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9월 25, 26일, 12회 한국피플퍼스트대회가 열렸습니다. 피플퍼스트대회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여러 차례의 준비 워크숍을 거쳐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내용을 마련하는 행사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발표된 세 가지 슬로건에 대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발언문을 게재합니다. ① 발달장애인도 독립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 / 정현우 충북피플퍼스트 활동가② 발달장애인의 힘으로 피플퍼스트를 전국에 만들자. / 이성희 경기피플퍼스트 활동가③ 내 몸의 주인은 나! 발달장애인의 몸에 무관심한 사회를 바꾸자. / 김다인 부천피플
“장애인은 키오스크를 볼 수도 없고 손이 닿지도 않는다.”장애인 권익 옹호 활동가인 도연씨는 배리어프리(BF) 키오스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키오스크에 전혀 모르는 언어로 표시된다면 비장애인은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 보라”며 “그러면 BF 키오스크의 필요성을 알 것이다”고 말했다.도연씨는 BF 키오스크 상용화를 위해 물리적 접근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리적 접근성은 키오스크가 위치한 공간과 키오스크 기기의 접근성을 말한다. 도연씨는 “키오스크가 있는 곳에 경사로가 있는지와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은 확보됐
지난 1월 28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에 따른 배리어프리(BF) 키오스크 도입이 의무화됐지만 아직까지 우리 대학(전남대학)에 BF 키오스크는 단 한 대인 것으로 확인됐다.BF 키오스크는 장애인 접근성 향상 차원에서 점자 블록, 이어폰 단자, 높이 조절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키오스크다. 공공기관, 의료기관, 금융기관 등을 포함하여 모든 신규 사업장과 상시 100인 미만 사업장이 내년 1월 28일까지 BF 키오스크를 설치 및 교체하지 않을 시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우리 대학도 그 대상에 포함이다.광주 장
“손가락을 오래 대고 있기 어려워요. 지문 인증 자체가 안 됩니다.”지난 8월 광주 서구 화정2동행정복지센터. 뇌병변장애가 있는 강경화씨가 배리어프리(BF) 인증을 받은 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멈춰 섰다. 본인 확인을 위해 지문을 찍어야 하지만 손가락을 오래 대는 것이 불가능해 필요한 서류를 뽑을 수 없었다.BF 키오스크란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을 포함하여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일반 키오스크에 높낮이 조절, 수어·음성·점자·픽토그램과 같은 대체 수단을 더한 것이다. 장애인의 키오스크 접근 불가 문제가 심화되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대구의 장애인거주시설 희망원에서 살다 탈시설한 장혜란 님이 지난 14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무연고로 살아온 혜란 님의 장례가 지역사회 동료들의 추모 속에 치러졌습니다. 희망원에서 혜란 님과 함께 생활했던 태란향 님의 추모사를 비마이너 지면에 옮깁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태란향입니다. 월요일 저녁에 장혜란 님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름만 들었는데도 기억이 났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장혜란 님은 희망원 동 거실에서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었습니다. 누군가 주던 밥을 조용히 먹고 있었습니다. 말을 같이 해 본 적은
지난해 초 탈시설한 장애인 활동가 친구는 발언할 기회가 있을 때 종종 이렇게 말했다. “탈시설은 좋은 것입니다.” ‘저에게는’, ‘이제는’ 같은 단서도 하나 없는 단호하고 단정적인 말.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탈시설이 좋다는 확신에 찬 말.장애운동판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조차 이 말이 얼마나 많은 공격을 받는지 잘 알고 있다. 지난 극우 정권부터 온갖 정책에서 ‘탈시설’이라는 용어가 삭제되었고 탈시설은 권리가 아니라 ‘논란의 여지’가 있거나 ‘시기상조’인 것으로 여겨지니까. 혐오 정치인들은 ‘시설 밖에서 살 수 없는
[편집자 주] 6월 17일, 자립생활을 꿈꾸던 시설 거주인 이훈형 님이 세상을 떠났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훈형 님의 지역사회를 향한 꿈과 의지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왜 그가 오랫동안 시설을 벗어나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 더불어 지금도 시설에 머물고 있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가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비마이너에 글을 보내왔다.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과 누림홈에서 32년간 살았던 이훈형 님이 지난 6월 17일,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시각, 뇌병변 중복
지난 5월 13일, 사회적 이목이 쏠렸던 ‘용인 특수교사 아동학대 관련 사건’ 항소심에서 해당 교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즉시 ‘환영’ 논평을 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핵심은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다시 말해, 법원은 교사의 발언이 학대인지 아닌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단지 증거가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법원의 판결문이 한 아이의 상처받은 마음에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한 사람의 특수교사이자 아동학대 연구자로서, 이 사건이 우리 교육계에 던지는
2024년 12월 14일 국회의 탄핵 소추로 권한이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2025년 1월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80년 이후 44년 만에 계엄령 포고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고,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비롯한 헌법기관을 제압하려 했다. 이로 인해 수백만의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윤석열 퇴진을 외쳤고, 대통령이 파면당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 탄핵 심판의 과정은 6명뿐이던 헌법재판관을 추가로 임명하는 일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임명된 헌법재판관의 성향을 문제 삼
