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기의 두 개의 시선

가난은 모든 것을 빼앗아 갑니다. 가난은 우리 곁에 다가와 서성이다가 일상을 제약하고 일 순간 삶의 숨통을 조입니다. 가난은 비참한 것입니다. 어떠한 논리로도 미화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책임으로 내몰거나, 사회적 관계를 헤치며,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파괴하고, 궁극적으로 파멸에 이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가난해도 행복하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세상은 가난을 은폐하거나 겨우 숨만 쉴 수 있도록 체념하게 만듭니다. 먼 미래의 희망을 강조하는 구호가 넘쳐나는 세상이란 어찌 보면 불순한 목적으로 만든 말장난인지도 모릅니다. 경쟁이 지배하는 경제적 논리에 따라 작동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10월 17일은 UN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입니다. 누군가의 시혜로 가난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제껏 그래왔습니다. 가난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아프고 뼈를 깎는 고통이지만 이날 장애인, 노점상, 철거민, 홈리스, 영세상인, 노동자, 그리고 차별과 세상의 혐오에 맞서는 사람들이 ‘빈곤철폐’를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시퍼런 칼끝처럼 예리한 비판으로 ‘빈곤과 불평등’을 세상에 제기할 때 비로소 아이의 자라는 키만큼 세상도 한걸음 나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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