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이상 전환교육은 실제 직장에서 다양하게 이뤄져
발달장애인협회, 독립성 보장 위해 주 정부 도움 안받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새누리경기장애인부모연대 등은 지난 8월 11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위스콘신주와 캘리포니아주 등을 방문해 발달장애인의 전환교육 프로그램, 자기결정에 기반을 둔 성인서비스 지원체계 등에 대해 둘러보았다. 비마이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박미진 총무기획국장 쓴 이번 정책 연수기를 연재한다. _ 편집자 주

 

 

세계의 강국, 드넓은 땅,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 가고 싶은 나라. 그곳이 미국이 아닐까? 나 역시 사회복지 현장에 있으면서 그동안 수없이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리저널센터(발달장애인지원센터), People First 당사자 단체 등에 대해 궁금증이 한층 더했던 것 같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2009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발달장애인 정책연수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 정책연수에서는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당사자 자기결정에 기초한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위스콘신주까지 미국의 폭넓은 복지지원체계의 연수 기회를 얻게 되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12시간 걸리는 먼 거리의 나라였다. 위스콘신주 날씨가 춥다고 해 모두 두꺼운 외투를 입고 비행기에 올랐던 우리는 예상보다 따뜻함에 옷을 허리춤에 묶어야 했다. 함께 간 시흥지회장님의 입국절차가 순조롭지 못해 밖에서 기다리는 일행들이 안절부절못했는데, 본인은 너무 의연하게 별문제 없이 대처해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긴 여정과 시차 적응이 안 되어 비몽사몽 피곤한 몸으로 도착한 첫날부터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댄 카운티(Dane County) 책임자인 댄 로지터(Dan Rositter)로부터 자기결정에 기반을 둔 IRIS(Include, Respect, I Self-Direct)에 대한 역사, 배경, 근거관련법, 서비스 전달체계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아이리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빡빡한 미국연수가 시작되었다.

 

West High School 전환프로그램

우리가 첫 번째 방문한 곳은 매디슨 시내에 있는 통합교육 및 고등학교 교육 이후 전환교육을 하고 있는 웨스트 하이스쿨(West High School)이었다. 이 학교는 20년 전 6명의 장애학생을 통합교육하기 시작해 현재는 발달·중복·정신·신체 장애학생 등 총 70명이 재학 중이다. 14~18세는 미국 장애인교육법(IDEA)에 의한 통합교육을, 18세 이후는 전환교육을 하고 있었다. 특히 이 학교는 매디슨에서 가장 전환교육이 잘 이루어지는 학교로 특수교사 5명, 보조교사 20명이 전환교육을 지원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600개의 직종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당사자나 가족 모두 만족할 만한 보수를 받고 있다고 한다.

 

▲West High School 외부 전경

 

▲West high School 관계자 면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직업을 갖기 위한 전환교육은 직업을 갖기 전에 자원봉사를 통해 자기의 적성과 직무에 맞는 직업을 찾는 과정부터 시작되는데, 우리나라처럼 보호작업장 형태가 아닌 실제 직장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직업생활이라는 것을 하루 8시간 일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다양한 근무형태를 직업생활로 인정하고 있었다.

 

하루에 3~4시간에서 최대 6~7시간까지 근무 형태는 매우 다양했고, 일하는 시간 외에는 자원봉사를 하거나 여가 생활을 했다. 또한 경도의 장애인뿐만 아니라 중도의 장애인들에게 맞는 업종을 발굴하고 그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담당 선생님의 적극성과 열정은 우리나라 사회복지사도 배워야겠고, 장애자녀 부모들 또한 자녀 직업생활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Family Support & Resource Center)

같은 날 오후에는 가족지원센터(Family Support & Resource Center- 위스콘신주와 계약 맺은 비영리 단체)의 서비스 코디네이터(Service Coordinator) 에미 폴커와 위스콘신주 발달장애인협회(ARC)의 정책 제안 담당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에미는 9년 반 동안 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입양된 분이었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 관계자 면담 장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가족지원센터에서 하는 일은 주로 장애인(발달장애인, 신체장애인, 정신장애인)에게 태어날 때부터 21세 전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한 서비스는 장애아 출생 시 정보제공, 아동의 심각한 행동문제 지원, 가족의 스트레스 완화 및 휴식(Respite) 지원, 장애아동에 대한 장래계획, 서비스에 필요한 재정적인 도움 등이었다.

 

또한 장애 때문에 일어나는 가족의 문제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지원이 어려운 경우는 아동보호 기관이 관여하고 있었다. 모든 카운티에 가족지원센터가 있는 것은 아니며, 카운티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원하는데 아직 전국망은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사례관리사(Case manager)가 최대 30∼35명이기 때문에 보통 1년 이상 대기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가족지원센터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장애아동 출생 시 바로 다양한 정보를 주고 장애자녀의 장래계획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세워간다는 점, 그리고 21세 이상이 되면 발달장애인지원센터로 이관해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바로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서비스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장애아동 출생부터 아동과 가족에 대한 서비스를 함께 지원하고,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전환될 때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이관되도록 생애주기별 장애인 서비스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학교 졸업 이후 성인기에 접어든 장애인의 부모들이 자녀를 맡길 복지기관을 찾아 헤매거나 집에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발달장애인협회(ARC)

발달장애인협회(ARC)는 1941년 세 명의 부모가 시작해 한때는 위스콘신주에 지부가 100개 이상 5만 명의 회원이 있었다. 그러나 현 젊은 부모 세대는 발달장애인협회에 대한 필요성을 덜 인식해 현재는 25개 지부에 5천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최대의 위기를 겪었을 때 부모들이 협회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고 한다.

 

▲아크 관계자 면담 장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발달장애인협회가 하는 일은 주 정부나 주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장애인에 대한 정책수립에 필요한 압력을 행사하는 일인데, 독립성을 보장받기 위해 과거부터 주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카운티에서 주는 지원만 약간 받고 있었다.

 

협회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부모들 간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다. 협회에서는 13명의 장애인에 대한 법적인 후견인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장애인으로 보기보다는 동등한 사람으로 대하기를 희망한다고 하였다. 미국의 부모도 우리나라 부모처럼 자식이 인간답게 살기를 희망하는 마음은 똑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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