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 5대 뿐인 제주도에서 장애인 이용 가능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
“외지인 때문에 도민 이용 못한다”는 제주도...“세계적 ‘차별’ 관광도시” 비판
연간 15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계적 관광도시 제주도. 제주도는 섬 자체가 관광지로 불릴 만큼 수많은 관광명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수많은 관광지가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관광지 편의시설은 차치하더라도 접근 자체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대중교통'은 장애인 콜택시가 거의 유일하다. 지하철은 아예 없고, 저상버스는 제주시에 3대, 서귀포시에 2대가 있을 뿐이다.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특장차'도 렌터카 업체 전체 중 단 1대가 있다. 따라서 제주도에 살고 있거나 관광 등을 목적으로 제주를 찾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마음껏 이용할 수 없다. 제주도민의 경우 하루 최대 4회, 제주도민이 아닌 경우 하루에 최대 2회만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주도를 관광하기 위해 방문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하루에 딱 한 군데의 관광지만 둘러볼 수 있는 셈이다.
제주도의 이러한 장애인 콜택시 이용 제한에 반발하는 장애인들이 '제주도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이용제한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제주대책위)'를 구성하고 14일 오후 3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 이후에는 제주도의 규정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기자회견에서 김주현 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대표는 "저상버스도 많이 생기고, 지하철역마다 엘리베이터도 설치되니까 사람들은 '장애인들 살기 좋아졌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시설들이 생겨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을 원하는 만큼 갈 수 없다면 이것은 차별 아닌가"라고 입을 열었다. 김 대표는 "만약 비장애인 관광객에게 하루에 2회 까지만, 대중교통 이용을 제한한다고 생각해 보라. 엄청난 반발은 물론이거니와, 제주도 관광 산업에도 큰 손실이 될 것"이라며 "그런데 이런 일이 장애인에게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제주도에 있는 장애인 콜택시는 약 50여 대로, 제주도는 '이용 대상 200명당 1대'라는 '법정 대수'는 준수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외지인들이 장애인 콜택시를 너무 많이 이용해 제주도민이 이용을 못 하고 있어 이용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제주대책위는 "특별교통수단이나 저상버스 등의 확장을 통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고 이용 횟수의 차별적 제한을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하여 제주도민-외지인 간의 갈등 구도로 만들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역시 이러한 제주도의 태도를 비판하며 "관광객의 장애인 콜택시 이용으로 인해 제주도민이 이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장애인 콜택시나 저상버스를 수적으로 늘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해진 수치 안에서 장애인의 이동을 막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제주도는 세계적인 '차별' 관광지가 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장애인 콜택시의 부족으로 인해 도심에서 떨어진 관광지까지 이용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광이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대표는 지난 7월 제주도에서 "도심에서 먼 곳으로 가면 장애인 콜택시 기사들이 가려고 하지 않아 언제 배차될지 모른다. 그냥 숙소로 돌아가라"라는 이야기를 콜센터 직원으로부터 들었던 경험을 전했다. 김 대표는 "장애인 콜택시 대수 자체가 부족한 데다 기사들이 출발지와 목적지를 선택하게 되어 있는 구조로 인해 장애인 이용자의 자유로운 이동이 봉쇄되어 있다고 느꼈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대책위는 "교통약자법 제16조 5항은 거주지에 따라 특별교통수단 이용에 제한을 하지 않아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 역시 이동 및 교통수단에 대한 접근, 이용에 있어 장애인을 제한하거나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이용 제한 폐지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접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