한국사회가 사실상 내전 상태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극우 정치 DNA를 전면화한 국민의힘 지지율은 비상계엄 전의 30%대로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계속 상승세다. 윤석열은 체포·구속되었지만 직전까지도 체포를 철회하고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도 40%를 뛰어넘었다. 대통령과 권한대행 탄핵 국면을 지나 조기 대선 전망 속에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재명은 안 된다’고 여기는 보수층이 결집한 결과라는 진단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보수층 결집을 주도한 것이 12.3 내란을 ‘적법한 통치행위’이자 ‘평화적 계엄’이라고 주장하는
12월 14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 직무와 권한이 중지되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투쟁은 이제 국회의 ‘탄핵소추’를 거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라는 윤석열 파면을 향한 ‘제도적 경로’를 열어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발표한 담화에서 윤석열은 “잠시 멈춰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월 12일 담화에서 밝힌 “비상계엄 선포는 합헌적인 통치행위”이며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던 바로 그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우리는
2023년 1월, 파주시는 ‘성매매 집결지 정비 계획’을 발표하며 용주골에 대한 강제 폐쇄에 착수했다. 2024년 11월에는 4일간의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철거에 나섰고, 성매매 여성들은 파주시의 일방적인 강제철거를 규탄하며 저항했다. ‘집창촌의 단계적 폐쇄·정비’와 ‘집결지 자활지원 사업’의 근거가 되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된 현재도 ‘집결지’라는 오랜 성착취 산업현장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성매매특별법이 제대로 작동해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집결지 폐쇄를 비롯한 나름의 시도들이 성매매특별법에 따라 이어지고 있지만, 이게
지난 11월 9일, 쿠팡 사망 노동자의 유가족들이 시작한 쿠팡 국회 청문회 국민동의청원이 5만 명을 달성했다. 끊이지 않는 쿠팡의 산재 사망 사고에도 사과는커녕 여전히 살인적인 노동강도, 열악한 노동환경을 강요하고 있는 쿠팡의 문제를 제대로 알리고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청문회 요구였다. 하지만 청원을 달성하기 불과 며칠 전 국감 현장에서 나타난 쿠팡의 자회사 쿠팡CLS 대표는 다회전 배송의 폐지도 야간 노동 규제에 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쿠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청문회가 던져야 하는 질문
지난 9월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4대 개혁 과제로 연금개혁을 임기 내 반드시 하겠다고 공언하고 3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정부안이다. 연금기금이 고갈되면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니, 연금기금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현행 보험료율을 올리고 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개혁안이었다. 하지만 미래 세대의 부담만큼이나 현재 은퇴한 세대들의 극심한 빈곤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도 함께 답해야 한다. 국민연금, 바뀌긴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까.
[편집자 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6월 3일부터 10월 30일까지, 100일간 출근길 지하철에서 포체투지(기어가는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지난 25일, 주재영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도 정부와 지자체에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포체투지에 나섰다.그러나 포체투지를 마친 후, 주재영 활동가는 또다시 답답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러 가는 길마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에 대한 참담함을 느껴야 했던 그날의 경험을 담아 주재영 활동가가 비마이너에 직접 쓴 글을 보내왔다.지난 2
“국민의힘은 청년의 힘이 되고 싶다.”지난 9월 24일 정부와 국민의힘이 ‘청년 취업지원 대책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총출동한 자리에서 단연 화두는 ‘쉬었음 청년’이었다. ‘쉬었음’은 취업자와 실업자를 제외한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사람’(통계청)을 지칭한다. 60대 이상을 제외하면 전 연령대 중 청년(만 15세~29세)의 쉬었음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작년부터 크게 증가했다.
9월 26일 국회는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구매, 소지, 저장, 시청하거나 유포 목적이 입증되지 않은 제작 행위도 처벌하는 내용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피해자들의 제보와 언론의 보도로 학교, 지역, 직종별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가 알려진 지 한 달여만이다. 발빠르게 대처한 것처럼 보이지만 국회는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 제정 당시, 불법촬영물 외에도 허위영상물(딥페이크)을 성범죄물로 규정하고서도 ‘유포 목적이 입증된 제작행위’만 처벌하도록 했다. 오히려 지난 4년간 딥페이크 성범죄를 방치한 것이다. 뒤
참사 발생 두 달만에,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난 화재로 23명이 희생된 아리셀 화재 참사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가 발표됐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아리셀 대표를 비롯한 4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에 관한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성장 녹색 산업의 핵심이라며 국가가 온갖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배터리 산업은 확장일로다. 1,2차 리튬전지 업체들은 사업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 그러나 산업의 확장이 곧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