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화된 혐오에 맞서 무지개 깃발 든 '행성인'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 '인권' 위한 '행동' 나선다

2015-04-03     갈홍식 기자

1998년 8월 설립해 17년간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워 온 동성애자인권연대가 지난 2월 28일 단체명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로 바꿨다.

차별과 혐오에 맞서 행동에 나섰던, 동성애자뿐 아니라 여러 성소수자가 함께했던 동성애자인권연대의 발자취를 생각해본다면 변경된 단체명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17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달라붙은 명칭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동성애자를 넘어 모든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행동하겠다는 각오가 느껴지는 지점이다.

동성애자를 비롯해 성소수자를 둘러싼 최근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최근 서울시가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대를 이유로 사실상 폐기하는 등 성소수자 혐오가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점차 조직화하는 혐오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살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고 ‘연대’를 이끌어낼 것인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들로부터 고민과 다짐을 들어보았다.

□ 때, 곳 : 2015년 3월 25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실
□ 함께한 이들
- 웅 (공동운영위원장)
- 호림 (공동운영위원장)
- 나라 (상임활동가)

*아래 인터뷰에는 ‘동성애자인권연대’를 줄여 ‘동인련’으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를 줄여 ‘행성인’으로 씁니다.

비마이너 : 17년 동안 동인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왔는데, 최근 행성인으로 바꿨다. 단체명을 바꾸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동인련으로 17년 동안 활동해오다 보니 바로 바꿀 수는 없었다. 사람들에게도 익숙하고, 인터넷으로 '동성애'를 검색하면 동인련이 바로 뜨는 이점도 있었고. 동인련 때도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성소수자든 비성소수자든 상관없이 인권을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동성애자’에 갇혀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여기에 점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이 꾸준히 들어왔다. 특히 트랜스젠더 회원들이 워크숍에서 이름을 바꾸자고 해서 명칭 변경을 논의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바꿀 이름에 들어갈 단체 활동 방향이나, 회원들이 생각하는 단체의 모습, 성격을 고민했다. 회원 프로그램과 운영위원회에서 '동인련은 이런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키워드를 뽑아서 가장 많이 나온 게 '성소수자', '인권', '행동'이었다. 우선 우리의 성격을 보여주는 '성소수자', '행동하는'이 들어갔다. '인권'을 넣는 문제를 두고는 이견이 있었다. 인권 너머 급진적인 이야기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행동하는성소수자연대'라고 하면 왠지 행동하는 사람들만 올 것 같아서, (웃음) 결국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가 됐다.

▲(왼쪽부터) 나라 상임활동가, 웅 공동운영위원장, 호림 공동운영위원장.

“안전한 공간”, 다양함을 편하게 드러내고 함께 배우는 공간 원해

비마이너 : 단체명을 바꾸면서 누리집에 올린 안내문을 보면, “많은 회원들이 마음 놓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표방했다. “안전한 공간”이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호림 : 기본적으로는 성소수자임을 편하게 드러낼 뿐 아니라 회원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개개인의 다름을 편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동안 단체에서 이런 점을 잘 챙기지 못해 갈등이 있었다. 뒤풀이를 청소년 출입이 어려운 공간에서 하거나, 채식하는 사람들과 채식이 없는 식당에 간다거나,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공간에서 단체 행사를 연다든가 하는 식으로. 특히 행성인은 회원 단체이기 때문에, 예를 들면 단체 사무실을 옮길 때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간다든가 하는 식으로, (회원들이 단체에 편하게 접근하도록)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비마이너 : “안전한 공간”은 여러 다양성이 존중되는 공간인 것 같은데, 특히 성소수자라는 개념이 지닌 다양성은 어떻게 보장돼야 하는가?

: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소수자) 개념은 LGBT(여성 동성애자, 남성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이고, 요즘엔 IQ(간성,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고민하는 사람)까지 포함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개념과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건 또 다르다. 예컨대 트랜스젠더라도 호르몬 치료를 받는지, 수술을 받는지 안 받는지에 따라 다르다. 성별 정체성도 남성, 여성, 양성뿐 아니라 젠더퀴어(여성 혹은 남성으로 분류할 수 없는 성별 정체성), 플루이드(액체처럼 유동적인 성별 정체성)처럼 다양하다.

