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에도 장애인 탑승 막는 에버랜드, 인권위 진정 당해

장애인 놀이기구 탑승 금지 조장하는 ‘관광진흥법’ 시행규칙도 진정 대상

2016-01-08     갈홍식 기자

에버랜드 놀이기구 탑승 과정에서 차별을 겪은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8일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에버랜드가 법원으로부터 한 차례 장애인 차별이라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안전을 이유로 놀이기구 탑승을 제한하자 장애인 당사자들이 이는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동안 에버랜드는 ‘어트랙션 안전 가이드북’을 통해 장애인이 위험 상황 판단이 늦고, 정신적 장애가 심해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놀이기구 이용을 제한해왔다.
 
이에 대해 2014년 6월과 8월 놀이기구 ‘우주전투기’ 탑승을 거부당한 지적장애인 당사자들은 그해 12월 차별구제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끝에 지난해 9월 지적장애인을 차별하는 가이드북 문구를 수정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또한 자유이용권을 구매했음에도 장애를 이유로 놀이기구를 이용하지 못한 시각장애인 등 6명도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차별구제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에버랜드는 장애인들의 놀이기구 이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가이드북을 보면 전체 46개 놀이기구 중 시각장애인 이용이 제한되는 기구는 12개다. 그중 절반인 6개는 보호자가 함께해도 탑승할 수 없다. 정신장애인은 7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14개, 상하체 운동이 어려운 장애인은 17개 놀이기구 이용이 제한된다.

‘우주전투기’ 이외의 놀이기구 안내 문구에는 여전히 “공포감,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장애가 심해질 수 있는 경우에는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정상적인 시력과 판단능력이 필요하다” 등의 내용이 그대로 포함됐다.
 
이에 장애인 당사자 4명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8일 인권위에 에버랜드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대상으로 차별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서 당사자들은 에버랜드가 장애인의 의사는 묻지 않은 채 위험하다는 이유로 놀이기구 탑승을 제한하고, 놀이기구 이용권을 구매했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장애인이 이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가이드북의 문구가 시각장애인의 사고 위험이 높고, 정신장애인의 위험성을 과장하면서 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고 밝혔다.
 
당사자들은 이러한 에버랜드의 행위를 조장하는 관광진흥법도 문제라고 보았다. 해당 법 시행규칙 별표 13 유원시설업자의 준수사항을 보면 외관상 객관적으로 볼 때 정신·신체적으로 이용에 부적합한 사람은 놀이기구 이용을 막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이러한 규정이 구체적이지 않아,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장애인 전체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날 진정 당사자 중 한 명인 박준범 씨는 “시각장애인이 놀이기구 타면 위험하다는 게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담당자 재량에 따라 놀이기구를 타기도 하고 못 타기도 했는데, 그 사람들이 시각장애인인 줄 모르고 우리를 놀이기구에 태워도 안전 문제는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강윤택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에버랜드는 놀이기구를 즐기려는 장애인 인권을 안전을 이유로 제한하려는 것”이라며 “누구든 안전하게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안전으로 누군가 차별받아선 안 된다. 다들 똑같이 이용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