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콜 저임금 운전 노동자, 올해부터 ‘월급제로 전환’
운전자·이용자 편의 나아졌지만 ‘징계규정 강화’ 등 논란지점 남아
불안정한 노동 조건으로 운전 노동자들의 불만이 컸던 서울 시각장애인콜택시(아래 복지콜) 임금 체계가 월급제로 전환됐다. 서울 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아래 센터) 등에 따르면 서울시와 센터, 복지콜 운전 노동자들의 합의로 지난 1일부터 복지콜 운전 노동자들의 임금이 월급제로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운전 노동자들은 기본급에 더해, 위험수당 등을 제외한 나머지 수당을 복지콜 이용료로 충당하는 성과급 형식으로 임금을 받았다. 이에 복지콜 운전 노동자들은 100만 원 내외의 기본급과 이용료만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이 어려워 대부분 과중한 노동에 시달린다고 호소해왔다. 1호봉 노동자의 급여 수준은 평균 238만 원, 16호봉 노동자 급여는 평균 259만 원으로 임금 상승 폭은 21만 원에 그쳤다.
올해부터 바뀐 임금 체계에선 1호봉 기준 기본급은 135만 원으로 인상됐으며, 기말수당(3·7·9월 지급), 명절수당 등이 고정적으로 지급된다. 연장 운전이나 야간 운전 시에는 각각 연장수당과 야간수당을 지급한다. 기본급과 수당을 합한 월평균 금액은 약 233만 원이다.
초봉 급여 수준은 비록 이전보다 낮지만, 연차가 올라갈수록 임금 상승 폭은 더 커진다. 3년 차부터 임금이 242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2만 원 높아지고, 16호봉이 되면 급여액이 304만 원으로 기존보다 45만 원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센터 등에 의하면 운전 노동자 상당수가 연차가 높으며, 이를 고려하면 운전 노동자의 실질적인 임금은 상당 부분 올라간다.
임금 체계가 이와 같이 변동된 이유는 올해부터 복지콜 요금이 내렸기 때문이다. 이용료로 수당을 받는 복지콜 운전 노동자들이 요금 인하로 임금이 줄어들 수 있게 되자 운전 노동자들의 임금 보전을 위해 월급제로 전환된 것이다.
지난해까지 복지콜은 기본요금 5km 2000원, 주행요금 500m당 100원, 시간요금 100초당 100원으로 장애인콜택시보다 기본요금이 500원 더 높았을 뿐 아니라 장거리, 장시간 이용 시에도 장애인콜택시에 비해 요금이 더 높았다. 복지콜의 높은 이용요금은 시각장애인 이용자들 사이에선 가장 큰 불편사항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서울 장애인콜택시와 동일한 기준으로 변경됐다. 올해부터 복지콜 요금은 기본요금 1500원, 거리당 요금은 5~10km까지 1km당 300원, 10km 초과 시 1km당 35원으로 책정됐다. 시간요금은 폐지됐다. 다만 복지콜 운전 노동자가 이용자의 관공서나 병원 이용을 지원하는 등의 생활지원서비스는 기존에는 무료였으나, 올해부터 10분당 1450원이 부과된다.
월급제 적용으로 배차 방식도 변경됐다. 지난해까지는 이용자가 복지콜을 신청하면 복수의 운전 노동자들이 서로 경쟁을 통해 이용자를 태우는 경쟁 선택 시스템이었다. 이에 운전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이용요금이 낮은 단거리 이용자들을 피하는 현상도 있었다. 올해부터는 이용자로부터 가장 가까이 있는 복지콜이 연결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단거리 이용자들의 콜택시 연결도 쉬워진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운전 노동자 처우에서는 다소 논란 지점이 남아 있다. 사회복지지부에 따르면 월급제로 전환되면서 운전 노동자들에 대한 징계 규정도 함께 만들어졌다. 예컨대 무단결근, 근무태도 불량 등의 행위가 적발되면 연 1~3회 견책, 4~5회 감봉, 6회 이상 정직 등 처분을 받게 되며, 고의나 과실로 센터에 손해를 끼치면 연 1회 감봉, 2회 정직, 3회 해고 처분을 받는다. 배차 방식이 바뀌면서 배차 지시를 어길 경우 감봉에서 해고까지 징계를 받는 등의 징계 규정도 신설됐다.
이에 대해 센터 측은 월급제로 전환할 경우 고정적 수입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근무를 태만하게 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용자의 편익을 고려해 규정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운전 노동자들은 이번 징계 규정을 놓고 지나친 처사라는 입장을 보여, 운전 노동자와 센터 사이에 이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해 임금 체계는 합의 전까지 노동자들이 요구했던 임금 체계보다는 전반적으로 임금 보장 수준이 낮다. 운전 노동자들은 센터가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되므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에게 적용되는 임금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임금기준(이용시설)에 따르면 6급으로 분류되는 운전사는 기본급과 수당을 합한 월급이 1호봉 월평균 218만 원, 16호봉은 월평균 334만 원이다. 낮은 연차라면 올해부터 적용된 임금체계가 유리하겠으나 높은 연차가 많은 복지콜 운전 노동자의 경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임금 체계를 따르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서울시와 센터 측은 연차가 높은 운전 노동자에게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임금기준을 적용할 경우 임금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