나라 : 우리가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까, 다양성도 단지 정체성 구분을 인정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정의를 각자가 자유롭게 틀에 얽매이지 않고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2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개념들이 계속 생겨난다. 자기 스스로 삶을 제약 없이 탐색하고 긍정하면서 규정을 내릴 수 있으면, 그리고 그것이 자기의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게 되면 좋겠다.

단체 활동을 하면서 장애가 있는 성소수자를 만나게 됐다. 오랫동안 회원이었지만, 사무실에 장애 접근권이 없어서 10년 동안 사무실에 오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3년 전에 모금을 통해서 사무실을 확장할 때,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왔다. HIV/AIDS 감염인 회원들과는 감염인으로서 겪는 문제를 알리고 함께 싸워왔고, 이주민 친구도 생겨서 이주 문제에 열심히 함께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회원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도 계속 배우는 것 같다.

혐오 세력 대두로 수세에 몰린 성소수자 운동, “맞서 싸우고 연대해야”

비마이너 : 단체를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려는 고민과 더불어, 성소수자 운동이 맞닥뜨린 외부 상황에 대한 고민도 있을 듯하다. 최근 성소수자 혐오 세력이 국가 정책이나 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과거와 현재 운동이 처한 상황은 어떻게 다른가?

나라 : 예전에는 한국 사회가 성소수자 인권이 전무했고, 때때로 차별적인 제도도 있었다. 예컨대 대표적인 악법으로 알려진 청소년보호법(청소년 유해매체 심의 기준으로 동성애를 포함하고 있었으나, 성소수자들의 계속된 문제 제기를 통해 2004년 동성애 기준이 삭제됐다)이나,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교과서 서술이 그랬다. 그래서 최초 성소수자 운동은 대체로 차별적이거나, 낙인을 강화하는 제도를 고치려고 했다.

하지만 요즘 고민되는 것은 국가 기구를 둘러싸고 성소수자와 동성애 혐오 세력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과거처럼 국가만 상대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 아니게 됐다. 이제는 “성소수자 인권 보장해선 안 된다”는 조직화된 목소리가 나오면서 국가 기구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가는 이를 핑계로 우리 이야기는 듣지 않는 상황이다.

호림 : 예전에는 전반적인 사회인식은 더 부정적이었을지언정, 우리 행동을 전면에 나서서 반대하는 세력은 없었던 것 같다. 2007년 차별금지법, 2010년 「인생은 아름다워」 드라마 방영을 이후로 (동성애 반대 세력이) 조직적으로 나타난 것이 과거와 현재의 차이다. 그 사이에 동성애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상황은 힘들어졌다.

나라 : 열성적 성소수자 혐오 세력은 언제 어디서나 있었지만, 그들의 영향력이 굉장히 제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서구와 비교했을 때, (성소수자 인권이) 확고하게 제도로 자리 잡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세력이 나타남으로써, 국가기구나 공공기관들이 제도적 차별을 갱신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생긴 거다. 우리가 인식을 개선하고 자긍심을 갖고 커밍아웃을 한다면, 사람들의 편견이 약해져 인권이 진전될 것이라는 그림이 요즘은 안 맞는 상황이다.

▲호림 공동운영위원장.

비마이너 : 조직적인 혐오 세력이 등장하는 등 성소수자 운동의 조건이 바뀌면서 행동도 과거와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 최근에 이에 대한 고민이 많을 듯하다.

호림 : 고민하기에 앞서 성소수자 혐오 세력들이 뭔가 하는 일이 많아지니, 성소수자 운동 안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혐오 세력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대관해 탈동성애 인권포럼을 여는데, 우리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은 상황이 많아졌다. 이 대응에 많은 자원, 인력이 소진되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일에 대응하려고 활동하는 게 아닌데도 상황적 요인 때문에 활동 양상이 변화된 셈이다.

