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생명의샘 교회, 미신고시설 운영하며 아동 학대
지자체에 문 두드려도, 가정위탁 대신 시설입소 권해
20년 전에 멈춰있는 미신고 아동시설 대응… 전수조사도 안 해
미신고시설 없어서 데이터 없다? ‘베이비박스’는 모르쇠

17일 오후 2시,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 등의 주최로 ‘미신고 아동복지시설 문제로 바라본 아동보호체계의 공백’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채널 ‘김상희TV’에서 온라인 생중계됐다. 사진출처 김상희TV
17일 오후 2시,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 등의 주최로 ‘미신고 아동복지시설 문제로 바라본 아동보호체계의 공백’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채널 ‘김상희TV’에서 온라인 생중계됐다. 사진출처 김상희TV

“전 국민이 알고 있는 미신고시설이 있습니다. 바로 베이비박스입니다. (복지부는) 미신고아동시설이 없다고 하셨는데 베이비박스, 정말 모르셨습니까?” _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최근 서울의 한 교회에서 불법으로 운영하는 미신고시설에서 아동학대 사실이 알려져 미신고 아동시설의 문제점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이에 지난 17일 오후 2시,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 등의 주최로 ‘미신고 아동복지시설 문제로 바라본 아동보호체계의 공백’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채널 ‘김상희TV’에서 온라인 생중계됐다.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서초 생명의샘 교회가 운영하는 미신고시설로 연결됐다. 사진출처 프립 홈페이지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 서초 생명의샘 교회가 운영하는 미신고시설로 연결됐다. 사진출처 프립 홈페이지

서초 생명의샘 교회, 미신고시설 운영하며 아동 학대 드러나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생명의샘 교회가 운영하는 미신고시설에서 그동안 아동 학대 및 사망 사건이 일어났던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미신고시설은 지난 2019년부터 주사랑공동체의 베이비박스나 자체 상담을 통해 만 2세 이하 아동 10명을 인계받아, 3명의 직원과 다수의 자원봉사자가 돌보고 있었다. 그러나 돌봄 과정에서 아동에게 악한 영이 있다며 ‘안수기도’를 하며 손으로 때리거나, 아동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방에 가두고, 성희롱적 발언까지 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5월에는 해당 미신고시설에서 ㄱ 아동이 질식사한 사건이 밝혀졌지만, 피해아동 가족이 경찰의 권유로 합의한 뒤 기소유예 처분으로 마무리되어 버렸다. ㄴ 아동의 경우, 시설에서 생활하다 원가정으로 돌아간 지 1개월도 지나지 않아 양육자의 극심한 학대로 사망했다. ㄷ 아동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해당 미신고시설의 직원으로부터 극심한 학대에 노출되었다가, 양육이 어렵다는 이유로 장애인복지시설로 전원되기도 했다.

사건을 처음 제보받은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아래 엑시트)가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단법인 두루 등 관련 인권 단체들과 함께 대응에 나서자, 언론을 통해 해당 미신고시설의 정체가 뒤늦게 드러났다. 현재 피해아동은 미신고시설에서 벗어나 보호조치를 받고 있으며, 경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다. 생명의샘 교회는 지난 5월 폐쇄됐다.  

박유리 엑시트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김상희TV
박유리 엑시트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김상희TV

박유리 엑시트 활동가는 그동안의 대응 과정을 보고하며 “생명의샘 교회는 취미개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봉사활동가들을 모집했으며, 영유아에 대한 주의사항도 없이 코로나19 시기에도 지속해서 운영했다”며 “목사는 봉사자들에게 국가의 아동보호체계 속 사각지대 아동을 돌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시설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자체에 문 두드려도, 가정위탁 대신 시설입소 권해 

문제가 된 미신고시설이 폐쇄되자 아동들은 아동일시보호시설로 임시 전원조치됐다. 2021년 아동보호서비스 업무매뉴얼에 따르면, 보호대상아동의 경우 원가정 보호가 어려울 시, ‘국내 입양(친권 포기 시)→가정위탁→공동생활가정→아동양육시설’ 순으로 조치가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초구청은 보호자와의 면담에서 매뉴얼을 무시한 채 공동생활가정이나 24시간 어린이집을 제안했다. 보호자가 거듭 가정위탁을 요청하자, 서초구청은 신청 대기시간이 오래 걸리니 시설로 보내라며 보호자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복지부는 작년 5월, 일반 가정위탁 확대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체감할 수 없었다.  

2021 아동보호서비스 업무매뉴얼. '국내 입양(친권 포기 시)→가정위탁→공동생활가정→아동양육시설' 순서로 업무 조치를 안내하고 있다. 
2021 아동보호서비스 업무매뉴얼. '국내 입양(친권 포기 시)→가정위탁→공동생활가정→아동양육시설' 순서로 업무 조치를 안내하고 있다. 

박 활동가는 “국가는 아동을 시설로 내몰고 있다. 아동이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시기에 대규모시설은 대안이 될 수 없다”라며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곳곳이 비어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아동 및 청소년기에 학대 피해를 본 뒤에는 폭력에 노출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는 아동과 가족에게만 짐 지우지 말고, 매뉴얼에 따라 안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호대상 아동이 매뉴얼에 따른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윤경애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아동복지팀장은 “지자체나 구청 현장에서의 답변이 더 중요하지 않나. 서울시에서는 개입의 여지가 많지 않다”며 서울시의 책임을 회피했다. 이어 윤 팀장은 “현재는 미신고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점검의 부재로 정확한 실태파악이 어렵고 사각지대가 존재해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인정하며 “서초구 미신고시설 사건 이후, 지난 5월~7월까지 재발방지를 위한 미신고시설 전수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결과에 대한 공개 여부는 확답하지 않았다. 

