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꾸는 힘이어야"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폐막
선정작, 초청작 등 25편 상영, 2000여 명 관객 찾아 폐막작, 광화문농성 담은 『36.5도+365일』 상영
‘세상을 바꾸는 법’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서울시민청에서 진행된 13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아래 영화제)가 11일 저녁 막을 내렸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보통사람』을 비롯해 총 25편의 작품이 상영됐고, 영화제 추산 2000여 명의 관객이 찾았다.
이번 영화제는 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해 어떤 법, 제도, 내용이 필요한지를 영화로 담아내고자 했다. 또한 노인과 장애를 연결한 『할비꽃』(연출 한승훈), 『할머니의 시계』(연출 김효진 외) 등 관련 작품 4편을 상영하고, 노인 문제를 중심으로 장애를 어떻게 새롭게 바라볼지 논의하는 별도의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관련 기사: 가려져 있던 노인의 권리, 장애범주에 포함한다면?)
올해 영화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박옥순 사무처장이 새롭게 집행위원장을 맡았으며, 장애인계 인사와 더불어 각계 시민단체 인사와 영화계 인사 등을 조직위원으로 추대해 영화제 외연을 넓혔다. 홍세화 장발장은행 공동대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권해효 영화배우, 황진미 영화평론가 등이 조직위원으로 참여했다.
11일 오후 6시 영화제 기간에 작품을 상영해온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폐막식에는 80여 명의 관람객이 참여했다. 이날 올해 공동조직운영위원장을 맡은 홍세화 장발장은행 대표는 앞으로의 실천을 강조했다.
홍 대표는 “시대별로 어려움에 처하거나 장애를 지닌 분들을 어떻게 대해왔는가 보면, 19세기에는 이른바 선행의 대상이라는 사적 관계에서 20세기부터는 복지를 받는 공적 관계로 바뀌었다. 그만큼 진보가 있었음에도, 선행이나 복지를 받는 사람이 대상화되는 문제는 큰 차이가 없었다.”며 “‘우리는 사적 선행, 공적 복지의 대상이 아닌, 인간으로서 주어진 권리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게 이번 영화제의 중요한 인식이다. 21세기 우리의 싸움은 그렇게 세상을 바꾸는 법이자 힘이어야 한다는 점을, 관객들이 널리 알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폐막작으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이 기획하고, 장호경 감독이 연출한 『36.5도+365일-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 2주년을 담다』가 상영된 뒤, 영화제 폐막이 선언됐다. 이 영상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불합리함에 맞서는 사람들이 광화문역에서 농성한 2년간 기록을 담았다.
『36.5도+365일-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 2주년을 담다』 영상보기
상영 후 장호경 감독과 현장 활동가들이 무대에 올라 진행한 관객과의 대화에서, 장호경 감독은 “‘집에만 있을 순 없다’며 거리로 나와 지하철, 버스를 점거하고 결국 저상버스,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를 이끌어낸 장애인운동의 역사적 과정을 지켜보며 느꼈던 감동이 있었다”라며 “이번에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사는 게 고통스러움에도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간절한 눈빛과 소원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현실에서 살아나는 경험을 함께하니 장애인운동은 내게 외면할 수 없는 운동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장 감독은 영화의 배경이 된 광화문농성장에 대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어떻게 광화문에 농성장을 치느냐’ 했지만, 결국 청와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농성장을 차렸다.”라며 “부양의무제 폐지는 10년간 빈곤사회연대에서 폐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구호로만 여겨졌다. 누구도 부양의무제 폐지가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농성을 이어가면서 그것이 서서히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13주년을 맞은 영화제는 장애인당사자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과 장애인의 삶을 주제로 한 영화를 통해 장애인의 문제와 현실을 알려낸다는 취지로, 지난 2003년부터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주최해 매년 4월 초에 개최해왔다.
▲"21세기 우리의 싸움은 세상을 바꾸는 법이자 힘이어야 한다"고 관객들에게 호소하는 홍세화 대표. |
▲폐막작 상영 후 장호경 감독(왼쪽 두 번째)이 영상 촬영 소감을 밝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