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련 모니터링 실시… 적정설치율 24.4%에 불과
“소요예산 적어 개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시정 가능한데…”

(왼쪽과 가운데) 재질규격, 유지관리가 잘못된 점자블록, (맨 오른쪽) 내용표기, 유지관리가 잘못된 점자표지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왼쪽과 가운데) 재질규격, 유지관리가 잘못된 점자블록, (맨 오른쪽) 내용표기, 유지관리가 잘못된 점자표지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시 내 주민센터 424곳에 대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조사 결과, 시각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은 네 곳 중 한 곳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설치됐어도 부적정하게 설치됐거나 아예 설치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아래 한시련)는 매년 서울시 소재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3월 2일부터 6월 20일까지 약 4개월 동안엔 서울시 내 주민센터 424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시련은 조사항목 6879개 중 올바르게 설치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은 단 24.4%에 불과하며, 부적정하게 설치되었거나 아예 설치되지 않은 것은 75.6%로 시각장애인의 독립적인 시설 이용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항목별로 보면, 비치용품(점자업무안내책자, 8배율확대경)의 적정설치율이 3.3%로 가장 낮았으며, 다음으로 위생시설(화장실) 10%, 안내시설(점자블록, 유도 및 안내설비) 15.3%, 내부시설(출입구/문, 복도, 계단 또는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경사로) 30.7%, 매개시설(주출입구 접근로, 경사로 등 주출입구 높이 차이 제거) 40.2% 순이었다.
 

부적정하거나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는 비치용품(96.7%)이 가장 높았으며 위생시설(90%), 안내시설(84.7%), 내부시설(69.2%), 매개시설(59.8%)이 뒤를 이었다.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점자블록, 점자표지판, 점자안내판 또는 음성안내장치는 총 2만 336개에 달했는데 이중 적정설치율은 16.8%에 그쳤고, 설치했더라도 부적정하게 설치됐거나 미설치된 비율은 83.2%로 나타났다. 점자블록의 경우, 재질 및 규격이 올바르지 않았고, 점자표지판은 표기 내용이 틀렸으며, 점자 안내판 또는 음성안내장치의 경우도 설치 위치가 잘못됐다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을 적정하게 설치한 비율은 서대문구가 39.3%로 가장 높았고 중랑구가 18.2%로 가장 낮았다. 반면 강북구(52.8%)는 두 곳 중 한 곳에 설치했더라도 부적정하게 설치한 것으로 나타나 편의시설을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양천구(49.8%)는 두 곳 중 한 곳에 아예 설치조차 하지 않았다.
 

한시련은 “매년 모니터링을 통해 시정 요청을 하고 있으나 적정설치율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주로 손잡이, 벽면, 바닥에 설치하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은 비교적 공사 범위와 소요예산이 적어 지자체나 시설주관의 개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시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시련은 “시각장애인의 삶에 큰 변화를 도모할 수 있고 사회구성원들의 인식개선을 위해서라도 지자체와 시설운영기관의 지원과 노력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지자체와 시설운영기관에 적극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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