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생활 장려 원칙은 같으나 전체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
노약자에서 지난해 11월부터 발달장애인에게 확대해

밀워키 Family Care Program

 

위스콘신주 마지막 오후 일정은 밀워키였다. 매디슨에서 밀워키까지는 한 시간 반이 걸리는데 오전 인터뷰가 너무 길어져 점심도 건너뛰고 달려가야 했다. 그 누구보다 운전과 통역을 하시는 전현일 선생님께 너무나 죄송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

 

▲밀워키 관계자 면담장면.

 

위스콘신주가 운영하는 자기결정형 지역사회 활동지원 프로그램인 아이리스(IRIS)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밀워키의 패밀리케어 프로그램(Family Care Program)에 대해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아이리스와 패밀리케어 프로그램은 독립생활을 장려하고 양로원이나 시설에 가는 것을 방지한다는 원칙은 같다. 하지만 큰 차이점은 아이리스는 개인에 필요한 만큼의 예산을 지원하지만, 패밀리케어 프로그램은 전체예산 범위 내에서 지역사회 서비스 기관과의 계약을 통해 개인에게 지원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예를 하나 살펴보자. 밀워키 주변의 한 카운티는 패밀리케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장애인이 약 7,000명이며, 프로그램 총예산은 연간 2억 5천만 달러에 25개의 유니티(서비스기관)가 계약을 맺고 있다. 패밀리케어를 하기 위해 장애인 1인당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한 팀(40명을 담당)을 이루어 가족과 당사자를 직접 만나 케어 및 서비스 계획을 세우는데 한 유니트에 최소 50명에서 최대 400명으로 팀이 구성되어 있다.

 

또한 사회복지사와 간호사팀 위에 전문가(정신과 의사 등)가 있어 슈퍼비전을 주고 있으며, 서비스기관이 1,000개 이상이다. 서비스에 대한 계획을 세우다가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는 당사자나 후견인 또는 가족이 제기하는 이의를 처리하는 청문회 절차도 있다.

 

패밀리케어서비스 멤버(지원대상자)가 되면 패밀리케어 매니지먼트에서 정한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고, 자기결정에 의한 서비스(IRIS)를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기결정에 의한 서비스(IRIS)는 만약 100달러가 본인이 쓸 수 있는 서비스 비용이라면 쓸 곳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본인이 자기결정에 의한 서비스를 행사하겠다고 하면 특정한 서비스의 예산이 얼마나 있는지, 어느 정도 독립해서 생활이 가능한지, 에이전시로 가서 에이전시와 공동 고용주가 되어 비용을 협의하고 서비스제공자로 누구를 쓸지를 결정하게 되고, 에이전시는 고용된 사람에게 얼마를 줄지 결정한다.

 

만약 장애인 본인이 결정하고 재정까지 담당하고 싶다면 정부에 보고하고 세금까지 직접 내야하고, 고용인에 대한 최소 임금을 결정할 수 있으며 또한 누구에게 얼마를 쓸지를 결정하게 된다. 고용인은 자기가 아는 사람을 희망하고, 하는 일은 대부분 청소나 목욕할 때 도움을 받는다. 현황에 따르면 현재 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인의 40%가 자기결정에 의한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다.

 

만약 발달장애인이 돈이 많으면 자기 스스로 서비스를 살 수도 있고, 신탁에 넣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돈은 재산에 안 들어간다. 자기 결정에 의한 서비스와 에이전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중복해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결정을 할 수 없는 것은 서비스를 받게 해주는 기관과 여러 명이 동시에 받고 있는 서비스 등 두 가지 경우이다. 예를 들어 그룹홈을 이용할 때 헬퍼를 쓸 수 있는데 다른 사람과 같이 쓰고 있으므로 그 헬퍼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패밀리케어 프로그램은 원래 노약자에게만 시행했는데 작년 11월부터 발달장애인에게도 시작했고, 현재 전체 발달장애인 가운데 10% 정도가 이용하고 있고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이 카운티 외에 밀워키에는 페밀케어를 제공하는 기관이 한 군데 더 있으며, 위스콘신주의 패밀리케어 매니지먼트 서비스는 9개 권역으로 나누어져서 운영되고 이외에 사설기관 2개를 포함해서 총 12개가 있다고 한다.

 

▲밀워키의 예술관.

 

특히 밀워키에는 패밀리케어 프로그램을 위해 전문가들(밀워키 카운티 책임자, 독립생활센터 운영자, 25개 유니트의 사회복지사, 슈퍼바이저, P&A 종사자 등)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다. 이들은 25개 유니트의 관리가 잘되고 있는지, 그 기관에서 자기결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운영을 잘하고, 서비스이용자들의 자기결정을 도울 것인지에 대한 핸드북을 제작하고, 계약 기관에서 사회복지사의 지침서 배포하는 일 등 다양한 세부적인 것들을 논의하고 지원해 주고 있었다.

 

주정부에서 패밀리케어 예산을 책정하면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급여액과 서비스가 정해지기 때문에 서비스를 늘리거나 줄이는 것과 같은 변경이 불가능하지만, 지금은 서비스 지원을 보다 더 융통성 있게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즉 예전의 시스템은 총액이 결정되면, 개인마다 사용할 수 있는 총액이 결정돼 100명이 정해지면 100명만 서비스를 해주기 때문에 대기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마다 서비스를 받도록 예산조율이 가능하므로 대기자가 없고 모두 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서비스의 전달과정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에게는 포스터를 통해 Yes/No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의 자기결정을 돕기 위해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아 논의하며 다양한 자기결정 핸드북을 제작해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위스콘신주의 모든 일정을 마친 다음날 캘리포니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겨우 고양이 세수만 하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4일간 운전과 통역에 고생이 많으셨던 전현일 선생님과 우리와 함께 하신 승선생님의 긴 작별을 뒤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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