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애인콜택시 실태 점검 - 3
특별교통수단 실제 이용대상자와 맞지 않는 법정대수 기준
차량 도입만 지원하고 ‘손 터는’ 국토부...통일된 운영지침 마련은 언제쯤?
| [편집자 주] 장애인콜택시(특별교통수단)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장애인콜택시는 기나긴 콜 대기시간, 이용 제한 사유, 운전자의 인권의식 결여 등의 문제로 언제나 이용자들의 불만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에 비마이너는 3회에 걸쳐 장애인콜택시 운영 현황을 짚으면서 문제점과 대안을 심층적으로 모색해 보고자 한다. |
장애인콜택시는 장애계 이동권 투쟁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장애인콜택시는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완전히 확보되기까지 장애인의 발이 될 '대중교통' 대체 수단, 즉 '특별교통수단'으로 도입되었다. 정부는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권 증대를 위해 2006년부터는 매년 '이동편의 실태조사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07년부터 5년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역시 수립하고 있다. 이를 들여다보면 정부의 장애인콜택시 보급 및 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알 수 있다.
법정대수,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의 ‘궁극적 목표’?
지난해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의 계획을 담은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문서에서 국토부는 현재 특별교통수단 보급율이 법정대수 기준을 웃도는 104.2%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향후 5년간의 목표 역시 '2021년 목표 연도까지 법정 기준 보급대수 100% 유지 및 전 지자체 법정 기준 달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여전히 긴 대기시간과 이용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은 법정대수 기준 약 101%가량이 도입되어 있지만, 30분 이내 탑승률은 2017년 1월 기준 59.9%에 불과했다.
현재 법정대수, 즉 법으로 정한 '특별교통수단 대수'는 '1, 2급 장애인 200명당 1 대'(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제5조)이다. 하지만 장애인 콜택시는 1, 2급 장애인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특별교통수단 이용 대상자는 법정대수 기준에 따른 '1, 2급 장애인'뿐만 아니라 65세 이상 노약자, 임산부, 3, 4급 장애인 중 휠체어 이용자를 포함하고 있다. 즉, '장애 1, 2급 200명당 한 대'라는 것은 아주 최소한으로 지자체가 마련해야 하는 기준, 그러니까 말하자면 최저임금 같은 것인 셈이다.
'최저임금은 최소 기준'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최저임금은 ‘1만 원으로 인상’을 넘어 '생활임금' 논의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법정대수 기준 역시 특별교통수단 운행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기준 자체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6년, 경기지역 장애인 단체들은 경기도에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 200% 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현행 법정대수기준은 교통약자의 진정한 이동권을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국토부의 특별교통수단 지원 예산과 계획은 '법정대수 100% 확보'에만 집중되어 있다. 특별교통수단 구입에 중앙정부가 예산 지원을 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5년 전부터이다. 이전에는 지자체 예산으로만 특별교통수단을 도입해왔다. 그러다 보니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와 아닌 지자체 간에 간극이 컸다. 결국, 2012년 12월, '교통약자법'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국토부는 서울시에는 40%, 기타 지자체에는 50%의 구입비를 지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특별교통수단 도입에 대한 중앙정부의 역할이 커졌음에도, 정부는 '법정대수' 기준 자체를 변경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차량 운행률 역시 중요한 변수...“사람 없이 차만 많아서 무슨 소용 있나요?”
법정대수를 변경하고, 차량도입을 대폭 증가시킬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지만, 운영비에 대한 지원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특별교통수단 관련 예산은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이다. 2017년 예산을 기준으로 특별교통수단 한 대당 운영비가 가장 적은 지자체는 경상남도 거제시(966만 원)이고,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 성남시(9868만 원)이다. 약 열 배가량 차이가 난다. 예산에는 차량 교체 및 구입비, 차량유지비, 운영비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므로 차량 한 대당 실제 운영비는 훨씬 줄어든다. 그리고 이는 실질적인 차량 운행 문제로 이어진다.
