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위험하다’ 장콜 보조석 탑승 거부한 서울시설공단
인권위, ‘장애인 차별 아니다’ 판단… 장애계 규탄
차별 진정 기각에 행정심판 청구했지만, 7개월째 묵묵부답으로 일관
인권위 규탄하는 610명의 서명 담긴 항의서한 전달

장애인권단체는 ‘장애인콜택시 보조석에 발달장애인 탑승 제한이 차별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인권위를 규탄하는 610명의 항의 서한을 인권위에 전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 장애인콜택시 착석 금지 제한’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을 규탄하며, 조속한 행정심판 결정을 촉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 장애인콜택시 착석 금지 제한’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을 규탄하고, 조속한 행정심판 결정을 촉구했다. 사진 허현덕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 장애인콜택시 착석 금지 제한’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을 규탄하고, 조속한 행정심판 결정을 촉구했다. 사진 허현덕

- 카카오택시 보조석은 되는데, 장콜 보조석은 안 된다?

자폐성장애인 ㄱ 씨(당시 19세)는 지난 2019년 8월 27일, 장애인콜택시 보조석 탑승을 거부당했다. 운전기사는 위험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ㄱ 씨는 장애인콜택시 이용 시에는 늘 보조석에 탑승했고, 이는 그의 일상적 행동이었다. 그러나 장애인콜택시 운전원은 서울시설공단 지침에 ‘발달장애인은 보조석 착석 금지’를 정해놨다며, 탑승마저 거부했다.

서울시설공단 측은 “발달장애인이 안전하게 보조석에 앉을 수 있는 방법을 (장추련 등) 장애인권단체에서 알려주면 방법을 마련하겠다”며 책임을 미루기도 했다.

이에 ㄱ 씨와 장추련은 같은 해 12월 19일, 인권위에 서울시설공단을 장애인 차별로 진정했다. 명백한 ‘선택권 제한 차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6월 29일 인권위는 장애인 차별이 아니라며 기각했다. 결정문에 적힌 이유는 아래와 같다. 

‘탑승 시 어느 좌석에 앉을 것인지는 자기결정권의 한 영역으로 존중되어야 하고 비장애인들의 욕설이나 폭행 등의 사건들과 비춰보아도 특별히 위험하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 콜택시의 기본 목적이 중증장애인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편의를 제공하여 장애인의 사회 참여 확대를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해야 하는 책임이 특별교통수단 운영자에 있고 이는 이동을 거부하거나 제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승헌 장추련 활동가는 “장애인콜택시 보조석에 앉지 못했던 ㄱ 씨는 카카오택시 보조석에 아무런 제지 없이 타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위험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지만 발달장애인 때문에 사고가 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라며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스스로 장애감수성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인권은 진행형입니다”, “정말 안전을 위한다면 운전석에 칸막이를 만들어야죠. 왜 제한을 하나요”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기자회견 참가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스스로 장애감수성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인권은 진행형입니다”, “정말 안전을 위한다면 운전석에 칸막이를 만들어야죠. 왜 제한을 하나요”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 인권위 행정심판 청구 7개월째 묵묵부답… “빠른 판단하라”

장추련은 지난해 10월 26일 인권위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인권위 산하에 있는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인권위가 스스로 판단을 잘못했다는 걸 깨닫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권위는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에서도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권위가 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에는 서울시설공단뿐 아니라 △인천교통공사는 자폐성장애인이 발로 차 운전원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CCTV 설치 △부산시설공단은 모든 유형의 장애인에게 보조석 탑승 금지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교통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고 발생 시 탑승자뿐만 아니라 상대차량 등 피해 범위가 클 수 있어(중략) 발달장애인이 보조석에 탑승하면 그게 어렵기에 거부하는 것이 정당하다’라고 밝혔다. 

나동환 장추련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이 특별히 위험한 존재라고 판단하는 것은 뿌리 깊은 편견의 결과다”라며 “발달장애인 보조석 착석으로 인하여 운전원이 정말 안전하지 않았다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가로막을 게 아니라 어떠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되는지를 따져야 되는 게 인권위의 진정한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7개월째 행정심판 판단을 내리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행정심판법에 따르면 행정심판 청구는 시 3개월 안에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인권위는 심리 연기통지서만 보내왔다. 

나 변호사는 “인권위는 행정심판 건수가 많아서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처리할 건수가 많다면 행정심판위원회 규칙에서 정한대로 위원회 수를 늘려서라도 심리가 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라며 조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나동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나동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오상만 가온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일반택시에서 매년 주취 폭행이 300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주취 폭행이 있다고 해서 보조석 탑승 자체를 막지 않는다”라며 “발달장애인이 보조석에 타면 위험하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차별적인 생각과 선입견으로 발달장애인의 선택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탄했다. 

김대범 한국피플퍼스트 활동가는 “발달장애인의 선택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를 빼앗는 지침에 동조한 인권위의 판단은 잘못됐다. 사회적 약자 편에 서야 할 인권위는 어디 갔는가”라며 “7개월 전 이 자리에서 ‘발달장애인의 정당한 권리 표현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고 외쳤지만 그대로다. 인권위는 각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610명의 서명이 담긴 항의진정서를 인권위에 전달했다. 항의진정서에는 “장애인을 문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건 엄연한 차별입니다”, “운전석에 칸막이 설치하는 방법도 있는데 안전하기 위해 발달장애인 결정권을 무시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입니다”, “인권위는 스스로 장애감수성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인권은 진행형입니다. 낡은 사고방식에서 깨어나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자회견 직후, 이들은 ‘장애인콜택시 보조석에 발달장애인 탑승 제한이 차별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인권위를 규탄하는 610명의 서명이 담긴 항의 서한을 인권위에 전달했다. 사진 허현덕
기자회견 직후, 이들은 ‘장애인콜택시 보조석에 발달장애인 탑승 제한이 차별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인권위를 규탄하는 610명의 서명이 담긴 항의 서한을 인권위에 전달했다.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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