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피해생존자 지원금 신청받은 경기도
지원금이 소득으로 잡혀 수급비 차감될까 우려
경기도, 공문 보낸 지 한 달 넘었지만 복지부 답변 없어
경기도민만 지원 대상인 것도 문제… “특별법 제정해야”
경기도가 선감학원 강제수용 피해생존자에게 지급하는 생활지원금을 둘러싸고 여러 우려가 생기고 있다. 지원금이 소득으로 잡혀 기초생활수급비가 차감되고, 피해생존자 중 경기도민에게만 지급되는 등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에 피해생존자인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경기도가 애쓰는 건 알지만, 중앙정부가 사과하고 특별법을 제정해야 더 많은 피해생존자가 적은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다”며 특별법 제정을 호소했다.
-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지원금 받으면 ‘소득’으로 인정돼 삭감될 위기
경기도의 선감학원 강제수용 피해생존자 지원사업은 지난해 10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이후 시작됐다. 경기도가 도 차원에서 공식사과하며 피해회복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지난 1월 16일부터 피해생존자 중 경기도민에 한해 지원사업 신청을 받고 있다. 위로금 500만 원을 1회 지급하고 생활안정지원금 20만 원을 매달 지급할 예정이다. 지원금은 3월 말에 처음 지급된다. 진실화해위가 규명한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는 228명이며, 이중 경기도에 피해지원을 신청한 사람은 120여 명이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생활안정지원금이 소득으로 잡혀 수급비에서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이렇게 되면 지원금은 ‘줬다 뺏는’ 형색이 되어 ‘도 차원에서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지원을 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진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지난달 8일 복지부, 행정안전부, 진실화해위에 ‘공적이전소득에서 지원금을 제외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조민희 경기도 인권담당관 주무관은 9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사전에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해생존자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분도 절반이 훨씬 넘기 때문에 이 문제로 인해 사업을 안 할 수는 없어서 우선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0년에 경기도가 시행한 선감학원 피해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는 피해자의 37.6%를 차지한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복지부가 발간한 ‘2023 국민기초생활보장 사업안내’에는 수급자 소득산정 시 ‘실제소득 산정에서 제외하는 금품’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앙정부에서 지급하는 각종 지원금뿐만 아니라, 조례에 따라 지자체가 ‘수급자 또는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금품’도 포함된다.
그러나 공문을 보낸 지 한 달이 넘었음에도 복지부의 답변은 오지 않았다. 조 주무관은 “언제 답변이 올지는 알 수 없다.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는 평소 전화도 잘 안 받는다”며 갑갑함을 표했다. 확인을 위해 기자 또한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에 전화했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다.
- 비(非)경기도민은 못 받는 지원금, 피해생존자 “특별법 제정해야”
문제는 또 있다. 피해생존자 중 경기도에 주민등록을 둔 사람에게만 지원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현행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은 지자체의 사무와 재정 운용 범위를 관할구역과 주민으로 한정하고 있어 도의 예산으로 타 시도민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가 책임일 수 있도록 국비 지원을 명시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지난달에는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2일에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선감학원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2019년 20대 국회 때는 권미혁 민주당 전 의원 대표발의로 관련 법이 발의됐지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후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우리(피해생존자)가 회의도 많이 하고 고민도 했지만, 경기도가 주겠다는 지원금을 반대하고 나서기도 그렇다. 하지만 경기도에 안 사는 피해생존자가 불평등을 겪는 것도 분명하다”며 “중앙정부가 사과하고, 특별법을 제정해야 피해생존자가 적은 보상이나마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설립된 선감학원은 해방 이후 경기도에서 직접 운영한 부랑아 수용소다. 수용된 아동 대부분은 17세 이하의 남성으로, 1982년 폐쇄될 때까지 5,000여 명의 아동이 선감학원으로 끌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강제노역, 감금, 학대 등 인권유린을 당했으며, 사망하면 암매장당했다. 지난해 10월 20일,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 판단하고, 국가에 공식 사과와 피해자 지원 대책 등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