: 수세적 상황에 몰리면서 최근에는 이 사람들(혐오 세력)을 무시할 수 없고, 기동력 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기존에 하는 투쟁도 놓을 수 없으니 계속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행성인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조직을 개편해 활동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회원 중에서도 행동으로 조직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회원을 모아, 활동을 조직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회원들과 이야기했을 때,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단체의 역량은 기동력과 조직력이다. 혐오에 대해 성소수자 연대체뿐 아니라 각 단체에서도 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나라 : 행성인에서 행동은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핵심적인 목소리를 알리되, 그들의 논리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과 우리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동성애는 찬반 토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그들에 대한 불관용 입장에서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한다. 그 와중에 제일 중요한 게 연대를 확대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 맞춰 올해 혐오에 맞서 우리 활동을 알리고, 연대를 확장하는 기본 방향을 합의했다.

무지개 농성단 “계 탄 기분”...사회적 연대 덕분에 많은 걸 배웠다

비마이너 : 성소수자 운동에서 활동을 알리고 연대를 확장한 경험이라고 하면 지난해 12월 서울시청에서 서울시민인권헌장 불발 문제로 6일간 무지개 농성단 활동을 한 게 대표적 사례인 것 같다. 이 경험이 행성인 회원들에게 어떻게 남아있는가?

호림 : 행성인은 원래 연대를 굉장히 많이 했던 단체다. 노동, 장애, 이주 운동 등에서 집회를 열거나 농성장을 차리면 무지개 깃발 들고 나가는 게 단체 활동 중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무지개 농성단의 경험은 반대로 연대를 받는 입장이었다. 그것은 성소수자 운동, 단체 회원들에게도 생소한 경험이었다. 많은 사람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농성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연대했던 것들은 사소하게 보일 수 있지만, 연대를 요청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중요하게 느껴졌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 활동도 이러한 부분(연대 활동)을 다시 한 번 강조하게 됐다.

나라 : 연대를 강조해 왔어도 연대 활동에 회원들이 다 같이 열심히 하긴 어려웠다. 그만큼 품이 드는 일이고, 재미있지 않을 수도 있다. 집회가 무슨 내용인지도 계속 알아야지만 가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그냥 가자고 하면 머릿수 채우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물론 있다. 하지만 무지개 농성 하면서 연대가 어떻게 돌아오는지를 경험했다. 활동가들이 농담 삼아 “계 탄 기분”이라더라. 계를 솔직히 동인련이 많이 부었다. (웃음) 그런 부분에서 뿌듯함도 많이 느꼈고,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훌륭한 전범이 됐다.

: 다른 단체와 연대하는 것을 확인했던 경험이 질적으로 새로웠고, 회원들 앞에서도 자신감이 높아졌다. 농성장을 방문해 연대를 확인했던 많은 분이 단체에 가입했다. 어떻게 해야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지 사람들이 알게 된 것 같다. 개인이 각개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단체가 뜻을 모아 함께하는 기술을.

▲웅 공동운영위원장.

자발성에 기초한 발랄한 활동, 부당한 사회에 맞서는 힘으로 키워야

비마이너 : 무지개 농성단 활동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성소수자들이 재미있고 발랄한 방식으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가?

: 오히려 우리는 장애인, 이주민 집회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재미있고 특이하고 이상한 집회 방식을 보며 영감을 얻고, “우리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물론 회원들이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활동 방향이 다 달라서 발랄하고 색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다. 행성인 안에는 여러 활동 팀과 더불어 다양한 친목 활동이 있다. 이런 게 집회에서 새롭게 발휘될 수 있었다. 농성장에서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노래를 불렀고, 차 좋아하는 친구들은 커피를 가져와 나눠 마셨는데, 이런 것들이 모여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던 것 같다.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모습들을 끌어들이고 독려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비마이너 : 성소수자 운동에서 나타난 발랄함은 회원들의 자발성을 기초로 한다는 뜻인가?

: 그렇다. (무지개 농성 당시) 운영위원들이나 활동가들이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해서 한 게 아니었다. 저쪽(보수 기독교 단체)이 찬송가를 틀어놓으면, 우리는 불경 틀고 108배를 했는데 시켜서 한 게 아니다.

