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결혼식

로사이드_따끈따끈 오늘의 창작_⑮ 정종필 창작자

2015-11-09     로사이드

▲정종필_비상구-결혼식_종이 위에 마카_20x29cm_2015

남들 눈에는 다 보이는 게 내 눈엔 안 보일 때 사랑이 만개하고 결혼도 ‘식으로 거행된다. 화려한 꽃장식과 드넓은 드레스, 환호가 되어 퍼지는 박수 소리 사이에서, 신랑과 신부는 바로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 공동의 생활을 상상하기 힘들다.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며 어제의 빨래를 널고 오늘의 분리수거를 해내고 내일의 가족모임 식당을 검색하다가 문득 벽에 걸린 몇 년 전 결혼식 사진을 본 느낌이다. 정종필 창작자가 어느 날 집에서 그려온 그림, ‘결혼식’을 본 순간. 뒤에는 ‘비상구’가 사실 있었다. 결혼이 개인 삶의 비상구가 될 거라 여기며 상대방의 손을 굳건히 잡던 그 순간에, 다른 비상구도 뒤에 있었다. 창작자의 무덤덤한 배경 묘사는, 오로지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던 신랑 신부에게 이리도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그때 보았던 비상구는 무엇이었나’

글 _ 스탭 최선영
그림 _ 정종필

[따끈따끈 오늘의 창작]<로사이드>는 의미 없는 낙서 또는 장애에서 비롯된 증상으로 여겨져 버려지고 금지되던 예술 작업, 제도권 교육과 관계없이 지속하여온 독창적인 창작세계를 재조명하고 사회에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경계성 장애 등을 가진 창작자와 함께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로사이드>는 이러한 창작물을 본 연재를 통해 정기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누리집 : raw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