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삭발결의자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 답변을 촉구하며 매일 아침 8시, 삭발 투쟁을 합니다. 장소는 인수위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3호선 경복궁역 7-1 승강장(안국역 방향)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삭발 동지가 된 권달주 대표와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밝게 웃고 있다. 사진 이슬하
삭발 동지가 된 권달주 대표와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밝게 웃고 있다. 사진 이슬하

사랑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너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전장연의 활동가로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기도 하고 앞으로 더 ‘빡세게’ 투쟁해야 하는구나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대표로 활동을 하면서 중앙정부보다는 경기도와 31개 시군을 쫓아다니며 경기도 장애인의 자립생활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를 수없이 전달했고 투쟁했습니다. 그때마다 들어야 했던 공무원들의 답변은 늘 같았습니다. 정부도 하지 않고 있는데 지방에서 무슨 예산이 있어서 활동지원 24시간을 제공하고 탈시설을 지원하냐는 답뿐이었습니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9월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선언문’을 선포했습니다. 정권이 바뀐다고 도지사가 바뀐다고 장애인의 삶이 달라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선거기간에는 수많은 정책들을 약속하지만 그것들은 늘 예산을 담보하지 않은 모래성 같은 약속에 불과했습니다.

권달주 대표가 몸에 두른 흰 천에 “예산 없이 권리없다.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를 위한 인수위의 답변을 촉구한다”고 적혀 있다. 권 대표의 어깨에 쇠사슬이 감긴 사다리가 내려오고 있다. 사진 이슬하
권달주 대표가 몸에 두른 흰 천에 “예산 없이 권리없다.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를 위한 인수위의 답변을 촉구한다”고 적혀 있다. 권 대표의 어깨에 쇠사슬이 감긴 사다리가 내려오고 있다. 사진 이슬하

장애인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헌법이 보장한 이동의 자유를 온전하게 누릴 당연한 권리가 있습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특별한 노력이나 불편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기본 생존권과도 직결되는 가장 보편적인 권리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문명적인 국가라면 정부가 이 당연한 권리를 온전하게 보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지하철을 타며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으니 대한민국이야말로 비문명적이지 않습니까? 

권달주 대표가 사다리 한 칸에 얼굴을 집어넣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이슬하
권달주 대표가 사다리 한 칸에 얼굴을 집어넣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이슬하

내가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는 저상버스 도입률이 20%도 못 미칩니다. 또한 장애인의 이동을 위해 마련된 특별교통수단은 경기도 내 31개 시군마다 운영지침과 비용도 다릅니다. 어떤 지역은 경기지역 내는 어디든 특별교통수단으로 이동이 가능하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콜택시를 부를 수 있는가 하면, 어떤 지역은 해당 지역이 아니면 수도권뿐 아니라 경기도 내 지역이동조차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틀 전에 예약을 해야 가능한 지역도 있고 저녁 7시 이후로는 운행대수를 대폭 줄여서 운행을 하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고 있는 장애인은 직장동료들과의 회식이나 퇴근 후 여가생활은 꿈을 꾸기도 어렵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이동권을 포함한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예산이 수반돼야 합니다.

전장연의 투쟁은 비단 이동권 보장만이 아니라 교육권과 탈시설 및 노동권 등을 포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하라는 요구를 분명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및 협약의 일반논평에 포함돼 있는 내용입니다.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투쟁은 국제협약을 비준하고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는 정부와 정치인들의 책임입니다.

권달주 대표가 혜화역 승강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의 뒤로 승강장에 도착한 지하철이 보인다. 지하철 문 옆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피켓이 붙어 있다. 사진 이슬하 
권달주 대표가 혜화역 승강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의 뒤로 승강장에 도착한 지하철이 보인다. 지하철 문 옆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피켓이 붙어 있다. 사진 이슬하 

사실에 대한 이해도 없이 시민을 갈라치기하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장연의 투쟁을 ‘시민을 볼모로 하는 떼쓰기’ 취급하며 우리에게 당장 멈추라 경고하고 있지만, 나는 이 자리를 빌려 이준석 대표에게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싶다면 정치를 당장 그만두라고 경고하겠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예산 마련을 위해 차기 여당 대표로서 할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낙상 사고로 장애인 부부가 사망한 지 2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의 이웃 가운데 누군가는 죽음을 각오하고 위험천만한 리프트에 몸을 맡기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 앞에서 일상의 삶을 포기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더는 이러한 현실 앞에서 기다릴 수 없습니다. 21년을 외쳤습니다. 이제 차별을 멈추어주십시오.

4월 1일, 세 번째 삭발결의자로 나선 권달주 대표가 눈을 감은 채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4월 1일, 세 번째 삭발결의자로 나선 권달주 대표가 눈을 감은 채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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