나라 : 아직 성소수자 운동이 역사가 짧고, 새롭게 시작한 운동이기 때문에 틀이 없다. 커뮤니티와 운동의 관계도 열려있다. 그래서 자발성이 풍부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운동이 자발성에 의존하기도 한다. 조직력으로는 끌어안을 수 없는 상태다. 회원들이 뭔가 하고 싶은 마음과 농성을 돌입한 시점이 딱 맞아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에 참여하고, 춤추고 공연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기존 오래된 운동이 관성이 많아 고민이라면, 성소수자 운동은 아직 관성은 없는 것 같다. 회원들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많지만, 오히려 조직된 단체나 구조가 이를 담아내지 못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회원들이 스스로 뭔가 하고자 하는 욕구를 운동으로 서로 연결해서 힘을 키우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무지개 농성단이 이례적인 사건이었고 이후에는 또 흩어질 것인가는 모르는 일이다.

비마이너 : 결국 앞으로 회원들의 자발성을 어떻게 성소수자 운동으로 엮어내야 할지 과제를 안고 가는 것 같다.

나라 : 이번에 성소수자들이 차별받는 것을 변화시키고, 부당한 일에는 싸우고 싶어 하는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싸움의 기회, 도전하는 공간이 자주 주어져야 자발성과 능력이 축적돼,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쌓일 것 같다. 장애인운동도 매일 싸우지 않나. 작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경우 0.86일에 한 번씩 일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싸울 거리도 많고, 이에 맞서 실제로 싸운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집회하는 게 1년에 한 번꼴인 것 같다. 20년 가까운 시기에 했던 집회를 입으로 다 읊을 수 있는 수준이다.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긍심을 키워온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사회가 잘못됐으며, 부당한 것에 맞서 싸우자는 생각을 시작했다. 장애인운동과 비교해 싸움의 경험은 거의 없는 셈인데, 대중적으로 자신을 차별받는 사람으로 위치 짓고 싸워 왔거나, 싸우고 있는 성소수자는 아직 소수다. 그래서 앞으로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성소수자 집단이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행성인은 지난 3월 26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출범식 및 11회 전국장애인대회에에도 무지개 깃발을 들고 참여했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등 6개 색으로 구성된 이 깃발은 성소수자의 자긍심, 사회 운동 참여 등을 상징한다.

사회 불안은 소수자 혐오 부추겨...절망적인 사회에 균열 필요

비마이너 : 앞서도 언급한 바 있듯, 성소수자 운동에서 다른 사회 운동과의 연대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듯하다. 최근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에서 4월을 맞아 총파업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데, 행성인에서도 앞으로 이에 맞춰 준비하고 있는 활동이 있는가?

나라 : 물론 각계의 활동에 대해 지지하는 것은 있다. 이번에는 총파업을 왜 지지하는지와 같은 내용을 회원들과 이야기해보려 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박근혜 정부와 맞선 운동이 중요하다고 본다. 절망적인 사회의 상태에 균열을 내지 않으면, 사회적 불안이나 위기의 대응으로서 소수자 혐오를 부추기는 상황이 더 커진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 서민더러 경제위기의 대가를 떠안게 해 위기를 타개하려 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삶이 불안해지면, 기독교 우익의 논리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온다. 즉 건강하고 신성한 가족이 사람들의 삶을 완전하게 만들고, 그것에 해가 되는 동성애자들이 사회나 국가를 무너뜨린다는 거다. 이렇듯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총파업이 잘 돼서 세상이 시끄럽고 차별에 감내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성소수자도 우리 요구를 가지고 싸우는 데 영감을 얻을 것 같다.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회원들과 이야기한 내용은, 성소수자와 사회 운동의 연대를 조직하는 것이다. 아이다호(IDAHO, 5월 17일 국제 동성애 혐오 반대의 날), 퀴어퍼레이드 때 노동자 참가단을 만들어보자, 장애인단체에 연대를 제안해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기에 자주 (다른 운동과) 만날 생각이다.

호림 : 연대가 단순히 “너의 이슈를 지지한다”기보다, 운동이 서로 만날 때 교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성소수자도 노동자고 그래서 노동이 성소수자 이슈라는 것을 단체 회원들과 공유하는 거다. 또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같은 단위에 성소수자 이슈가 주요한 이슈일 수 있다는 걸 함께 나누는 일이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