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당대표 선거구인 화성시 거리로 나온 경기도 장애인들
“우리도 자유롭게 이동하고, 노동하고 싶다”
다가오는 총선, “장애인 권리에 투표하자!”

지난 18일, 탈시설장애인당(當)이 2024경기도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함께 ‘장애인 차별·혐오정치 종식을 위한 장애인권리행진(Disability Pride)’을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일대에서 열었다. 사진 김소영 

“세상은 만만하지 않지만 우리도 만만하지 않잖아요. 우리는 우리를 지킬 수 있죠. 세상에 지지 말아요.” (지민주, ‘세상에 지지 말아요’ 중에서)

4월 10일 총선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지난 18일, 경기도 장애인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탈시설장애인당(當)이 2024경기도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함께 ‘장애인 차별·혐오정치 종식을 위한 장애인권리행진(Disability Pride)’을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일대에서 연 것이다.

‘장애인 차별·혐오정치 종식을 위한 장애인권리행진(Disability Pride)’에 참여한 450여 명의 장애인들은 이준석 개혁신당 당대표를 비롯한 정치권에 장애인에게도 헌법에 명시된 시민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준석 당대표가 출마하는 화성시를 행진하며, “장애인도 이동하여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 같은 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고 외쳤다.

장애인들이 이준석 당대표의 지역구인 화성시로 나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이준석 당대표가 장애인에 대한 갈리치기를 조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준석 당대표는 2022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비문명적’인 시위라고 비난했고,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역시 올해 1월 전장연을 ‘불법’적이고 ‘부당’한 단체로 낙인찍는 등 개혁신당 인사들은 꾸준히 장애인 혐오를 조장해 왔다.

이에 지난 12일, 탈시설장애인당(當)은 개혁신당의 ‘반도체벨트’ 발표에 맞서 차별과 혐오 정치 종식을 위한 ‘장애인권리벨트’를 발표하고 전략 후보를 공천한 바 있다. 이어 2024경기도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대표적 장애인 차별·혐오 후보 출마지역인 경기도 화성에서 출범을 선언하고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김포에 거주하는 이은혜 탈시설장애인당(當) 경기도당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경기도 장애인도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다”

김포에 거주하는 이은혜 탈시설장애인당(當) 경기도당 공동위원장은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을 촉구했다. “작년 포천에 사는 아는 동생이 갑자기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동생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포천 장애인콜택시를 신청했지만, 멀다고 안 된다고 합니다. 포천에는 지하철도 없습니다. 결국 저는 지역사회에서 알고 지내는 몇 없는 사람 중 한 명이던 동생의 마지막 가는 모습도 보지 못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의 자유로운 광역이동을 보장하고, 대기시간 감축 위해 중앙정부의 운전원 인건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위원장은 지자체에서 저상버스 의무 도입률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페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작년 한 해 동안 김포에서 저상버스 모니터링을 주 1회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버스를 탄 횟수는 손에 꼽습니다. 저상버스의 슬로프가 고장 났거나 운전원이 그냥 지나쳤기 때문입니다. 저상버스가 의무화가 되었지만, 예외조항을 두고 비용의 문제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하루아침에 없어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동권뿐만 아니라 노동권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올해 초 경기도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던 기관 일부를 탈락시키면서 중증장애인권리중심노동자 45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2020년 서울시에서 시작되어, 2021년부터 경기도에서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실시되던 중증장애인맞춤형 일자리로, 기존 경쟁노동시장에 포함되기 힘든 중증장애인들을 우선 고용하기 위해 마련된 일자리다. 이 일자리에 고용된 장애인 노동자들은 문화예술 활동, 권익옹호 활동, 인식개선 활동 등을 통해 UN장애인권리협약을 캠페인하고, 실질화하는 노동을 수행한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양소연 탈시설장애인당(當) 경기도당 공동위원장은 “동료들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는 문화예술 활동이 무척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 해고될지 모르기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항상 걱정된다.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여 더 많은 동료들과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제도화를 촉구했다.

