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고 - 동자동 쪽방촌 주민 김정호 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하는 각계의 시국선언이 줄을 있고 있습니다. 이런 전국민적 흐름에 함께하고자, 비마이너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가난한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는 '가난한 이들의 시국선언' 릴레이 기고를 시작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 바랍니다. 기고는 beminor@beminor.com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저는 동자동 쪽방촌에 살고 있는 김정호라고 합니다.
저는 기초생활 수급을 받아 생활하는 쪽방 주민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부정수급 근절이니 비정상의 정상화니 하면서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국가의 짐으로 낙인찍어 복지예산을 줄이는 것에 걱정을 했었습니다.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그저 가라앉도록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으면서 국민들의 입과 귀를 막는 데만 전전하는 것에 놀랐습니다.
물대포로 사람을 죽게 하고도 그 가족의 절규 앞에서 당당하기만 한 것에 기가 막혔습니다.
저는 기초생활 수급자이고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통령과 행정부에 국가의 운영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이제보니 믿고 맡긴 것이 아니라 도둑맞은 거였습니다.
친한 사람 잠 재우려고 청와대에 사들인 침대 값이 수급자 주거비 서른 다섯배나 된다는데 우리는 십구만 오천원 주거비 받아서 한 달을 살아요.
가난한 노인들은 생계비 사십 칠 만원에서 연금 받는다고 이십만 원을 다시 뺏겨요.
그렇게 뺏아간 돈 누구한테 쓴 겁니까.
친한 사람 몇 명이 만든 게 국가고 친한 사람 몇 명 배부르게 한 게 국민을 위한 일이었습니까.
지금 중학생들도 교복 입고 나와서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민정수석이란 사람은 듣기 싫은 질문 한다고 기자를 째려보고 당당하게 조사받으러 들어가요.
박근혜 정권은 국가가 뭔지 국민이 누구인지 먼저 배워야 해요.
지금 거리에서 쪽잠 자는 사람이 국민이고, 발 동동 구르며 붕어빵 굽는 사람이 국민이고, 당신들이 개발한답시고 쫓아내는 사람이 국민이고, 생계비가 없어서 유서 쓰고 죽은 아이가 국민이에요. 이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의 주인이 말합니다.
박근혜님은 대통령 직을 내려놓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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