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김현미 장관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 촉구하며 면담 요청
면담 성사되지 않을 시, 추석 연휴 기간에 강남고속터미널에서 농성 예정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21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장관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오는 29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외·고속버스 타기 운동뿐만 아니라, 김 장관과의 면담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장애인들이 명절 때면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타기’ 운동 등을 하며 시외이동권 보장을 촉구한 지 5년이나 되었지만 휠체어 탄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매년 시외이동 시범사업비 16억 원을 예산결산위원회에 올렸지만 정작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국토부는 예산만 책정할 뿐 그 책임을 기획재정부에 떠넘기며 그 외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2017년부터 3년간 80억 원을 들여 장애인과 교통약자를 위한 시외이동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국토부 계획에도 “(비슷한 조사를) 이미 여러 차례 진행했음에도 다시 한다는 것 자체가 예산 낭비”라고 질타했다.
문제는 장애인 시외이동권뿐만이 아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5개년’ 계획에 따라 제2차 계획(2012~16)에서 2016년까지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41.5%에 달했어야 하나, 실제 도입률은 19%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부는 2021년까지 도입률을 또다시 42%로 잡았다. 2차 계획의 목표치를 3차 계획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또한, 장애등급제 개편으로 장애인콜택시 이용대상자(1~2급)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장애인콜택시의 경우, 현재도 평균대기 시간이 1~2시간이어서 장애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데 이용자가 늘어나면 대기 시간은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장연은 △연한이 다 된 시내버스 대폐차 차량을 저상버스로 교체할 것 △프리미엄·고속·시외·마을·광역버스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의무화 및 지원 방안 수립 △특별교통수단운영에서 국토부 및 도지사 의무 부과 및 강화 △전세버스 장애인 이용권리 보장 △차세대 대중교통 연구 개발 시 장애인 접근권 보장 의무화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 전반에 대한 대책 수립을 국토부에 요구했다.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2005년 제정될 당시, 시외·고속버스는 우리나라 도로 여건상 어렵다고 해서 빠른 시간 내에 연구해서 도입하겠다고 약속받은 적 있다. 그러나 12년이 흐른 지금도 국토부는 어떠한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활동가는 “국토부는 시민들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거액을 들여 ‘누워서 탈 수 있는 프리미엄 버스’는 만들어 운행하고 있지만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버스 운행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황금연휴 기간에 성묘도 가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장애인을 위해 정부는 어떻게 할 건가?”라고 되물었다.
중도 척수장애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정명호 경기아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를 갖게 된 후 자신이 탈 수 있는 대중교통이 아무것도 없던 시절의 막막함을 토로했다.
“집에서 나오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내 대소변 수발까지 드는 가족에게 차마 밖으로 외출하자는 얘기를 못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나오고 싶어 가족들과 나왔는데, 막상 나와 보니 내가 가고자 하는 지역에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물론 집 앞에 버스는 많았지만 내가 ‘탈 수 없는’ 버스들이었습니다. 내게 버스는 그림의 떡입니다.”
정 소장은 “누워서 가는 프리미엄 버스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가 언제 그런 걸 바랬냐”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면서 ‘장애인 이동권은 곧 생존권’임을 강조했다.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소장은 “정부 관료들은 늘 검토해보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하는데 지긋지긋하다. 검토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아직도 검토가 안 끝났으면 직무유기 아닌가”라면서 “‘사람이 먼저’인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가 미뤄두었던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빠른 시일 내로 장애인 단체와 만나 머리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김현미 장관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을 시, 시외이동권을 비롯한 장애인 이동권 전반에 대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29일부터 추석 연휴 내내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10박 11일의 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