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탈시설운동가 강제퇴거시키며 “현행범 체포해”
서울시, 탈시설 반대 토론회 후원 권성동은 “잘못된 탈시설 바로잡겠다”며 축사 탈시설운동 활동가들 “유엔협약 준수하라” 권성동 “업무방해로 현행범 체포하라” 의원실, 기자도 쫓아내며 취재자유 탄압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탈시설운동 활동가들을 강제퇴거시키며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체포하고 보내지 마라”라고도 했다. 실제로 권성동의원실 직원들은 활동가 한 명을 잠시 억류했다. 활동가들은 향후 경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일은 28일 오후 2시, 서울시와 밀알복지재단이 후원하고 권성동의원실과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아래 거주시설부모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벌어졌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유엔협약)의 이해와 바람직한 장애인거주시설 운영방안을 위한 토론회’는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 권성동, “내가 오 시장과 친구…” 하더니 활동가 향해 “현행범 체포하고 보내지 마라”
해당 토론회는 탈시설에 반대하는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거주시설 둘다섯해누리의 원장이자 탈시설 반대에 지속해서 앞장서 온 이기수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신부가 기조발제를 맡았다. 이 외에도 장애인거주시설 원장, 거주시설부모회 회장, 최근 시설폐쇄를 앞둔 송천한마음의집 거주장애인 보호자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권 의원은 토론회 전, 내빈과 악수하며 “내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친구고 사법연수원 동기다. 잘못된 탈시설은 내가 오 시장과 함께 바로잡을 것”이라며 인사했다. 토론회 축사에서도 잘못된 탈시설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오후 2시 10분경, 탈시설운동 활동가들이 피케팅을 시작했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유엔탈시설가이드라인 준수하라”라고 적힌 작은 현수막을 펼치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왜곡하지 마십시오”, “장애인 탈시설 권리를 보장하십시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탈시설 반대 측은 지속해서 ‘유엔협약에도 시설에서 살 권리가 명시돼 있다’며 왜곡 중이다. 활동가들은 “오늘(28일) 토론회에서 그런 왜곡이 있을 것 같아 왜곡을 멈춰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탈시설 팩트체크] 시설도 선택? 그 선택은 기만이다)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치자마자 토론회 참여자들과 권성동의원실 보좌관, 비서관이 활동가들을 강제퇴거시켰다. 현수막을 빼앗고 구호를 외치는 활동가의 입을 막기도 했다.
활동가들이 퇴거당하는 동안 권 의원은 크게 화를 내며 “보좌관! 업무방해혐의로 체포하세요!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라고 말했다.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활동가들이 모두 퇴거당한 후 권 의원은 “저런 현행범은 경찰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제압하고 체포해도 됩니다. (체포 후) 경찰에 인계해도 아무런 위법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보좌관을 향해 “보좌관! 체포하고 보내지 마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한 토론회 참여자가 “확 때려죽여 버려”라고 했고 객석에선 다시 박수가 쏟아졌다.
권 의원은 축사를 마치고 의원회관을 나가는 동안에도 크게 화냈다. 의원실 보좌관, 비서관, 국회 방호과 직원 등에게 “아주 강력하게 조치하세요! 이게 무슨 일이야!”라고 소리치며 차에 올라탔다.
권성동의원실 비서관은 한 활동가를 의원회관 통로에 붙잡아 세워두고 10여 분간 억류했다. 해당 활동가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권성동의원실 비서관이 ‘누구냐, 어디 소속이냐’라고 물어서 장애인 가족이라고, 토론회 한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고 대답했다. 국회 방호과에서 나를 잡아두라는 얘길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윤이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변호사가 비서관에게 ‘활동가를 왜 억류하냐’고 물었다. 활동가는 “그때 비서관이 우왕좌왕하면서 억류한 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럼 나는 나가겠다’ 말하고 의원회관을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회 방호과 사무관은 다른 직원들에게 “그 남자 한 명, 인적 사항 확인했지? 똑바로 조치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경찰이 출동했고 경찰은 방호과 직원에게 사안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으로 종합했을 때, 활동가들은 향후 경찰 조사를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탈시설운동 활동가들 사진 찍었다고 취재 자유 탄압
활동가들이 강제퇴거당한 직후, 기자도 강제퇴거당했다. 김현아 거주시설부모회 회장이 달려와서 “기자님, 나가주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토론회 참여자들과 권성동의원실 보좌관이 기자를 강제퇴거시켰다. 취재를 했을 뿐이고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거듭 말했지만 참여자들은 “야, 씨발, 닥치고 나가”라고 하며 문밖으로 내쫓았다.
권성동의원실 보좌관에게 “토론회를 취재하러 왔다. 소속과 이름, 신분을 밝히고 명함도 드리는 등 주최 측에서 제시한 절차를 거치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좌관과 비서관은 탈시설운동 활동가들의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시위를 함께한 것이다”라며 토론회장 입장을 불허했다.
입장할 때 받은 토론회 자료집까지 빼앗아 갔다. 토론회 내용 자체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권성동의원실 측에 “언론의 자유, 취재의 자유를 탄압하신 것으로 알겠다”고 하니 보좌관은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의 탈시설 탄압 기조는 거세지는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 8일, 천주교가 연 탈시설 반대 기자회견에서 “탈시설지원조례 폐지는 행정부 의지였다”고 말하며, 오세훈 휘하의 서울시 행정부가 사실상 반(反)탈시설 기조로 간다는 걸 분명히 했다.
이 외에도 시설폐쇄가 예정된 장애인거주시설 ‘송천한마음의집’ 거주장애인은 다른 시설로 전원 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탈시설운동 활동가들은 오늘(28일) 토론회에 오 시장이 참석한다는 얘길 듣고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러 갔으나 오 시장은 토론회에 오지 않았고 활동가들은 쫓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