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예산 중앙정부 책임 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① 이동권
저상버스 목표 도입률,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아
장애인 이동수단에 대한 국비 지원으로 국가 책임 강화해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장애인 이동권 지역 간 차별 철폐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허현덕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장애인 이동권 지역 간 차별 철폐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허현덕

장애인활동가들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지하철에서 오체투지, 삭발투쟁을 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이에 대한 중앙정부 책임 강화를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장애인 이동권 지역 간 차별 철폐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재민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사무국장이 발제를 하고, 임경미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강용관 국토교통부 생활교통복지과 사무관이 토론자로 나섰다. 

- 저상버스 목표 도입률,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아

정부는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에 따라 5년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을 세운다. 여기서 저상버스 목표 도입률 등이 제시된다. 그러나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을 3차까지 마친 현재, 저상버스 목표 도입률이 지켜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의 목표 도입률과 실제 도입률. 이재민 사무국장 발표 자료 캡처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의 목표 도입률과 실제 도입률. 이재민 사무국장 발표 자료 캡처

저상버스 도입률의 1차 목표는 31.5%, 2차는 41.5% 3차는 42%였다. 그러나 실제 도입률은 1차 12%, 2차 22.3%, 3차 27.8%에 그친다. 4차 계획(2022~2026) 목표율은 아직 발표조차 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6월에야 발표할 계획이다.

저상버스의 지역별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의 2020년 교통약자이동편의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인 27.8%에 미치지 못하는 시·도는 부산(27.3%), 인천(22.7%), 광주(25%), 울산(12.3%), 경기(14.1%), 충북(20.1%), 충남(10%), 전북(23.5%), 전남(11.5%), 경북(16.2%), 경남(23.6%) 등 11곳에 이른다. 나머지 6개 시·도 중에서는 서울(57.8%)만 3차 목표치를 넘겼을 뿐, 다른 지역은 평균을 겨우 웃돈다.

저상버스가 하나도 다니지 않는 기초지자체도 많다. 교통약자이동편의실태조사를 위해 자료를 제출한 기초지자체 중 △경기 군포·의왕·안성·연천 △강원도 태백·삼척·동해 △충북 제천 △충남 공주·계룡 △전남 남원 △경북 영주·상주·문경 등 14곳은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다. 이는 자료를 제출한 기초지자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민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사무국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이재민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사무국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이재민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사무국장은 저상버스 운행노선 비율과 보급률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경우 저상버스 운행노선 비율이 80.3%에 이르지만, 차량 보급률은 57.8%에 그친다. 운행노선이 아무리 많더라도 운행하는 저상버스가 적다면 휠체어이용자는 원하는 시간에 제때 이동할 수 없다. 

이 사무국장은 “이동은 연결이 핵심이다. 따라서 노선이든 운행대수 비율이든 100%가 되지 않으면 장애인의 이동권을 완전히 보장할 수 없다.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없다면 이동권은 상실된다”라고 설명했다. 

 - 저상버스·지하철 없는 지역, 특별교통수단에만 의존… 상황은 참혹 

저상버스 도입률이 낮고, 지하철도 없는 지역에서는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별교통수단은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차량을 뜻한다. 국토교통부는 ‘보행이 불편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인당 1대의 특별교통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정대수를 충족하는 지역은 경기, 경남 두 곳뿐이며, 부산(56.4%) 인천(57.3%)은 법정대수의 절반을 겨우 넘겼다.

특별교통수단 법정기준대수 대비 운행률. 이재민 사무국장 발표 자료 캡처
특별교통수단 법정기준대수 대비 운행률. 이재민 사무국장 발표 자료 캡처

법정대수 충족과 함께 중요한 것은 실제 운행되고 있는 차량의 숫자다. 대부분의 지역은 야간에 낮보다 적은 수의 차량만을 운행하거나 아예 운행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지자체마다 특별교통수단 운영에 대한 내용이나 세부 기준이 각기 다른 것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지역으로 특별교통수단의 이동이 불가능한 곳이 많다.

이 사무국장은 “서울에서 운행되는 장애인콜택시는 622대인데, 24시간 622대가 운행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는 전체 차량 중 단 20대만 운행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차량을 운전해야 하는 운전원이 있어야 하며, 이는 운전원의 인건비 문제와 직결된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부산은 장애인콜택시 181대 중 야간 운행하는 차량은 4대뿐이다. 세종시의 경우 야간에는 한 대도 다니지 않는다. 

