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해적당 아멜리아 의원 한국 방문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저작권법 들이대는 기업에 맞서야
“우리는 우리가 원해서 해적이 된 것이 아니다. 단지 인터넷에서 자료를 교환했을 뿐인데 정부와 기업이 우리를 ‘해적’으로 몰아세웠다. 저작권이 창의적인 활동을 저해해서는 안 되며 어떤 정당, 정치적 행위도 창의적인 활동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사용자가 콘텐츠를 공유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 창작의 미래가 있다.”
스웨덴 해적당이 18일 한국을 찾았다. 정보공유연대와 진보넷 등 국내 정보인권단체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스웨덴 해적당 아멜리아 안데르스도테르(23) 의원은 이날 서울 성미산마을 극장에서 토크쇼를 갖고 “복제는 불법이 아니며, 정보 주권을 이용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해적당이 출범한 계기는 지난 2005년 7월 스웨덴 정부가 인터넷에서 저작권이 보장된 자료의 내려받는 것을 불법화하면서부터다. 해적당은 온라인상의 정보공유와 내려받기 권리 확대를 위해 기존의 저작권법과 정면대결을 선언하며 2006년 1월 창당했다. 200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당당히 7.2%의 득표율을 얻으며 의회에 진출했다. 아멜리아 의원은 같은 해 12월 리스본 조약 발효로 비례대표 의원 수가 2명으로 늘어나며 유럽의회에 입성했다.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인터넷상에서 공유한다면 그건 불법이며 창작자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이 아닐까? 아멜리아 의원은 “이익이 아닌 자신이 즐길 목적으로 자료를 공유하는 걸 막는 것은 예술가의 혼을 뺏는 것이며,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방해한다”라고 말한다. 스웨덴 해적당 출범은 이 같은 사적인 이용조차 금지한 정부 결정에서 비롯된 셈이다.
![]() ▲아멜리아 의원은 "저작권이 오히려 이용자의 창작성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해적당은 저작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작자가 창작물에 대한 가치를 일방적으로 매기는 지금의 저작권 제도에 반대한다. 예를 들면 독립영화를 찍는 감독이 영화에 뉴스화면이나 자료 하나 넣으려 해도 저작권법에 걸려 제대로 쓰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날 토크쇼 이전에 상영된 정보공유 주제의 영화에서도 이러한 예가 나왔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3악장을 편곡한 음악으로 게임에 쓰였으며, 한국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창작 또한 저작권법으로 옭아매려 든다면 얼마든지 옭아맬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멜리아 의원은 “저작권법은 독립적인 창작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정보를 독점한 일부 지식인, 거대기업, 이를 중매하는 장사치들의 배만 불릴 뿐”이라며 “오히려 이용자들이 새로운 창작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인 저작물 이용자들이 해당 저작물에 대한 가치를 매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해적당에선 파일 공유와 P2P 네트워킹을 포함해 문화적 창작물의 비영리적 복제와 이용의 완전한 허용, 저작권 보호 기간을 '저작권자 사후 70년'에서 '출판 후 5년'으로 단축하는 등 저작권법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특허와 의약품 특허는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한국에서는 시청각 장애인의 정보접근권보다 저작권이 우선시되는 현실이다. 사진은 지난 2009년 10월 28일 문화관광부 앞에서 시청각장애인 정보접근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장차법 21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장면이다. |
현재 한국사회는 시청각장애인들이 저작권법 때문에 영화를 볼 때 화면해설이나 자막 등을 받지 못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오히려 초기 투자 비용문제 등의 이유를 대며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형편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아멜리아 의원은 “(스웨덴에서는) 국가가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장애인들 손을 들어준다”라고 소개하고 “기업의 탐욕과 영리추구에 맞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멜리아 의원은 19일 청소년 작업장 하자센터에서도 토크쇼를 했으며, 20일에는 국회에서 최문순 의원실 주최로 토크쇼를 가질 예정이다.




23살에 의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