20년 전에 멈춰있는 미신고 아동시설 대응… 전수조사도 안 해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김상희TV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김상희TV

미신고 아동시설은 당연히 불법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신고를 하지 않고 아동복지시설을 설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강정은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1981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미신고시설에 대한 벌칙규정이 마련되었다. 주목할 점은 이때부터 지난 40년간 벌칙규정 벌금만 소폭 상향되었을 뿐 그 내용은 그대로 두었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미신고 아동시설에 대한 아무런 입법적 조치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현재 미신고 아동시설에 대한 국가의 대응은 2000년대 초반에 멈춰있다. 지난 2004년 복지부의 미신고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총 134개의 미신고시설이 있으며 생활자는 1,767명, 수급자는 1,033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후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2005년에는 미신고시설에 대한 양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강 변호사는 “최근 복지부는 지침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통한 미신고시설 조사를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지침일 뿐 현장에서 실제로 아동복지시설 조사가 실시된 사례가 있는지 확인은 어렵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미신고시설 벌칙규정에 따라 미신고시설 관리 이행상황을 점검하거나 실제로 벌칙을 가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강 변호사는 “국가는 아동이 미신고시설에서 학대되고 타 시설로 전원되는 가운데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았으며, 아동이 전원된 시설에서 욕구와 특성이 고려된 채 안전하게 생활하는지도 묻지 않았다”며 “아동을 보호할 책무는 국가에 있다. 미신고시설로 더 이상 아동이 유입되지 않도록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부터 아동보호시스템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김상희TV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김상희TV

아동보호체계 문제의 심각성이 계속 드러나자 한부모 당사자들은 위기가정을 긴급하게 지원하고, 시설중심의 정책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의 안전망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부모가 베이비박스를 찾은 이유는 경제적으로 생계유지가 어렵거나, 거주가 불안정 한 경우, 혹은 한부모로 남겨지는 경우가 많다. 원치 않은 임신이나, 장애 및 미숙아로 태어난 경우에도 베이비박스를 찾게 된다. 위기상황에 처한 양육자가 공공에 가장 먼저 문 두드릴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사무국장은 “게다가 한부모단체에 접수된 제보 중에는 미신고시설이 아닌, 인가를 받은 시설도 안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을 비롯해 복지시설의 외주화 정책은 비리의 온상이 되었다. 아동을 최우선으로 두고 모두가 평등하다는 인권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미신고시설뿐 아니라 신고시설에서도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하 발바닥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김상희TV
김정하 발바닥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김상희TV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도 오 사무국장의 발제에 동의하며 “그래서 장애인운동에서는 시설 존재 자체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탈시설 운동을 하게 되었다”고 입을 열었다. 

김 활동가는 “미신고시설은 ‘열악하다’는 특징으로 쉽게 후원 물품을 받고,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선량한 마음으로 불법적인 미신고시설을 유지시킨다. 신고를 하면 후원이 끊기니 열악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는 복지가 아닌 사업이자 사기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미신고시설의 존재를 알고도 방치한 주체는 바로 지자체와 정부다. 김 활동가는 “활동을 하며 경험한 미신고시설에 대한 공통점은 지자체가 대부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있어도 처벌이 크지 않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계속 방치되고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라며 “미신고시설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나아가 지금의 시설 신고제가 과연 맞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활동가는 “현재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005년 당시, 미신고시설 양성화 지침 사업을 담당했던 과장이었다. 당시 진행했던 정책으로 인한 왜곡된 역사가 지금까지 오고 있다. 장관 자리에 있을 때 당사자로서 책임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미신고시설 없어서 데이터 없다? ‘베이비박스’는 모르쇠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신고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회피하는 복지부의 거짓말이 탄로 나기도 했다. 

박상진 복지부 사무관은 “아동복지시설에서의 탈시설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 탈시설은 영구적으로 생활하는 환경이지만, 아동시설은 언제든 나가서 생활할 수 있게 되어있지 않나. 시설이 무조건 안 좋다기보다는, 예전보다 아동을 위해 더 지원하고 선입견없는 시설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사무관은 “복지부가 미신고시설에 대한  데이터를 왜 내놓지 않냐고 하는데, 2006년 이후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을 펼치면서 지자체가 관리하는 미신고 아동시설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답변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내용과 어긋난다. 지난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한국에 대한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를 통해 ‘종교단체가 운영하면서 익명으로 아동유기를 허용하는 베이비박스를 금지하고 구체적인 탈시설계획을 통해 시설보호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신고시설인 베이비박스는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박상진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 사무관이 침묵하고 있다. 사진출처 김상희TV
박상진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 사무관이 침묵하고 있다. 사진출처 김상희TV

‘미신고시설이 없기 때문에 데이터가 없다’는 복지부의 변명에 김정하 활동가는 “전 국민이 알고 있는 미신고시설이 있다. 바로 베이비박스다. 베이비박스, 정말 모르고 있었나”고 반문하며 “지금이라도 알았다면 앞으로 베이비박스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크게 당황한 복지부 사무관들은 긴 침묵을 유지한 채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어 김 활동가는 토론에 참석한 두 사무관에게 “시설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에 추상적으로만 알 뿐 현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 시설에 사는 당사자의 심정으로 깊은 고민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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