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위한 토론회 열려
장애인 당사자들, 누리콜 문제점 지적했지만…
세종시는 효율을 이유로 기존 운영방침 고수

세종시 장애인콜택시 누리콜의 모습. 차 겉면에 ‘세상을 이롭게,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 세종도시교통공사, 세종누리콜, 1899-9042, 세종특별자치시’ 등의 정보가 적혀 있다. 사진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세종시 장애인콜택시 누리콜의 모습. 차 겉면에 ‘세상을 이롭게,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 세종도시교통공사, 세종누리콜, 1899-9042, 세종특별자치시’ 등의 정보가 적혀 있다. 사진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세종시가 장애인콜택시 ‘누리콜’의 야간 미운영 입장을 고수했다. 밤 11시 이후에는 고객이 없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장애계는 “야간에 택시 승객이 적은 건 비장애인도 마찬가지이지만 비장애인은 이동권 제한을 받지 않는다”며 즉각 반발했다.

세종시는 이 같은 입장을 17일 오전 10시 30분, 세종시 보람동 세종시의회에서 열린 ‘세종시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민관 합동 대토론회’에서 밝혔다.

토론회 현장. 사회자와 토론자가 한 줄로 앉아 있다. 전광판에는 ‘세종시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민관 합동 대토론회’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토론회 현장. 사회자와 토론자가 한 줄로 앉아 있다. 전광판에는 ‘세종시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민관 합동 대토론회’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 승용차는 5대 늘리고 특별교통수단은 5대 놀리는 세종시… 증차 효과 없어

3년 넘게 누리콜 운전원으로 근무 중인 강태훈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세종장차연) 공동대표가 누리콜의 장애인권 침해적 요소를 조목조목 짚어 설명했다.

가장 먼저 지적한 문제점은 누리콜 수가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심지어 법정대수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은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중 휠체어 탑승설비가 장착된 차량) 수를 중증장애인 150명당 1대로 규정한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세종시에 사는 중증장애인은 4525명이다. 특별교통수단은 최소 31대가 있어야 한다. 현재 세종시 특별교통수단 수는 20대다. 이마저도 5대는 유휴차량이라 운행되지 않아 사실상 15대다.

특별교통수단 수가 매우 모자란데 유휴차량 5대는 왜 생긴 걸까. 현재 세종시는 누리콜 지정차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운전원 1명이 차 1대만 운행하고 차고지에 반납하는 ‘1인 1차제’를 말한다.

교대 근무 시 퇴근하는 운전원이 출근하는 운전원에게 차를 넘겨주는 구조여야 더 많은 차량이 운행될 수 있다. 하지만 지정차량제에서는 운전원이 퇴근하면서 차를 바로 차고지에 반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증차를 해도 효과가 떨어진다.

강태훈 공동대표가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강 공동대표 옆에 수어통역사가 있다. 사진 전장연
강태훈 공동대표가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강 공동대표 옆에 수어통역사가 있다. 사진 전장연

강태훈 공동대표에 따르면, 세종도시교통공사는 누리콜 운영을 맡은 후 승용차 수를 5대 늘렸다. 하지만 지정차량제 때문에 증차 효과가 전혀 나지 않고 있다. 세종도시교통공사 이후 실제 운행 대수는 1대 줄었으며 일일 운행량(누리콜 한 대가 하루에 승객을 태우는 횟수)은 4.5회에서 6.28회로 단 1.78회 증가했을 뿐이다.

강 공동대표는 “민간단체가 위탁운영을 맡았을 때보다 퇴보한 수준이다. 세종시 장애인은 차량 부족을 호소하는데 세종시는 효율을 이유로 지정차량제를 고수하고 있다. 차량에 흠집이 나는 등 파손 시 운전원에게 책임을 쉽게 묻기 위해 지정차량제를 운영하는 거라 보고 있다. 유휴차량 5대 또한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처럼 효율을 내세운 운영방식은 즉시콜 도입의 방해 요인이 된다”고 성토했다.

강태훈 공동대표는 24시간 미운영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세종시는 “새벽 긴급 상황 시 구급차량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야간에는 누리콜을 운영하지 않는다. 강 공동대표는 “최중증장애인에게는 야간에 이용 가능한 대체 이동수단이 없다. 이동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다. 매우 심각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구급차를 이용하라는 말에 강 공동대표는 “장애인은 아파야만 밤에 이동할 수 있다는 건가. 특별교통수단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반인권적 발상이다.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문경희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구급차 보신 분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소현 주무관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김소현 주무관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 세종시, 쏟아지는 지적에도 ‘효율’ 강조하며 장애인 이동권 외면

이처럼 누리콜을 향한 지적이 쏟아졌지만 세종시는 야간 미운영과 지정차량제를 고수했다. 김소현 세종시 건설교통국 교통기획 주무관이 “밤 11시 이후에는 누리콜 이용률이 낮은 상황”이라며 야간 미운영 입장을 확고히 하자 객석에 있던 한 시민이 즉각 반발하기도 했다. 그는 “야간에 승객 수가 적은 건 비장애인도 같다. 그렇지만 비장애인은 이동권 제한을 받지 않는다. 누리콜을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건 인권침해적인 건데, 세종시 주무관이 그렇게 말하니 당황스럽다”고 지적했다.

지정차량제로 인해 증차 효과가 떨어진다는 질문에 김소현 주무관은 “사고 대비해 유휴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정차량제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대 시 시간이 오래 걸려 오히려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강태훈 공동대표가 “민간단체가 운영할 때는 교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다. 운전원이 운행기록을 수기입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지를 제출만 하면 되고 교대하는 데 5분도 안 걸린다”고 반문했다. 그러자 김 주무관이 “5분이나 소요된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다. 강 공동대표가 “교대 시간 5분 때문에 지정차량제를 고수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으나 김 주무관은 답변하지 않았다.

강용관 사무관(제일 오른쪽)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강용관 사무관(제일 오른쪽)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 국토부 “장콜 지역 간 편차 줄이기 위한 국가 시스템 만들 것”

문경희 소장은 장애인콜택시가 지역 간 이동이 안 되는 현실을 설명했다. 문 소장은 “충청북도 옥천에 가기 위해선 이틀 전 오전에 대전에 가는 누리콜을 예약해야 한다. 누리콜은 옥천에 가지 않는다. 속 터지지만 누리콜을 타고 대전에 가서 대전 장애인콜택시를 갈아타고 옥천에 가야 한다. 세종시와 옥천군은 왕복 한 시간이면 가능한 거리인데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로 3~4시간을 길에 허비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이 장애인콜택시의 지역 간 편차를 줄이는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 이후 국회 논의가 단 한 차례도 없었으나 장애계 투쟁 끝에, 이달 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가 열려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지역별로 상이한 장애인콜택시 운영기준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용관 국토부 생활교통복지과 사무관은 “현재 제4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22~2026)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콜택시의 지역 간 원활한 이동을 위해 국가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 100억 정도를 확보했다. 그래서 장애인콜택시를 서너 번 갈아타는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