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은 도로점용허가 ‘지자체 재량’...‘경산시 사건’ 이후 논란 확대
윤소하 의원 대표발의 “경사로 설치시 도로점용 반드시 허가해야”
도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윤소하 의원이 논란이 된 경산시의 한 서점 앞 경사로 사진을 들어올리며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업소나 건물주가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경우,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도로점용을 허가하도록 하는 도로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지난 2월, 경북 경산시의 한 서점이 경사로를 설치했으나 경산시가 '보행자 통행에 방해된다'며 도로점용허가를 내주지 않고 경사로 철거를 요구한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관련 기사: 경산시 ‘휠체어 경사로, 통행에 방해되니 철거하라’). 현행 도로법에 따르면 경사로는 '점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공작물'에 포함되어 있고, 점용료 역시 면제된다.
그러나 문제는 도로점용 허가가 지자체의 재량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산시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경사로가 점용허가 '신청'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지 그것이 꼭 허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은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접근권 개선을 위해 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개정안은 업소나 건물 주인이 경사로 설치를 위해 도로점용허가를 신청한 경우에는 반드시 허가하여 사실상 '신고제'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의원은 경산시가 철거를 명령한 경사로 사진을 들어 올리며 "이 사진은 단순한 사진이 아니다. 전국 장애인의 설움과 한, 그리고 허탈함이 응축되어 담긴 사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편의 증진법'이 만들어진 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10㎝ 남짓한 턱을 넘어가기 위해서도 (장애인이)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오늘 기자회견 직전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정진엽 복지부 장관에게 이 문제를 질의하고 왔다"라며 "전 지자체에 경사로 도로점용 허가를 공고할 것을 요구했고, 장관의 긍정적 답변을 받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1984년, 김순석이라는 사람이 서울시장에게 '서울 시내의 턱을 없애달라'고 절규하며 자살했다"고 입을 열었다. 박김 대표는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장애인이 들어가고 싶은 가게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들어갈 수 '있는' 가게만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김 열사가 바라던 세상은 2017년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번 개정안 발의를 통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최현정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현행법으로도 경산시 사례와 같이 납득하기 어려운 막연한 이유로 경사로 도로점용허가를 내주지 않는 경우, 행정심판을 청구해 바로잡을 수 있겠으나, 이는 수개월이 걸릴 뿐만 아니라 결과도 불투명하다"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개정안이 장애인의 접근성을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도로법은 국민의 안전과 편리한 도로를 건설하고 공공복리를 향상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장애인 역시 이 '국민'의 범주에 포함된다. 장애인의 '안전하고 편리한' 도로 사용을 위해 이번 개정안이 꼭 통과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