명 전원이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ㄱ 기관은 “해당 업무가 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의 적정 보험금을 산정하고, 보험금 발생사고 시 의료기관 방문 및 고객 면담 등을 통해 보험금 지급 적합성을 판단해야 하는 업무로, 중증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업무수행이 어려운 장애를 가진 자는 사실상 업무수행이 불가하다”고 해명했다. 또한 “장애인 지원자 120여 명 전원에게 면접을 진행할 경우 다수의 장애인에게 민원을 야기할 수 있으며, 예산 낭비의 문제까지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진정인이 지원한 분야는 장애인들만 지원할 수 있는 분야다. 보험심사 업무는 청약심사, 지급심사 등 내근을 주로 하는 업무로써 휠체어 사용 및 하지 보행 장애 등 중증 장애가 있더라도 업무수행이 가능하다.”며 “장애 등급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심사 직무에 대한 적합도가 낮다고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ㄱ 기관의 행위가 “장애 등급이 낮다고 해서 해당 직무에 대한 적합도가 높다고 볼 수 없음에도 지원자의 직무 적합성 여부를 지원자의 직무 관련 지식 및 경력 등에 대한 판단 없이 장애의 중증 또는 경증 여부로만 판단한 것은 장애를 이유로 한 고용상의 차별”이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 10조 1항을 위반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고용상 차별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ㄱ 기관장에게 장애인 차별 금지에 대한 인권교육을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장애인 지원자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직원 채용 공고에 채용할 직무에 관한 세부 기술서를 첨부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