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마켓, 세 번째 책으로 알퐁스 도데의 ‘어머니’ 펴내


출판기념회에서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는 알퐁스 도데 대표작 ‘별’과 ‘마지막 수업’을 젖혀두고 ‘어머니’를 먼저 출간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두 번째 책 나오고 어머니들께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사랑을 글로써 공감해주면 좋겠다, 하면서 연애소설 출판 요청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사랑을 이해한다면 어머니의 사랑이 우선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더불어 함 대표는 알퐁스 도데의 ‘별’과 ‘마지막 수업’도 이미 작업이 끝났으며 곧 출간 예정이라고 알렸다.
‘어머니’를 발달장애인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작업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원작 소설은 시점과 시제의 변화가 많아,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발달장애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섬세한 각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를 담당하는 것은 홍성훈 작가의 몫이었다. 홍 작가는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날 북콘서트에서 뇌병변장애로 언어장애가 있는 홍 작가는 노트북에 타자를 치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했다. 홍 작가가 글자를 입력하면 스크린에 그의 말이 떴다.

함 대표는 홍 작가에게 “발달장애인도 쉽게 읽을 수 있게 글 쓰는 작업이 어떠했느냐”며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한숨….”이라고 적힌 홍 작가의 답변이 스크린에 떴다.
좌중은 폭소했다. 함 대표 역시 웃으며 “어떤 부분이 그렇게 어려웠느냐”고 물었다. 홍 작가는 “내가 이제껏 배워온 문학과 많이 달랐다”고 답했다. 그의 말을 들은 함 대표는 “성훈 씨는 문장을 길게 쓰고 수식어를 많이 쓰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처음에 ‘밑줄’을 많이 그었다” 면서 “많은 실험 후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고 지난 시간을 전했다.
홍 작가가 함 대표의 말을 받아 이어나갔다. “원작 글은 짧지만 생략과 유추해야 할 부분이 많아 재구성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마음 같아선 알퐁스 도데를 다시 살려서 다시 쓰라고 하고 싶었다.” 그의 재치에 좌중은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홍 작가는 “이제 와서 말할 수 있는데, 대표님 ‘밑줄’이 무섭다”며 우스갯소리를 섞어 책 한 권을 낳기까지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이어 함 대표가 발달장애인 독서교실을 진행하며 익힌 몇 가지 노하우를 공개했다. 발달장애인에겐 설명도, 질문도 섬세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함 대표의 ‘기술’이다. 예를 들어, 사람 성격을 묘사하는 ‘무뚝뚝하다’와 같은 낯선 단어가 나올 때, 단어에 대한 사전적 정의부터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중 누가 제일 무뚝뚝해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자신의 경험에서부터 이를 생각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소설에서처럼 ‘통조림’이라는 음식이 나오면 시중에 파는 통조림 등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활용해 이를 설명한다. 소설 배경이 되는 전쟁과 통조림의 관계도 설명하며 통조림이 전쟁 때 왜 꼭 필요한 음식이고 얼마나 귀한 음식인지, 그걸 아낌없이 내주는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깊은지 이야기함으로써 어머니의 사랑을 이해시킨다.
이번 책은 발달장애인이 읽기 쉽게 이야기를 각색한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뒷부분엔 소설을 한눈에 볼 수 있게끔 만화로 간추려놨다. 발달장애인도 독후감을 쓸 수 있게 발달장애인 눈높이게 맞는 몇 가지 질문도 정리해서 실었다. 함 대표는 “이를 통해 실제 지적장애 1급인 친구도 30분 안에 두 장짜리 독후감을 쓰기도 했다. 생각보다 많은 친구가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림과 함께 ‘부모님은 처음부터 부모님이었을까요?’, ‘전쟁이 나면 어떻게 될까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소설 주제를 확장하여 생각할 수 있게끔 도왔다.
현재 피치마켓은 발달장애인 삽화가 양성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발달장애인 삽화가가 참여한 다음 책을 준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