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보는 상상' 개막 행사 열려
시각장애학생들을 위한 미술작품 전시, 교육 진행

▲한빛맹학교 초등부 5학년 학생들이 전시된 작품들을 손으로 감상하고 있다.

 

“꼭 강아지 같아요.”

 

털이 달린 미술작품을 손끝으로 더듬던 시각장애학생은 강아지를 떠올렸다. 학생은 두 손을 뻗어 강아지를 안는 것처럼 작품을 품어보기도 했다.

 

만약 비시각장애학생이 그 작품을 보았다면 무엇을 떠올렸을까? 둥그런 돌 모형에 털을 붙여놓은 그 작품에서 강아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18일 늦은 1시 30분 서울 수유동 한빛맹학교 체육관에서 한빛맹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손끝으로 보는 상상’ 개막 행사가 열렸다.

 

이번 개막 행사는 한빛맹학교 초등부 5학년 학생들이 다섯 명의 작가가 만든 미술작품을 손끝으로 만지면서 감상하는 시간과 이미 만들어진 레고를 부수고 촉각으로 자유롭게 재조립하는 시간으로 나눠 진행됐다.

 

▲전시된 미술작품들.

▲전시된 미술작품들은 시각장애학생들이 촉각을 통해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이번 행사 프로그램과 기존의 미술수업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행사를 주관한 자하미술관 김최은영 책임큐레이터는 “시각장애학생들을 위한 기존 미술수업은 찰흙으로 항아리를 만들거나 종이를 접어 로봇을 만드는 식의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이번 행사는 이미 만들어진 레고를 부수고 다시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최은영 책임큐레이터는 “이번 행사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전국 각지에 있는 국공립맹학교에서도 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하지만 문화예술향유사업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아 지원받기가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조립된 레고를 분리하고 있는 모습.

▲레고를 재조립하는 모습.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일대일 자원봉사 선생님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지고 조립하는 것에 대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작은 레고 블록을 촉각에 의지해 조립하는 것이 만만하지 않아 '쉬었다가 하겠다'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자하미술관과 일맥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0 장애인 문화예술향수 지원사업’ 중의 하나로 오는 24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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