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차 삭발결의자 이창균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매일 아침 8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지하철역 4호선 삼각지역 1-1 승강장(숙대입구역 방향)에서 진행 중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삼각지역 벽면에 1939년 독일 나치 시절의 T4에 빗대 기획재정부를 비판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당시 독일 나치는 장애인에게 드는 비용이 막대하다는 이유로 장애인 학살을 합리화했다. 사진 박소연
삼각지역 벽면에 1939년 독일 나치 시절의 T4에 빗대 기획재정부를 비판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당시 독일 나치는 장애인에게 드는 비용이 막대하다는 이유로 장애인 학살을 합리화했다. 사진 박소연
이창균 소장이 삭발 전 결의를 밝히고 있다. 사진 박소연
이창균 소장이 삭발 전 결의를 밝히고 있다. 사진 박소연

안녕하십니까? 경기도 평택시 에바다센터에서 활동하는 이창균입니다.

2007년 뇌종양 수술을 받고 후유증으로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 장애인의 삶을 잘 알지 못했고 깊이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장애를 갖게 된 후 첫 번째로,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복직 신청하러 간 자리에서 상사가 “장애를 갖고 있는데 일을 계속할 수 있겠냐”고 했습니다.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하면서 “스스로 일을 그만두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병가를 낸 게 미안하고, 일을 잘 못 할 거라는 상사의 말에 화도 나서 사표를 쓰고 나왔습니다.

종이박스에 “시민 여러분!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게 해주십시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고 적혀 있다. 사진 박소연
종이박스에 “시민 여러분!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게 해주십시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고 적혀 있다. 사진 박소연
삭발하는 이창균 소장. 사진 박소연
삭발하는 이창균 소장. 사진 박소연

이후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음에도 직장을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아니, 구할 수 없었습니다. 선배가 자신과 같이 일해보자고 해서 다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에바다센터에서 활동가로 일하게 되면서 장애를 가진 후 집에만 있었던 기간은 다른 장애인보다는 짧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장애를 갖게 되면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장애의 정도가 심하면 더욱 힘이 듭니다.

서 있는 두 사람의 다리 사이로 윤석열 대통령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판하는 피켓이 보인다. 사진 박소연
서 있는 두 사람의 다리 사이로 윤석열 대통령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판하는 피켓이 보인다. 사진 박소연
삭발하는 이창균 소장. 사진 박소연
삭발하는 이창균 소장. 사진 박소연

2022년, 에바다센터는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2020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서울에서 시작됐습니다. 경기도는 2021년, 25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올해 에바다센터에는 20명의 중증장애를 가진 근로자가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출근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권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권리생산’이라는 노동을 하면서 얻게 되는 급여는 비록 최저임금이지만, 중증장애인 근로자가 지역에서 자립할 수 있다는 희망의 싹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불안합니다. 지방정부에서 시작하고 진행하다보니 재원조달의 연속성, 안정성, 확장성이 보장되지 않고, 법으로 명시되어 있지도 않은 까닭입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예산을 배정하고, 이것의 근거가 될 중증장애인공공일자리지원특별법이 제정돼야 합니다.

삭발 후 이창균 소장이 투쟁 결의를 밝히고 있다. 사진 박소연
삭발 후 이창균 소장이 투쟁 결의를 밝히고 있다. 사진 박소연
사람들이 힘차게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박소연
사람들이 힘차게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박소연

한국 헌법에는 국민의 의무가 있습니다. 그중 국가는 근로자의 고용과 적정임금의 보장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고, 국민은 근로의 의무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비장애인만이 아닙니다. 장애인도 당당히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중증장애를 가진 국민이 노동자로서 당당히 근로할 수 있고 지역에서 자립할 수 있게,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표준이 되었으면 합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안정적 직업이 되고, 이를 통하여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준수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법제화 돼야 하고, 이를 위해 예산을 수립하여야 할 것입니다.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서, 또한 장애의 정도와 상관없이 근로하여 소득을 얻고 온전히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하여 쟁취합시다.

지하철을 타고 삼각지역에서 혜화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 사진 박소연
지하철을 타고 삼각지역에서 혜화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 사진 박소연
혜화역에 도착한 사람들. 삭발한 이창균 소장이 “장애인권리예산·권리입법. 국민의힘이 책임져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 박소연
혜화역에 도착한 사람들. 삭발한 이창균 소장이 “장애인권리예산·권리입법. 국민의힘이 책임져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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