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법 제정 10년, 전면개정 필요
“우리 자녀가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발달장애인법) 전면 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이라고 적힌 파란색 몸피씨를 입은 1000여 명의 장애부모들이 서울시청 서편 2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19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서편에서 전국집중결의대회를 열었다. 부모연대는 2018년 4월, 삭발, 삼보일배, 천막농성 등의 치열한 투쟁을 통해 ‘제1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끌어냈다. 2022년 4월에는 557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삭발과 단식 투쟁을 펼쳤다. 2023년 4월부터는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 기반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며 전국 12개 지역에서 총 3000여 명의 장애부모들이 전국 순회 투쟁을 벌였다. 같은 해 6월에는 600여 명의 부모와 연대단체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발달장애인 참사 종식’을 촉구하며 대통령실 앞까지 오체투지를 벌였다. 11월에는 전국 12개 지역에서 2000여 명이 다시 오체투지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정책의 총체적 부재 속에서 돌봄의 책임은 여전히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겪는 어려움은 발달장애인법 제정 10년을 맞은 2024년에도 반복되고 있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발달장애인법 전부개정을 위한 서명 캠페인’에는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서명하면서 전부개정의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22대 총선에서 발표된 정당별 공약 중 야당의 공약에서는 ‘장애인’ 관련 공약은 없었다. 여당 역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약속했으나,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준수를 위한 기본적인 선언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장애인 관련 정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윤종술 부모연대 대표는 “정부는 올해 6월부터 통합돌봄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나 (이용 가능한 인원이 워낙 적어) 18만 명의 성인발달장애인들은 여전히 갈 곳이 없다”면서 “중증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때까지 투쟁하자”고 외쳤다.
발달장애인법 전부개정안은 △주거생활서비스 △조기개입·조기진단을 포함한 생애주기 지원 △중증발달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주요 골자로 한다. 강정배 부모연대 사무총장은 “‘발달장애인은 일하지 못하니 정부가 정한 일자리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사무총장은 “10년 전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할 때 우리는 많은 희망을 가졌다. 자녀를 살해하고 부모가 죽는 일은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는데 장례식장 조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10년 후엔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지금 만들어 나가자”고 외쳤다.
김남연 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작년 9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관한 문제를 지적하며 발달장애학생의 교육권이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고시에 따르면 발달장애학생의 경우, ‘도전행동’을 일으키면 바로 분리조치될 수 있다. 이는 교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조치이나 현재 특수교육 지원인력, 도전행동에 관한 지원 등이 부재한 상황에서 발달장애학생만을 손쉽게 분리하는 것은 제도의 부재를 발달장애학생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 될 수 있다.
김 서울지부장은 “교권보호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철저한 지원이 있으면 보장될 수 있다”면서 “현재는 장애학생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학교에서 (장애학생 보조인력으로) 쓰라고 강요하는 학교가 대단히 많다. 그걸 왜 학교에서 쓰라고 강요하나. 학교에선 학교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인력뿐만 아니라 특수교사도 너무 부족하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늘었는데 특수교사 정교사율은 현저히 줄어들었다”면서 “22대 국회는 특수교육법을 전면 개정하여 중증발달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김신애 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장은 발달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을 위해 건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특히 “가정 내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활동지원사에 의해 (석션 등) 의료서비스가 가능하기 위한 서비스와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장애인이 두려움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발달장애인과 의사소통하며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 만약 장애 특성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고 집에 누워만 있다면, 집에 찾아오는 방문 재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법 전부개정’을 촉구하는 대형 현수막을 펼치며 결의대회를 마무리지었다. 현수막에는 “만인선언. 우리는 요구한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인간다운 삶을. 발달장애인법 전면 개정하라”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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