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플퍼스트,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열어
“2012년 대선 때, 집에 온 공보물을 한참 들여다봐도 누굴 찍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이유는 공보물이 너무 많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이름도 사전에서 찾아봤지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 어머님이 찍으라고 한 후보를 찍었습니다.” (조수진 한국피플퍼스트 집행위원)
한국피플퍼스트가 29일 오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직접 표현하고 요구하기 위해 2016년 10월 출범한 단체로 ‘우리는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이다’라는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한 발달장애인 자기권리 옹호운동으로부터 기인했다.
발달장애인들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후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결국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은 채 19대 대선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난생처음으로 투표할 생각에 가슴 설렜지만 행복은 잠시뿐이었습니다. 투표용지를 보니 발달장애인에겐 어려운 말만 적혀 있었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왜 투표용지를 어렵게 만들었나요? 발달장애인도 투표할 수 있게 투표용지를 쉽게 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투표용지에 이름만 있는 게 아니라 그림도 같이 있어야 합니다. 발달장애인이 로봇도 아니고, 왜 꼭 부모나 시설 교사가 시키는 대로 투표해야 합니까? 우리를 더는 로봇 취급하지 마십시오. 부모나 시설교사 간섭 없이 마음껏 투표했으면 좋겠습니다.” (문윤경 한국피플퍼스트 집행위원)
이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약속이 있다. 그런데 한국은 참정권에서 발달장애인을 소외시키고 있다. 이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권을 향해 참가자들과 함께 ‘꿀밤’을 때렸다.
한국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은 언제나 ‘능력 없는 사람’으로 불려왔고 권리로 이야기되는 모든 기회로부터 소외되는 경험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똑똑한 사람이든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원한다”면서 “우리가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외쳤다.
한국피플퍼스트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후, 더불어민주당 측에 요구안을 전달하며 오는 4월 5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전했다. 정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통령 후보 선거공보물을 제출하는 기한은 4월 22일까지다. 이들은 다른 대통령 후보 소속 정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요구안을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