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전 아기에게 ‘생존 부적합’이란 표현 안 돼”
보수 기독교계 ‘프로라이프’ 단체, 유엔 인권이사회서 캠페인 예정 ‘출산 전후 돌봄에 대한 제네바 선언’ 요구
보수적 성향의 낙태 반대운동(Pro-Life, 프로라이프) 단체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 28차 회의에서 태아에게 ‘생존 부적합’(incompatible with life)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라이프뉴스(www.lifenews.com), 크리스천 인스티튜트(www.christian.org.uk)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일랜드에 근거지를 둔 ‘에브리 라이프 카운츠’(Every Life Counts)라는 프로라이프 운동 단체는 오는 11일 유엔 인권이사회 28차 회의가 열리는 제네바에서 별도의 컨퍼런스를 열고 인권이사회 당사국들이 이 표현을 쓰지 않기로 결의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생존 부적합’(incompatible with life)이라는 말은 출생 전 태아에 대한 산부인과 검사에서 아이가 출생 전후로 사망할 위험이 높거나, 만약 생존하더라도 오래 못살 것이라고 예상될 때 의사들이 쓰는 표현이다. 이에 대해 ‘에브리 라이프 카운츠’는 이 표현은 정확한 의료적 진단명이 아니라며, 이 표현의 사용으로 인해 장애를 가진 태아에게 최선의 양육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는 등 심각한 차별이 야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출산 전후 돌봄에 대한 제네바 선언’(the Geneva Declaration on Perinatal Care) 초안을 마련해, 11일 인권이사회 당사국의 대사들에게 전달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당사국은 다른 아동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장애아동의 모든 인권 및 기본적인 자유의 완전한 향유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제7조 장애아동)라고 명시한 점, 그리고 유엔아동권리협약 전문(前文)에서 “아동은 출생 이전부터 아동기를 마칠 때까지 적절한 법적 보호를 비롯해 특별한 보호와 배려가 필요하다”라고 명시된 점을 들어, ‘생존 부적합’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들은 ‘정신지체’(retard)나 ‘정신박약’(cretin)이라는 표현이 차별적이라는 이유로 쓰이지 않듯이, ‘생존 부적합’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단체의 대변인인 트레이시 하킨(Tracy Harkin)은 “이 단어가 부모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이들이 낙태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아무리 중증의 장애를 갖고 있더라도 아이가 출생까지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어떤 의사도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생존 부적합’이라는 표현은 의미가 없다. 모든 아이들은 생존하기에, 사랑받기에 적합하다”라고 강조했다.
하킨은 또 “그러나 약 90%의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출생 전에 낙태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출생 후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아이의 가족들에게도 충분한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오직 잘못된 언어와 태도가 멈춰져야만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전통적인 낙태 반대운동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이들의 주장은 현재 유럽의 보수 기독교계 언론을 중심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수년 전부터 ‘프로라이프 의사회’ 등이 조직되면서 낙태반대운동이 형성되었고, 이는 여성운동 진영에서 주장하는 ‘임신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주장과 대립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