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장애인 150명, 전북도청 앞에서 장애인권리보장 촉구
지하철 없는 전북, 저상버스 열악해 특별교통수단에만 의지
전주 외 지역은 특별교통수단 24시간 운영 안 돼 

전북 장애인 150여 명이 전북도청 앞에서 장애인콜택시에 사다리와 쇠사슬을 묶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쳤다. 사진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전북 장애인 150여 명이 전북도청 앞에서 장애인콜택시에 사다리와 쇠사슬을 묶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쳤다. 사진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유승권 전북420투쟁단 집행위원장이 사다리와 쇠사슬을 건 채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유승권 전북420투쟁단 집행위원장이 사다리와 쇠사슬을 건 채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서울은 지하철 엘리베이터 도입률을 말하지만, 전북에는 지하철 없습니다. 저상버스가 한 대도 다니지 않는 지역이 대다수입니다. 전북에서는 전주만 24시간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합니다. 장애인콜택시 운영시간도 각자 달라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전북도는 지역에 예산만 주면 책임이 없다는 식의 말만 합니다. 전북도가 정말 책임이 없습니까?” (유승권 전북420투쟁단 집행위원장)

전북 장애인 150여 명이 전북도청 앞에서 장애인콜택시에 사다리와 쇠사슬을 묶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쳤다. 이들의 손에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특별교통수단 24시 운영, 즉시콜, 광역이동 보장하라’, ‘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의무화 이행하라!’라고 쓴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전북420투쟁단)은 22일 전북도청 앞에서 투쟁 선포식을 열고, 이동권을 비롯한 장애인권리보장에 관한 요구안을 전북도에 전달했다. 전북도는 적어도 5월 초까지 면담 날짜를 정하기로 약속했다.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22일 전북도청 앞에서 투쟁 선포식을 열고, 이동권을 비롯한 장애인권리보장에 관한 요구안을 전북도에 전달했다. 사진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22일 전북도청 앞에서 투쟁 선포식을 열고, 이동권을 비롯한 장애인권리보장에 관한 요구안을 전북도에 전달했다. 사진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장콜 기다리는 데만 1~2시간, 주말에는 운행 안 하는 곳도

국토교통부통계누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북도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23.5%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전북의 14개 시·군 중에서 전주, 군산, 익산, 정읍 등 5곳을 제외한 9곳은 저상버스가 한 대도 다니지 않는다. 전북도는 내년에야 나머지 지역에 저상버스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특별교통수단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1년 기준으로 법정대수 100%를 충족한 곳은 전주, 무주, 장수 등 3곳뿐이다. 11곳은 법정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올해 계획에도 법정대수를 충족한 곳은 6곳밖에 없다. 전북도는 2023년까지는 법정대수를 충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4시간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하는 곳은 전주뿐이다. 지역 간 장애인콜택시 운영시간도 다르다. 보통 평일에는 오전 6시부터 밤 12시,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해 장애인이 이동할 수 없는 시간이 존재한다. 

장애인당사자인 정유신 씨는 “여전히 한 시간은 예사고 어떤 날은 아예 대기자가 많다는 이유로 밀려서 못 탄다. 우리도 국민의 한 사람인데, 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나?”라며 “같이 일하는 장애인 동료가 장애인콜택시가 없어서 사무실에서 집으로 못 갈 때 가슴이 너무 아프다. 자유롭게 이동하고 교류하며 평등하게 살고 싶다”라고 외쳤다.

전북도는 도로·보행환경 시설 수준도 낮다. 도로·보행환경 시설은 휠체어 이용자를 비롯한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턱이 없는 시설을 말한다. 2020년 ‘제3차 전라북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지원계획 수립용역 자료’에 따르면 기준 적합률이 65.5%, 기준 미적합이 11.4%, 미설치가 23.0%로 나타났다. 

이날 집회가 열린 전북도청조차 울퉁불퉁한 돌이 깔린 길로, 휠체어 이용자가 지나다닐 수 없었다. 이러한 지적에 강영석 복지여성보건국장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돌담길은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 특히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도 다니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부분을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 

전북420투쟁단은 특별교통수단을 총괄하는 김운기 도로교통과장의 면담을 촉구하며, 요구안을 전달했다. 요구안에는 전북도 내 모든 시·군에 △장애인 콜택시 24시간, 365일 운영 △저상버스 법정대수 100% 확보 △저상버스를 마을버스(중형저상버스)로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북도 측은 5월 초까지 면담 날짜를 잡겠다고 약속했다. 

집회 직후 전북420투쟁단은 전북도청에서 민주당전북도당을 경유해, LH전북본부까지 행진하며, 장애인이동권을 비롯한 다양한 장애인 권리보장을 촉구했다. 사진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집회 직후 전북420투쟁단은 전북도청에서 민주당전북도당을 경유해, LH전북본부까지 행진하며, 장애인이동권을 비롯한 다양한 장애인 권리보장을 촉구했다. 사진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이 밖에도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 확대 △정신장애인 동료지원가 사업 지원 △장애인자립생활 예산 증액 △장애친화적 산부인과병원 산후조리원 설치 △탈시설-자립생활 주거지원 △활동지원 추가지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집회 직후 전북420투쟁단은 전북도청에서 민주당전북도당을 경유해, LH전북본부까지 행진하며, 장애인이동권을 비롯한 장애인 권리보장을 촉구했다. 

- 전북 시작으로 광주, 전남 등 장애인 이동권 위한 전국 투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오늘 전북을 시작으로 광주와 전남, 충북, 경북, 강원 등에서도 투쟁할 예정이다. 

올해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개정됐다. 이로써 △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국가 또는 도(道)가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의 이동지원센터 및 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그러나 저상버스 의무 도입은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에만 해당한다. ‘시외·고속버스’는 제외됐다. 또한 도로의 구조·시설 등이 저상버스 운행에 적합하지 않을 시에는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단서조항이 달려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지원도, 의무가 아닌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운영비 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전장연은 ‘장콜원정대’를 꾸려 특별교통수단의 이동지원센터, 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비에 대한 지자체와 국비 지원을 요구하는 전국 총력 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행진하고 있다. 한 참가자가 '거리의 턱을 없애고 인도를 보수하라, 울퉁불퉁한 거리 다닐 수가 없다'라고 쓴 팻말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행진하고 있다. 한 참가자가 '거리의 턱을 없애고 인도를 보수하라, 울퉁불퉁한 거리 다닐 수가 없다'라고 쓴 팻말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참가자들이 든 현수막에는 '특별교통수단 운영예산 국비 지원을 위한 전북특별행동, 전라북도는 특별교통수단 24시간, 즉시콜, 광역이동 보장하라!'라고 쓰여 있다. 사진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참가자들이 든 현수막에는 '특별교통수단 운영예산 국비 지원을 위한 전북특별행동, 전라북도는 특별교통수단 24시간, 즉시콜, 광역이동 보장하라!'라고 쓰여 있다. 사진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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