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고싶어도 소득 없어 ‘못’ 내는 장애인들의 외침
“특권 없는 사회, 우리도 세금 낼 수 있는 사회, 정부가 만들어라!”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공공부문 장애인 일자리 추경 예산보장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목사님, 장애인과 함께 세금 냅시다!"
장애인들의 '기도'가 5일 오후,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울려 퍼졌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발언에 대한 반발이 장애계에 까지 번진 것이다. '종교인 과세'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 모인 장애인 활동가들은 "'특권'도 '차별'도 없는 세상!"을 외치며 종교인은 납세 의무를 준수하고, 장애인은 세금을 낼 수 있는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평등하며 그 누구도 사회적 신분에 의해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납세의 영역에서 종교인은 자신의 의무가 면제되는 '특권'을 가지고 있고 장애인은 내고 싶어도 납세할 수 없는 '차별'을 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새 정부는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촉구한 촛불 혁명에 의해 탄생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라며 "이러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장애인으로 살면서 '세금은 내지도 않으면서 예산만 축낸다'는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세금을 안 내고 싶어서 안 내는 것도 아닌데, 늘 이렇게 '무임승차자' 취급을 받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김 대표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국가가 행여라도 우리가 '세금 낭비'할까 봐 얼마나 깐깐하게 단속을 하나. 그런데 어마어마한 예배당을 지을 돈이 있으면서도 납세의 의무는 지지 않겠다는 이분들에게는, 국가가 한없이 관대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더이상 장애인에 대한 차별, 특정 계층에 대한 특권이 없는 세상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도 세금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몇 시간 전,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11조 2천억 원을 풀어 일자리를 11만 개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이다. 박 대표는 바로 이 추경예산에 장애인 일자리를 위한 예산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중증장애인 당사자 1천5백 명 고용, 활동보조인, 자립생활주택 코디네이터 등 장애인복지서비스 일자리 확대 등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정부가 발표한 추경예산의 약 0.7%인 약 753억"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현재 중증장애인들이 하고 있는 차별 상담이나 권익 옹호 활동 등은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공공성이 높은 일이다. 이는 국가가 마땅히 해야 했던 일"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이번 추경예산 공공부문 일자리에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더민주당사로 행진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장애인 일자리 확충 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까지 행진했다. 당사 앞에서 이들은 "시혜와 동정, 보여주기식 예산집행은 이전 정부들이 이미 다 했다. 새 정부는 장애인을 사회구성원의 당당한 일원으로 인정하고, 모든 정책에 이들을 고려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더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면서 더민주 측에 '2017년 공곰부문 장애인 일자리 추경예싼 요구안'을 전달했다.
한 기자회견 참가자가 "격렬하게 세금내고 싶다. 일해서 세금내고 싶다!"라는 문구가 적힌 갓을 쓰고 있는 모습.
더민주당사 앞에 모인 사람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더민주당사 앞 도로에 '장애인도 일하고 세금내고 싶다!' 등의 문구를 써서 요구를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