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꿀 '장애인인권영화' 13번째 영화제 개막

서울시민청에서 개막식 행사...11일까지 바스락홀에서 상영 "시혜와 동정 아닌 인권에 기반한 시선 필요해"

2015-04-08     김유미 기자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420장애인의 날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변화하기 위해 거리에서 힘차게 투쟁하듯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장애인인권영화를 무기로 시민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 박경석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조직위원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이번 영화제는 '세상을 바꾸는 법'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이동편의 증집법>, <활동 보조인법>의 개정과 함께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제정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시혜나 복지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영화제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영화제작에서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과도 상통합니다. - 홍세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조직위원장, 장발장은행 공동대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과 맞물려 매년 4월 열리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아래 영화제)8일 13번째 영화제의 막을 올렸다. '세상을 바꾸는 법'이라는 슬로건 아래 영화제 선정작 20편을 비롯해 초청작과 연대작까지 모두 25편의 작품을 상영하는 이번 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나흘간 서울시민청 내에서 진행된다

 

▲13회 영화제 개막 선언을 하는 박옥순 집행위원장.

 

13회 영화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박옥순 사무처장이 새롭게 집행위원장을 맡아 준비했다. 장애계 인사들과 더불어 각계 저명인사와 영화계 인사를 조직위원으로 추대해 영화제 외연도 넓혔다. 홍세화 장발장은행 공동대표가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함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고 김동원 푸른영상 대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권해효 영화배우, 황진미 영화평론가 등이 조직위원에 참여했다.

 

13회 영화제 개막식은 8일 오후 6시 서울시민청 지하1층 시민플라자에서 100여명의 관중이 참석한 가운데 천주교인권위 김덕진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됐다.

 

개막식에서 박경석 조직위원장은 "세상을 바꾸는 법은 다양한 방식으로 있고 그중에 영화가 있다"라며 "이 영화제에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시혜와 동정이 아니라 인권을 기반으로 하려는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조직위원장은 여러분이 앉아있는 곳은 서울시청의 지하라고 강조하며 인권의 마음으로 서울을 인권의 도시로 만들기 위한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여기서 인권영화제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영화제 조직위원으로 참여한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장애인들이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문제를 요구하고 투쟁하고 관철시킬 수 있는 저항의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장애인미디어교육, 영화 접근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 영화평론가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인권영화제를 계속 이어가는 420공투단과 활동가들, 그리고 참가자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라고 밝혔다.

 

장하나 국회의원도 개막식에 참석해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학교도 때려치우고 가출도 하고 했다. 장애인권운동도 했었고 영화감독도 되고 싶었다."라며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의 울림이 큰 확성기를 타고 울려퍼질 것"이라며 영화제 개막을 축하했다.

 

박옥순 집행위원장의 개막 선언으로 개막식을 마치고, 곧이어 개막작으로 선정된 손보경 감독의 보통사람이 상영됐다. 보통사람은 장애여성인 감독이 다른 장애여성 세 명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며, 장애여성의 욕망, 좌절을 반복하게 되는 차별의 일상, 아픔 등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보통사람』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개막작에 선정됐다. 반다 다큐멘터리 감독은 심사평에서 사실 장애여성뿐 아니라 많은 소수자들은 보통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어떤 특성을 식민화, 신비화 혹은 묘하고 두려운 존재로 보지 말라, 우리는 보통사람이라고 말입니다라고 밝혔다. 보통사람은 오는 10일 오후 630분에 한 차례 더 상영된다.

 

폐막작은 장호경 감독의 36.5+365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2년 넘게 광화문에서 이어지고 있는 농성 이야기를 담고 있다. 11일 오후 6시에 열리는 영화제 폐막식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서울시민청 시민플라자에서 열린 개막식.
▲축사하는 황진미 영화평론가.

▲심사평을 전하는 반다 다큐멘터리 감독.

▲영화제 개막에 환호하는 관중들.

▲개막작 『보통사람』 상영 이후 관객과의 대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