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을 만난 세계》 만해문학상 특별상 수상
“장애인들의 삶과 투쟁 기록한 역작” 심사평
김해자 “문학으로 기록 투쟁한 비마이너에 감사”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2022 창비 통합시상식’에서 제37회 만해문학상 특별상을 받은 《유언을 만난 세계》 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세미, 박희정, 홍은전, 정창조, 김윤영, 강혜민, 최예륜. 사진 복건우

창비에서 주관한 ‘2022 창비 통합시상식’이 23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지하 2층 50주년홀에서 열렸다. 본지 비마이너가 기획한 책 《유언을 만난 세계-장애해방열사, 죽어서도 여기 머무는 자》(강혜민·김윤영·박희정·정창조·최예륜·홍세미·홍은전, 오월의봄)는 이날 제37회 만해문학상 특별상을 받았다.

올해 행사는 수상자와 가까운 친지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우려에 따라 소규모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만해문학상, 백석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창비신인상 등이 함께 진행됐다.

만해문학상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그 문학 정신을 사회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지난 1973년 창비가 제정한 상이다. 올해에는 김명기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가 본상을, 비마이너가 기획한 《유언을 만난 세계》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유언을 만난 세계》는 그동안 조명되지 않은 장애해방열사 8명의 삶과 죽음, 그리고 투쟁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지난 2019년 7명의 기록활동가가 비마이너에 기획 연재한 글이 지난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강혜민 비마이너 편집장이 이날 필자들을 대표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강혜민 비마이너 편집장이 이날 필자들을 대표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이날 필자들을 대표해 수상 소감을 말한 강혜민 비마이너 편집장은 “이 시대에 열사라는 단어는 낡고 고루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이 글을 ‘누가 읽을까’ 싶으면서도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이야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하게 되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아 얼떨떨하다”면서 “전태일 평전처럼 이 책도 많은 이들에게 읽히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신문을 비롯해 그 어디에도 이들에 대한 기록이 없어 열사들과 함께 투쟁했던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하느라 필자분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면서 “이 책은 열사에 대한 기록이면서 그 시대를 살며 싸웠던 이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한 강 편집장은 “이 책이 주목받게 된 데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 영향이 클 것”이라면서 “그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들을 때 이 책을 가장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현장에서 쏟아지는 혐오와 불편의 목소리를 온몸으로 뚫고 진보적 장애인운동이 만들어 온 이야기를 앞으로도 잘 기록해서 사회적 기억으로 남기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 함께한 우동민 열사 어머니 권순자 씨(사진 오른쪽)가 수상 소감을 나누고 있다. 사진 복건우

이날 시상식에 함께한 우동민 열사 어머니 권순자 씨는 “아들이 장애인이라 학교도 못 다니고 우리도 아들이 뭐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글도 쓰고 공부하며 큰일을 한 것을 나중에 죽고 나서야 알았다. 아들한테 해준 것도 없는데 부끄럽다”며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창비 측은 심사평에서 “《유언을 만난 세계》는 한국 장애운동에 족적을 남긴 열사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과 동료들의 삶과 노동과 일상을 디테일하게 그려냄으로써 이뤄낸 문학성이 놀라웠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가혹한 차별과 혐오를 받아 온 장애인들의 삶과 투쟁을 생생하게 기록한 뜻깊은 역작”이라 밝혔다.

2018년 만해문학상 본상을 수상한 김해자 시인은 이날 축사에서 “《유언을 만난 세계》를 읽으며 패배와 구원, 삶과 죽음 사이에 마침표가 아닌 쉼표가 들어오는 걸 느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권 운동의 발전과 일반 대중의 현실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현장에서 싸우며 문학으로 기록 투쟁을 해 온 비마이너와 활동가 동지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비마이너는 지난해부터 장애해방열사에 이어 장애해방운동가, 비장애인 활동가 이야기를 연재하며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역사를 기록해오고 있다. 김원영‧홍은전 작가가 쓴 ‘비장애인 활동가 생애기록: 두 번째 사람들’은 10월부터 비마이너에 연재되고 있다.

이날 창비가 주관한 ‘2022 창비 통합시상식’ 참여자들이 시상식이 끝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복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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