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능력평가로 무리하게 일자리에 참여한 고 최인기 씨 사망 사건
법원, 수원시·연금공단 항소에 ‘기각’ 결정

지난 2019년 10월 22일 수원지법에서 한국판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소송이라 불리는 고(故) 최인기 씨 사건의 변론기일이 열렸다. 재판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비현실적인 근로능력평가와 강제노동이 빈곤층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고 최인기님의 죽음에 사죄하라”고 든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지난 2019년 10월 22일 수원지법에서 한국판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소송이라 불리는 고(故) 최인기 씨 사건의 변론기일이 열렸다. 재판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비현실적인 근로능력평가와 강제노동이 빈곤층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고 최인기님의 죽음에 사죄하라”고 든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한국판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소송이라 불리는 고(故) 최인기 씨의 사건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다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수원시와 연금공단의 책임을 재확인 확인함으로써, 근로능력평가의 기만적 운영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방법원은 29일 고 최인기 씨의 사망에 대해 수원시와 국민연금공단(아래 연금공단)의 항소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법원은 ‘피고 수원시와 연금공단은 고 최 씨의 부인 곽혜숙 씨에게 1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수원시와 연금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한 바 있다.  

이에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29일 성명을 통해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억울한 죽음에 대한 사과를 받지 못한 채 재판장에 서야 했던 유족의 마음을 알면 그저 기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의 권리로서의 복지를 이행하는 국가의 책임과 의무가 무엇인지 밝힌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짚었다.

공동행동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근로능력평가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근로능력평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탈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공동행동은 “근로능력이 있다고 평가받았지만 만성질환이나 병명이 불명확한 통증으로 일자리 참여가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개인의 상황과 조건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가 고 최인기 님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급자들의 경험과 상태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근로능력평가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더불어 자활일자리를 더 좋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길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수원에 살던 고 최인기 씨는 2005년 심장 대동맥을 치환하는 큰 수술을 받은 후 일할 수가 없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2008년에는 2차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2013년 11월, 갑자기 ‘근로능력있음’ 판정을 받으면서 조건부 수급자가 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는 자활사업에 참여해야만 수급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최 씨는 ‘일하기 어렵다’고 항변했으나 일을 하지 않으면 수급권을 박탈당한다는 압박 속에서 2014년 2월부터 강제로 일자리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부종과 쇼크로 병원에 입원했고, 2014년 8월 28일 끝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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