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진 성소수자 환영 현수막,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

서울대 성소수자 동아리, 관악경찰서에 고소장 제출 서강대 성소수자 모임, 대학 본부에 현수막 철거 교수 징계 등 촉구

2016-03-31     갈홍식 기자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Queer In SNU,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등이 31일 성소수자 환영 현수막 훼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생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은 지난 15일 누군가에 의해 찢어졌으나, 학내 구성원들이 564개의 반창고를 붙여 복원했다.

성소수자 지지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훼손하는 등 대학 내 증오범죄에 대해 성소수자 대학생들이 분노했다.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Queer In SNU(아래 큐이즈)는 지난 15일 서울대학교 정문 부근에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신입생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게시했으나, 지난 22일 새벽 이 현수막은 누군가에 의해 가로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큐이즈는 이러한 사태를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범죄로 보고 대응에 나섰다. 큐이즈는 24일부터 27일까지 찢어진 현수막을 반창고로 복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564명의 학내 구성원들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복원된 현수막은 30일부터 다시 게시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15개 단과대 학생회도 회의를 거쳐 성소수자 증오범죄에 공동으로 대응할 것을 결정했다.
 

15일 서울대 정문 부근에 게시된 현수막이 가로로 길게 찢어져 있는 모습. ⓒQueer In SNU

이에 큐이즈와 서울대 총학생회 등은 31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혐오 행동을 강하게 규탄했다.
망트 큐이즈 대표는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5만 원짜리 현수막에 대한 손괴 행위가 아니라, 성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를 동기로 한 증오범죄”라며 “(증오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바라는 것은 성소수자들이 겁을 먹고 위축되어 침묵하는 것이며, 자신을 부정하며 존재적 고통에 시달리다 조용히 죽어가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망트 대표는 “(성소수자 혐오집단이) 현수막에 낸 상처는 마음을 담은 564개의 반창고가 치유해줬다”라며 “성소수자의 당연한 존재, 의사표현, 권리를 지지하는 서울대와 사회 구성원들의 흔들림 없는 지지와 응원으로 우리는 증오의 위협을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현수막을 훼손한 행위는) 공동체에 던져진 메시지와 공론화된 의견을 폭력적으로 짓밟은 비이성적인 행동”이라며 “공론장을 해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을 민낯 그대로 드러낸 이 사건을 우리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큐이즈와 서울대 총학생회는 등은 관악경찰서에 현수막 훼손 사건을 고소했다.
 

지난 1일 서강대에서 성소수자 신입생 환영 현수막이 훼손된 모습. ⓒ춤추는Q

이에 앞서 지난 1일 서강대학교에서는 서강퀴어모임&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Q(아래 춤추는Q)의 신입생 환영 현수막을 교수가 무단으로 훼손해 철거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춤추는Q와 서강대 총학생회는 10일 해당 교수를 경찰에 고발했으며, 이에 교수는 14일 서강대 총학생회장과 면담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일부 사과했다. 그러나 교수는 여전히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듯한 언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춤추는Q와 서강대 총학생회 등은 현수막 철거를 항의하는 게시물을 학내 곳곳에 게시했으나, 이 또한 훼손되는 사태를 겪었다고 밝혔다.
이에 춤추는Q와 서강대 총학생회는 지난 30일 대학 본부에 현수막 철거 교수에 대한 징계, 교수·교직원에 대한 성소수자 인권교육 시행, 증오범죄 예방을 위한 학칙·정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춤추는Q 등은 앞으로 서강대 학생들의 서명을 모아 대학 본부에 전달하고, 학내 성소수자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학내 곳곳에 게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서강대 학생들이 성소수자 환영 현수막을 찢은 것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 ⓒ춤추는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