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관련 예산 720억 달러, 사회보장 예산 전체는 1조 7400억 달러 삭감
“부정수급자 너무 많아…노동 활성화 위해” 변명에도 미국사회는 분노로 ‘들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 10년간 장애인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일할 수 있는데도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이유다. 미국 사회 내에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이라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지난 5월 23일 기자회견장에서 2018년 미국 행정부 예산을 발표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사회보장 장애보험(Social Security Disability Insurance)과 생활보조금(Supplemental Security Income) 예산이 720억 달러(한화 약 84조 원) 삭감된다. 트럼프 정부는 총 1조 7400억 달러(한화 약 2천조 원)에 달하는 사회보장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사회보장 장애보험은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일할 수 없게 된 국민에게 지급되는, 일종의 '장애연금'이다. 2017년 현재 미국에서는 약 9백만 명이 이 연금을 받고 있다. 생활보조금은 노인이나 저소득 아동 및 성인 장애인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지급되는 비용이다.
 
장애인의 생존수단인 이러한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멀베이니 국장은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 중에는 실제로는 장애인이 아닌데도 정부의 돈을 사기 치는(scamming) 사람들이 있다"라며 이번 예산 삭감의 목표가 "노동 참가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멀베이니 국장은 "정부가 납세자들의 눈을 바라보며, 사회보장 장애보험을 받는 모든 사람이 진짜 장애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트럼프 정부의 예산삭감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온라인 언론사 '복스(Vox)'의 칼럼니스트인 딜런 매튜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내 일관되게 주장했던 것은 그가 절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사회보장 예산은 삭감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자신의 트위터에 "사회보장 예산은 어떤 삭감도 없이 지켜낼 것이다. 재정을 어디서 끌어올지 나는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라고 새라소타 주 공화당원 대회에서 한 이야기를 올리거나 "공화당 후보 중에서 사회보장 예산을 줄이지 않겠다고 공약한 것은 내가 처음이자 유일했다"는 내용을 올린 바 있다. 매튜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공약을 아주 잔인한 방식으로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즈는 사회보장 장애보험이나 푸드스탬프(식료품 구매 지원금) 등 복지 제도를 이용하려고 하지만 번번이 탈락하는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도, 트럼프 정부는 사회보장 제도가 너무 접근이 쉽고 아무나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인 저스티스 인 에이징(Justice in Aging)의 상임 변호사인 케이트 랭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멀베이니 국장의 예산 삭감 관련 설명에서) 장애인이 사기를 치거나 부정수급자들이라거나 지원을 받을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시각을 반영하는 언어가 굉장히 많이 사용되었다고 느꼈다"라며 "안타깝게도 (트럼프 정부는) 장애인의 삶이 어떤지에 대한 이해나 공감이 매우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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