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특별법 추진… 시설수용 피해자 포괄하는 법 필요

오래된 논의 ‘선감학원 특별법’ 22대 국회선 발의 및 제정될까 “모든 시설수용 피해자 위한 법 필요” 목소리도

2024-07-16     하민지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강 의원과 선감학원 피해생존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사진 이재강의원실

이재강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1일 오후 3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선감학원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1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선감학원 피해자와 피해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선감학원 사건의 온전한 해결을 위해 특별법 제정에 뜻을 모았다”고 했다.

또한 “지난 6월, 국가와 경기도가 선감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이번 간담회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를 포함한 전체 피해자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공식 사과와 사건 진실규명, 피해보상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선감학원 피해자 13명과 유족은 국가와 경기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41부(정회일 재판장)는 국가와 경기도에 “1인당 2,500만 원에서 4억 원의 위자료를 원고 13명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1년 수용에 5,000만 원을 기준으로 삼아 여러 다른 점을 참작해 더 억울한 면이 있는 사람들은 증액하는 방법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감학원 피해자는 13명만 있는 게 아니다. 경기도 기록관에서 발견된 선감학원 퇴원 아동 명단 기록 대장에 따르면 인원은 총 4,691명이다. 현재까지 경기도에서 선감학원 피해자로 확인한 인원은 381명뿐이다.

경기도민인 피해생존자만 지원받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경기도는 지난해, 선감학원 피해생존자에게 생활안정지원금과 의료실비를 지급했다. 그런데 피해생존자 범위를 ‘주민등록상 경기도에 거주하는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로 한정해 논란이 있었다. (관련 기사: 경기도민에게만 ‘줬다 뺏는’ 선감학원 지원금? “특별법 제정해야”)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사진 오른쪽)이 2022년 10월 20일,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 강혜민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16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우리(선감학원) 피해생존자는 (경기도에만 사는 게 아니고) 전국에 다 있다. 경기도에서는 경기도민 피해생존자만 지원한다. 그런 한계점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를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선감학원 특별법은 20대 국회 때 권미혁 민주당 당시 의원이 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 하고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 때는 김철민·전해철 당시 의원이 입법을 준비했지만 발의되진 않았다. (관련 기사: 깊어만 가는 선감학원 피해생존자의 고통… “특별법 제정으로 진상규명해야”)

선감학원에만 한하지 말고 모든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를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회장은 “11일 간담회에서 ‘선감학원 특별법으로 가느냐’, ‘모든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를 포괄하는 특별법으로 가느냐’를 놓고 ‘생각해 보자’는 식으로 의견이 정리됐다”며 “특별법은 우리(선감학원 피해생존자)뿐만 아니라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든 누구든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라면) 다 필요성을 느낀다. 인권을 유린당한 아픔은 다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그 많은 선감학원 피해생존자가 일일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 피해생존자는 1년에 몇 명씩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며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만 피해생존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는데, (특별법이 만들어져서)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하도록 해야 한다. 선감학원은 국가가 운영한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섬에 갇힌 아이들의 죽음… 선감학원 40년 만에 진실규명)

2022년 9월 26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선감학원에 강제수용된 후 암매장당한 피해자의 유해를 시굴했다. 과거 선감학원 피해자들을 암매장한 것으로 알려진 야산에 “미안해. 미안합니다”라고 적힌 노란 꽃 화분이 놓여 있다. 사진 하민지

탈시설운동을 하는 정민구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도 모든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를 포괄하는 배보상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활동가는 16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형제복지원의 경우 부산시 조례로 피해보상이 이뤄진다. 부산에 거주하지 않는 피해생존자는 사각지대에 있다. 게다가 자신이 형제복지원 출신이라는 기록이 남아있는 게 거의 없어서 자격조건을 획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한 신청 기간이 지나면 (부산시가) 신청을 받지 않는 문제도 있다”며 “지역마다 조례가 다르게 제정될 게 아니라 국회에서 배보상법 자체가 만들어져서 공통된 내용의 지원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7월 11일, 박세영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사무국장이 “시설수용은 선택이 아니라 차별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장혜영 정의당 전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거주시설 수용 피해생존자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관련 기사: ‘시설수용 피해생존자 보상법’ 발의… “국가가 사과하라”)

장 전 의원은 16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선감학원 특별법 발의를 추진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비슷한 피해를 겪은 국민이 많기 때문에 선감학원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포괄적인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를 위한 법 발의를 (이재강 의원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다”며 “시설수용 전체의 문제로 법안을 발의하는 게 입법자로서 많은 시민의 고통을 담아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재강의원실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감현주 보좌관은 16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피해생존자분들께서 너무 좋은 의견들을 주고 계신다. 이 의견들을 수렴해 숙의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선감학원 사건의 문제해결이다”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설립된 선감학원은 해방 이후 경기도에서 직접 운영한 ‘부랑아’ 수용소다. 수용된 아동 대부분은 17세 이하의 남성으로, 1982년에 폐쇄될 때까지 5,000여 명의 아동이 선감학원으로 끌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강제노역, 감금, 학대 등 인권유린을 당했으며, 사망하면 암매장당했다. 2022년 10월 20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선감학원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 판단하고, 국가에 공식 사과와 피해자 지원 대책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