현재 장애인 콜택시를 주말에 이용할 수 있는 지자체는 총 104곳이다. 이 중 24시간 내내 이용이 가능한 곳은 절반에 못 미치는 40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64개 지자체는 주말에 이용할 수 있지만, 하루나 이틀 전에 예약해야 하거나, 이용 시간에 제약이 있다. 전국 54개 지자체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아예 장애인 콜택시를 운영하지 않고, 운행 시간 역시 출근 시간인 오전 8시경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제한되어 있다. 차량 운행 시간과 요일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은 '차는 있지만 운행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야간, 휴일 수당을 운전원에게 지급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공석호 서울시의원은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차량 대 운전원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4년, 이길종 경남도의원 역시 "교통약자 콜택시 운전원을 더 늘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이 의원은 "경남지역 교통약자 콜택시 한 대당 1496명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데, 경남지역 전체 운전원은 326명 뿐“이라며 ”이용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는 불만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중요한 것은 콜택시 운행률이며, 이를 운행할 수 있는 운전원을 더욱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넓은 장애인콜택시 운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교통수단 한 대당 예산이 가장 높은 성남시는 장애인 콜택시를 24시간 운영하고 있지만, 밤 9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6시 30분까지는 단 세 대만 운영한다. 특별교통수단 한 대당 예산이 8800만 원가량인 서울시 역시 평일 주간에는 361대를 운행하지만, 야간에는 11대만 운행한다. 주말 주간 운행은 192대로 평일 대비 절반가량으로 뚝 떨어진다(2017년 1월 기준).
물론, 지자체 중에는 특별교통수단 예산은 적지만 연중무휴로 24시간 특별교통수단이 운영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특별교통수단 운전원들이나 콜센터 종사자들의 노동 환경이 열악해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충분한 운영비 확보는 필수적이다. 천차만별인 지자체간 특별교통수단 운영 기준에 따라 서비스의 내용과 질이 현저히 달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통일된 운영지침이 필요하다. 통일된 기준은 ‘차량 대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차량 운행률, 운전원을 비롯한 인력 임금, 운영 시간과 방식에 대한 기준이 두루 마련되어야 교통약자,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이동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국토교통부는 특별교통수단 도입 초기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2008년 이동편의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지자체에서 장애인 콜택시를 운행 및 계획하고 있지만, 이용요금과 예약제 등의 측면에서 올바른 특별교통수단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음", “저녁 10시까지만 운영되고 있음”, “운행 횟수가 적고, 차량 배정 지연에 따른 대기시간 문제” 등을 ‘장애인콜택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방안은 1, 2, 3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 그 어디에도 담겨있지 않다. 특별교통수단에 관한 국토부의 계획은 2007년부터 2017년인 지금까지, 오직 '법정대수'에만 집중되어 있다. '법정대수 100% 도입'에만 묶여있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은, 법정대수 기준 자체에 대한 의문도, 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고민도 없다. 그저 '법정 대수'만 채워지면 의무가 끝나는 것이라고 선을 긋는 국토부의 태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예산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국토부의 ‘특별교통수단 도입 보조’ 예산은 2015년에 58억 원으로 가장 높았다가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해 2018년 예산은 30억 원으로 책정되었다. 예산이 ‘도입 보조’에만 머물러 있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수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3차 대중교통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대중교통 육성 및 지원에 소요될 전망인 예산은 총 45조 8천억 원이다. 같은 기간 동안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소요될 예정인 금액은 4828억 원이다.
대중교통에 투입되는 예산 중 국비 예산인 32조 6천억 원과만 비교했을 때에도 비율은 0.015%에 불과하다. 2015년 기준 교통약자는 전체 인구 4명 중 1명인 25%에 달한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특별교통수단의 주요 이용자인 장애인만 해도 전체 인구의 4%이다. 대중교통 인프라 마련 예산에서부터, 교통약자는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
국토부가 매해 되풀이하며 이야기하는 ‘법정대수’에 한정된 지원만으로는 장애인콜택시 운영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특별교통수단 운영이 지자체에 일임되어 있기는 하지만, 국토부는 엄연한 특별교통수단 도입과 운영 전반을 책임져야 할 기관이다. 정부의 계획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수치와 지자체를 방패 삼아 10년째 같은 자리에 고여있다. 그 사이 특별교통수단 이용자들의 불만은 쌓일 만큼 쌓였다. 이제는 정말 이 불만들이 현실에 구체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