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군인 마녀사냥에 분노한 시민사회, ‘군형법 92조의6 폐지’ 촉구

정욜 인권재단사람 활동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나, 정욜은 오늘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피켓 인증샷. ⓒ정욜
정욜 인권재단사람 활동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나, 정욜은 오늘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피켓 인증샷. ⓒ정욜

24일 육군보통군사법원이 동성애자 군인 A 대위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을 두고 '성소수자에 대한 마녀사냥식 판결'이라는 반발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보통군사법원은 24일 A 대위에게 군형법 92조의6 위반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했다. 육군은 올해 초부터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는 수사를 개시해 30여 명을 군형법 92조의6 위반으로 입건했고, A 대위는 군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군 검찰은 A 대위에게 법으로 정해진 최고 형인 징역 2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번 형량이 확정되면 A 대위는 군 인사법에 따라 즉시 제적된다.
 
성소수자 당사자인 정욜 인권재단사람 활동가는 판결 직후 SNS에 “나, 정욜은 오늘 범죄자가 되었습니다”라는 피켓을 든 사진을 올렸다. 정욜 활동가는 “이번 판결로 A 대위만 유죄를 받은 것이 아니다. 성소수자 전체가 범죄자로 낙인찍힌 날이었기 때문에 이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절박한 심정을 밝혔다.
 

정욜 활동가의 자발적인 활동에 호응해 여러 누리꾼들은 ‘나는 오늘 범죄자가 됐다’는 피켓을 들고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등의 해시태그를 단 인증샷을 SNS에 공유하고 있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 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아래 군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성소수자 단체들도 24일 ‘A 대위는 여전히 무죄다’라는 공동 논평을 발표했다.
 

군네트워크 등은 “육군보통군사법원은 A대위가 건전한 생활과 군기 확립을 저해했다고 유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인권침해와 폭력이 만연한 군대, 존엄을 훼손하는 군대에서 건전함과 기강을 운운하는 것은 파렴치하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군네트워크 등은 “(육군보통군사법원이)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4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탄원했음을 참작했다고 하지만, 동성애자를 범죄자로 만들어 마녀사냥한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라며 “A대위는 여전히 무죄다. 성소수자의 존엄과 한국 사회의 보편적 인권을 훼손한 군사법원의 판결은 국제적인 망신거리”라고 꼬집었다.
 

군네트워크 등은 “성소수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국가야 말로 혐오와 차별을 양산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육군의 성소수자 군인 색출, 처벌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육군의 성소수자 군인 수사 중단, 군형법 92조의6 폐지를 촉구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 또한 페이스북에서 "부대 밖에서 벌어진 일을 추적해서 숨겨진 성 정체성을 들춰내고 폭로하겠다는 압박을 가한 후 처벌하는 행위, 동성애자 A 대위가 추악한 게 아니라 육군의 행위가 추악하다"라며 "이는 바로 군형법을 무기로 차별과 혐오를 합법으로 가장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문명국가에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규탄했다. 김 의원은 25일 군형법 92조의6 조항을 삭제한 군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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