- 이준석 당대표 지역구인 화성시 가로지르며, “장애인 권리에 투표하자!”

강북례 탈시설장애인당(當) 화성시 장애인권리 후보는 탈시설 정책을 꾸준히 왜곡해 왔던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자유를 빼앗긴 채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억압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을 이준석 당대표는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에겐 그들이 탈시설 하여 지역사회로 나와 함께 살아가는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견제할 탈시설장애인당(當) 후보로 화성시에 출마한 강북례 장애인권리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탈시설 정책은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UN장애인권리협약에 근거해 한국 정부에 권고한 사안으로, 한국 정부는 2008년에 해당 협약을 비준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이준석 당대표는 ‘탈시설이 일부 장애계의 주장’이라고 탈시설 정책을 왜곡한 바 있다. 또한, ‘시설에 만족하기 때문에 탈시설을 원치 않는 장애인이 더 많다’는 등 탈시설 정책의 쟁점을 왜곡하며,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온전히 살아갈 권리를 박탈하려는 행태를 보여왔다.

“과거 탈시설정책을 왜곡하고 반대하며 부정하는데 앞장섰던 이준석 당대표가 이번 총선에 ‘경기도 화성을’ 지역구에 출마한다고 하여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이번에도 이준석 당대표가 우리 장애인들을 갈라치고 혐오를 조장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또 똑같은 행동을 할까 봐 우려됩니다. 이에 저는 이준석 당대표에게 장애인도 시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450여 명의 장애인들은 이준석 당대표가 출마하는 화성시를 행진하며 화성 시민들에게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알렸다. 행진 후, 이준석 당대표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하여 이 당대표에게 직접 정책 협약 요청서를 전달하고자 했으나, 이 당대표 측은 서울에 일정이 있다며 정책 협약 요청서 전달에 응하지 않았다. 탈시설장애인당(當), 2024경기도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또 다른 ‘화성을’ 국회의원 후보자인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 측에 정책 협약 요청서를 전달했다.

한편,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9번으로 배치된 신현자 녹색정의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장애인권리행진(Disability Pride)’에 참석하여, 장애인의 이동권과 탈시설권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탈시설장애인당(當)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선거사무소에 방문해 정책 협약서를 전달하고자 했으나 개혁신당 측은 응하지 않았다. 탈시설장애인당(當)이 또 다른 ‘화성을’ 국회의원 후보자인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 측에 정책 협약서를 전달하는 모습. 사진 김소영
탈시설장애인당(當)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선거사무소에 방문해 정책 협약서를 전달하고자 했으나 개혁신당 측은 응하지 않았다. 탈시설장애인당(當)이 또 다른 ‘화성을’ 국회의원 후보자인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 측에 정책 협약서를 전달하는 모습. 사진 김소영

 

[2024경기도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 10대 요구안]

⚫ 자유로운 모두의 이동

⚪ 특별교통수단 광역이동 및 대기시간 감축 위한 운전원 인건비 지원

⚪ 저상버스 의무 미집행 페널티 및 저상버스 예외노선 유예기간 도입

⚪ 상업용 택시의 휠체어 접근 의무화와 장애인 교통수당 도입

 

⚫ 이것도 노동이다, 권리중심 노동으로 이동

⚪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제도화 및 중증장애인일자리지원특별법 제정

 

⚫ 이제는 탈시설이다, 지역사회 함께 사는 시대로 이동

⚪ UN장애인권리협약 및 탈시설가이드라인 근거한 제정법 마련

⚪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위한 주거생활서비스 도입

⚪ 서비스지원종합조사 전면 개편 및 중앙정부 차원의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보장

⚪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및 예산 보장

⚪ 특수학급(학교) 학급 정원 축소 및 교원 확보 위한 법, 제도 정비

⚪ 장애여성, 발달장애, 뇌병변장애 특성을 고려한 지원 정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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