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까지 ‘법인 투명성 제고 대책’ 제출 요구, 이사진 퇴진은 “어렵다”

서울시가 정립전자 비리·횡령과 장애인 노동자 해고 사태 해결을 위해, 정립전자를 운영하는 한국소아마비협회에 자정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사태 책임자인 이사진을 퇴진시키는 것에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단과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가 10일 서울시청에서 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전자 문제를 두고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단과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가 10일 서울시청에서 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전자 문제를 두고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10일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와 면담에서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진 퇴진과 정립전자 장애인 해고노동자 원직 복직 등에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 결과 정립전자 김아무개 전 원장 등 일부 임직원들이 일반업체가 생산한 물건을 중증장애인생산품이라고 꾸미고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등의 수법으로 약 348억 원을 횡령하고, 일하지 않는 사람을 일하는 것처럼 꾸며 약 19억 원의 국가 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았다. 또한 정립전자는 지난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비리로 보조금이 끊겨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생산 라인에 있는 장애인들을 다수 해고했다.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최근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해고자는 14명으로, 최초로 알려진 13명보다 많았다.
 

이에 서울시와 광진구청은 정립전자에 보조금 중단,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보조금 환수, 정립전자 원장 공개채용 등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한 지난 3월부터는 정립전자 등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기관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4월 한국소아마비협회가 내부 인사인 박춘우 상임이사를 정립전자 원장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 서울시 등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묵인했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진행한 한국소아마비협회 산하 기관 특별감사도 다른 현안이 시급하다며 상당 기간 지연시켰고, 지난 9월에야 감사로 발견된 사항을 조치했다.
 

이날 면담에서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관계자는 감사 결과 한국소아마비협회에 부당하게 지급된 보조금 약 1억 300만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리 재발과 해고자 복직 등 문제에 대해 자체적인 ‘법인 투명성 제고 대책’을 마련해 오는 10월 말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사진 퇴진에 대해서는 법률 자문 결과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동수 장애인복지정책과장은 “검찰 수사에서 비리 여부가 명확하게 나오면 해임 처분도 가능하겠지만, 이사진들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행정 처분이 어렵다”라며 “이미 이번 사건에 대해 행정 처분을 내렸는데 이를 바꾸기가 쉽지는 않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김주현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비리에 책임이 있는 이사진들더러 자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다면 과연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겠는가”라며 서울시와 광진구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박경석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진은 김 전 원장이 비리와 횡령으로 공적인 자산을 날린 것을 협력, 묵인했거나 최소한 그를 원장을 임명하고도 감독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리 시설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내세웠으니, 정립전자 또한 그 원칙에 따라 이사진을 해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공동대표는 “이사진의 교체가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대책을 세워도 복마전처럼 일이 계속 터질 수밖에 없다”라며 “과거 서울시가 인강원 이사진들을 해임하고 공익 이사를 선임했던 것과 비교해 한국소아마비협회도 이사진 해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면담에서 서울시의 소극적인 입장을 확인한 서울장차연은 향후 박원순 시장과 면담을 추진해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진 해임과 정상화 방안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면담에 앞서 서울장차연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립전자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서울시를 규탄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면담을 촉구했다.
면담에 앞서 서울장차연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립전자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서울시를 규탄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면담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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