이 사무국장은 “이번 조사를 하면서 놀랐던 부분은 충남의 15개 지자체 중 야간에 운행하는 지자체는 1곳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충북도 2곳만 야간에 운행을 했다”라며 “늦은 밤 아프거나 가족에게 큰일이 생겼을 때, 장애인은 특별교통수단이 없어 이동할 수 없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현재 대다수 특별교통수단의 지역 간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과 관련해 통합적인 지원체계의 부재가 문제로 지적됐다. 이 사무국장은 “서울에서 시흥은 갈 수 있는데 시흥에서 서울을 못 온다. 전체 지역을 아우르는 이동지원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휠체어이용자가 다른 지역에 갈 때마다 애플리케이션을 깔거나 그 지역에 있는 장애인콜택시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임경미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투쟁을 해서 머리카락이 짧다. 사진 허현덕
임경미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투쟁을 해서 머리카락이 짧다. 사진 허현덕

충북에 사는 임경미 소장은 “옥천은 12년 전에는 아예 특별교통수단이 없었지만, 이제는 6대가 생겼다. 그러나 아직 법정보장대수인 13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충북 영동은 장애인콜택시를 타려면 일주일 전에 전화로 예약해야 탈 수 있다고 한다”라며 “비장애인들은 ‘지하철 안 되면 버스 타면 되잖아’라는 말이 가능하다. 장애인도 그렇게 이동수단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선택지 자체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 장애인 이동수단에 대한 국비 지원으로 국가 책임 강화해야 

이재민 사무국장은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 등의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중앙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를 지자체에서 충족하지 못했을 때 어떠한 제재도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지자체의 과도한 자율성과 중앙정부의 무책임이 공존한다. 저상버스나 특별교통수단 도입을 위한 예산 편성 과정에서부터 중앙정부의 강제는 없다. 두 예산 모두 국비와 지방비가 일정 비율 나눠서 편성되는데, 지자체가 예산이 없어 국비 신청을 하지 않아 결국 저상버스 등이 도입되지 않아도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국비 편성을 아무리 해놓아도 지자체가 신청하지 않으면 예산은 결국 불용처리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교통수단을 비롯한 교통약자 이동수단에 대한 국비지원과 명확한 운영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통약자법,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이 실제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사무국장은 “지난해 12월 교통약자법 개정으로 대·폐차 시 저상버스 의무도입 규정이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저상버스 도입이 어려운 노선’에는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따라서 이 노선이 정말 저상버스가 도입되기 어려운지, 도로 개선을 위한 장치가 필요한지 검토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라며 “무엇보다 중앙정부의 책임성 강화가 필요하다. 장애인 이동수단에 국비를 투입해 실제로 법이나 계획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동권은 서비스가 아니라 권리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왼쪽)과 강용관 국토교통부 생활교통복지과 사무관(오른쪽). 사진 허현덕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왼쪽)과 강용관 국토교통부 생활교통복지과 사무관(오른쪽). 사진 허현덕

반면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중앙정부의 예산 편성보다는 지자체에 더 강한 책임을 묻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모든 장애인 정책은 중앙정부의 책임이었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하는 현재의 장애인 정책이 문제가 없나? 지금까지 계속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하다가 최근 지방정부가 장애인 정책을 주도하게 됐다. 그러면서 장애인 예산이 최근 4년 전부터 굉장히 좋아졌다. 그런데 다시 중앙정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지자체의 책임성 증대를 통해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좀 더 쉬운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지자체 책임성이라는 말은 자율성 증대라는 말과 연결된다. 자율성을 높이면서 책임성도 같이 높이는 것이 최고의 예산 확보 전략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자체에서 남는 예산이 32조가 있다고 한다. 결국 지자체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의 발언에 대해 임경미 소장은 “현장 장애인의 이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발언이다”라며 “지자체에 아무리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기에 중앙정부가 주도해 책임과 권한으로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미 법은 다 마련돼 있지만 그게 실행이 안 되고 움직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특별교통수단에 대한 광역이동과 24시간 운영에 대해서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용관 사무관은 “수요조사 등은 지자체에서 하고 국토부 자체적으로 용역에 착수해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예산이 필요한지를 고민하여 기재부와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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