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장애인 노숙 농성에도 이동권 확대 요구 거부

창원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충분, 시위 중단해야” 지역 장애인단체 “법, 양심, 약속 저버린 창원시 규탄”

2016-05-04     갈홍식 기자

창원장애인권리확보단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안을 거부한 창원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4일 창원시청 앞에서 열었다. ⓒ창원장애인권리확보단

창원 지역 장애인들이 장애인콜택시 증차와 저상버스 확충 등 이동권 확대를 요구하는 노숙 농성을 벌였으나, 창원시는 이러한 요구를 거부했다.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여섯 개 지역 장애인단체들이 주축이 된 창원장애인권리확보단(아래 권리확보단)은 창원시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달 28일부터 창원시청 앞 농성을 진행했다.
 

권리확보단이 내세운 5대 요구안에는 장애인콜택시를 기존 100대에서 200대로 증차하고, 최대 2400원까지 부과되는 콜택시 이용요금을 1000원으로 인하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권리확보단은 2015년 기준 25.2%에 그친 저상버스 도입률도 30% 이상으로 높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창원시는 농성 6일 차인 3일 김충관 창원시 제2부시장의 언론 브리핑을 통해 권리확보단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창원시가 장애인콜택시 법정 대수 50대를 초과 달성했을 뿐 아니라 수원, 고양 등 인구 규모가 비슷한 지방자치단체보다도 더 많은 장애인콜택시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저상버스 비율도 창원시가 이들 지자체보다 더 높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 창원시의 태도다.
 

또한 김 부시장은 예산이 부족하다며 장애인콜택시를 더 도입하거나 요금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부시장은 “증가 일로에 있는 복지예산으로 인해 지역발전을 위한 투자 사업은 제때에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권리확보단에 “이제 시위를 중단하고 국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하여 고통을 분담한다는 대승적 견지에서 생업으로 복귀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에 권리확보단은 3일 창원시 입장에 대해 반박문을 발표했다. 4일에는 창원시청 앞에서 “법, 양심, 약속을 저버린 창원시를 규탄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리확보단은 2008년 창원시 통합 전 마산, 창원, 진해시가 장애인콜택시를 2011년까지 각각 50대, 50대, 20대 도입하기로 지역 장애인단체와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창원시가 이제 와서 장애인콜택시 100대를 고수하는 것은 자신들이 한 약속을 저버리는 처사라는 게 권리확보단의 입장이다.
 

권리확보단은 장애인콜택시가 이미 충분히 도입되었다는 창원시의 주장도 “100대를 전부 운행해도 (이용자들은) 3~4시간 대기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규모가 비슷한 다른 지자체보다 많은 장애인콜택시를 운행하고 있다는 시의 설명에 대해서도 “타 시는 이동에 대한 제반환경을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콜택시 말고도 지하철, 경전철 등이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권리확보단은 “비장애인은 1200원으로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지만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장애인은 2배 이상의 교통비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창원시에 살고 있는 모든 교통약자들이 요금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하기 위해서 요금 인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권리확보단은 창원시 저상버스 도입률을 두고도 시·군 전체 시내버스 중 33.3% 이상을 저상버스로 운행하도록 규정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 매년 교체되는 버스의 50% 이상을 저상버스로 도입하도록 한 ‘창원시 교통약자 이동편의에 관한 조례’ 등을 어긴 처사라고 규탄했다.
 

권리확보단은 창원시에 “창원에 사는 많은 장애인은 여전히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 놓여 있다”라며 “장애인 이동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장애인단체와 협의할 수 있는 자리를 조속히 마련하라”라고 촉구했다. 권리확보단은 창원시가 요구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창원시는 지난 2월에 장애인콜택시 100대 중 46대 감차 방안을 내놓았으나, 지역 장애인단체의 거센 항의에 지난 3월 이를 철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