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행정심판위, ‘인권위 차별 기각’ 취소 결정
‘발달장애인 자기결정권, 과도하게 금지했다’고 판단
‘장애인 차별’ 판단은 유보… 제한에 대한 합리적 사유 제시해야
장애계 “합리적 사유 있다고 자기결정권 제한 정당화 안 돼”

자폐성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조수석 탑승 거부가 ‘장애인차별이 아니’라던 인권위 결정이 취소돼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9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행정심판위원회(아래 행정심판위)는 기각 결정(19-진정-0963500)에 대한 취소를 재결했다. 이에 장애계는 환영하며, 인권위의 차별 결정을 촉구했다. 

자폐성장애인 ㄱ 씨(당시 19세)는 지난 2019년 8월 27일, 장애인콜택시 조수석 탑승을 거부당했다. 운전기사는 위험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ㄱ 씨는 장애인콜택시 이용 시에는 늘 조수석에 탑승했고, 이는 그의 일상적 행동이었다. 장애인콜택시 운전원은 서울시설공단 지침에 ‘발달장애인은 조수석 착석 금지’를 정해놨다며, 탑승마저 거부했다. ㄱ 씨는 일반 택시에서도 조수석에 탑승했고 거절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 장애인콜택시 착석 금지 제한’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을 규탄하고, 조속한 행정심판 결정을 촉구했다. 사진 허현덕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 장애인콜택시 착석 금지 제한’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을 규탄하고, 조속한 행정심판 결정을 촉구했다. 사진 허현덕

지난 2019년 12월 19일, ㄱ 씨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은 서울시설공단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차별진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29일 인권위는 차별이 아니라며 진정을 기각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25일 ㄱ 씨 등은 인권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행정심판위는 마침내 장애인 차별 진정 기각 결정에 대한 취소를 재결했다.

행정심판위는 재결서에서 발달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조수석 탑승금지가 헌법 제10조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행위이고, 동시에 발달장애인의 개별적 특성과 피해자의 자기결정권을 덜 제한하는 방법에 대한 고려가 없이 과도하게 금지했다고 보았다. 비슷한 사례로 ‘수영장 이용 시 동성 보호자가 없다며 장애인 입장 거부(2019)’와 ‘발달장애인의 일반 승마체험 참여 제한(2019)’ 등을 예로 들었다. 인권위는 이들 진정을 모두 차별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행정심판위는 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는 합리적 사유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장애인 차별’ 판단은 유보했다. 가령 조수석 거부에 앞서 ‘발달장애인의 특성 및 조수석에서 발달장애인이 상동행동을 하는 경우 운전에 미치는 위험성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포함한 조사’가 이뤄졌다면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는 뜻이다.    

장추련은 7일 성명을 통해 “이번 취소 결정에서 차별판단을 정확히 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이는 언제든지 합리적 사유가 있다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여전히 우리사회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편견과 선입견이 만연하여 발달장애인의 안전과 보호를 이유로 권리를 보장하고 옹호하기보다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차별 장벽이 곳곳에 놓여 있다”라며 “인권위는 이번 기각 취소 재결에 따른 차별결정을 하루 빨리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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