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이던 장애아동들이 자신감 얻고 발전하는 모습 보여"
아직 도입 초창기… 장애유형과 장애정도 고려한 교육 제도 구축해야

장애인이 승마를 통해 신체를 단련하고 마음을 북돋우는 재활승마가 우리나라에서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의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지난해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재활승마교육을 시범 도입했던 서울 강동구는 올해 대상자와 시간을 확대 운영하는 등 폭을 넓혔다.
또한 경기도교육청이 방학 중 특수교육대상자를 대상으로 각 지역교육청별로 진행하는 ‘늘해랑학교’ 체험활동 중의 하나로 재활승마가 포함됐고, 지난 8월 인천교육청은 장애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재활승마교실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오후 강동구 신명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재활승마교육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만난 함께가는 강동장애인부모회 오금옥 대표는 “강동구에서 2년 동안 재활승마교육을 진행한 결과 장애아동과 부모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 구청에서 기초생활수급가정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참여자를 모집할 때만 해도 ‘아이에게 재활승마교육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다칠까 봐 걱정된다’라는 부모들의 반응 때문에 구청 직원들이 애로를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재활승마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대기자가 밀려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강동구의 재활승마교육은 주 1회 30명의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기초생활수급가정 장애아동인 15명의 교육비는 구청에서 전액 지원하고 나머지 15명의 교육비는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가정 장애아동이 아니면 1회 교육 당 4만 원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올해 교육은 36회로 한 번에 30분씩 말을 탄다.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아동들은 대부분 발달장애와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고 등급은 1급에서 6급까지 폭넓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아동은 2명이다.

그렇다면 재활승마교육의 효과는 어떨까? 오 대표는 “무엇보다 소극적이었던 장애아동들이 자신감을 얻고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라면서 “욕구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재활승마교육을 받으면서 약물을 복용해야 잠을 자던 아이가 약물 없이 잠을 자게 되고, 대소변을 못 가리던 아이가 대소변을 가리게 되었다는 사례들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 대표는 “자주 넘어지는 등 몸이 불편하던 아이들이 덜 넘어지게 되었다는 사례도 있었는데 이는 말을 타면 안 떨어지기 위해 몸에 힘을 주게 돼 전신운동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적장애 1급 장애아동 부모인 오태기 씨는 “구청에서 연락받아 승마교육을 신청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위험하지 않을까’ 솔직히 걱정되기도 했다”라면서 “하지만 처음 말을 탈 때 떨어질까 봐 걱정돼 고삐를 잡고 있던 아이가 이제는 익숙해져 말 위에서 마음껏 하고 싶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뿌듯해 앞으로도 계속 교육을 받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현재 강동구 재활승마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박지헌 이사는 “말은 사람과 비슷하게 걷는 동물이므로 장애인이 말을 타면 걷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 못 쓰는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처음에 장애아동들이 무서워 말을 타지 않겠다고 울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서로 타겠다고 한다”라면서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장애아동들이 자신감을 갖고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현재 강동구의 재활승마교육은 비장애학생들의 속보와 구보 등 진도 중심의 승마교육과 달리 기본 교육 이후에는 말 위에서 권총 쏘기, 고리 던지기 등 다양한 놀이 위주로 진행된다. 박 이사는 “놀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외국 전문 서적을 보고 어린이집 놀이도 응용하고 있다”라면서 “또한 장애학생들이 말을 타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해 외승 비율을 높였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장애아동들은 신명초등학교 교육장 밖으로 나가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외승 교육을 받았다. 말을 탄 장애아동들의 등장에 동네 주민들은 말을 건네며 함께 즐거워하기도 했다.
현재 재활승마는 우리나라에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애유형과 장애 정도를 구체적으로 고려한 전문적인 교육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박 이사는 “현재 제주대 등에서 재활승마 교관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 수료증을 주고 있지만, 자격증 제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라면서 “앞으로 재활승마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자격증 제도 마련 등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 이날 학생들은 말을 타고 인근 공원까지 갔다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