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유아 대부분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교육부 지원 못 받아
‘조건 갖춘 어린이집 특수교육 기관으로 인정’하는 특수교육법 개정안 제시

장애영유아 보육・교육 정상화를 위한 추진연대(아래 장보연)가 "의무교육 대상인 장애유아 대다수가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다"라며 "특수교육법 제2조 제10호에 일정한 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을 유치원에 준하는 특수교육 기관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보연은 이러한 내용을 담아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이 대표발의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 개정안’과 관련한 공청회를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했다.

정부는 2012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어린이에게 공평한 교육과 보육 기회 보장을 위해 표준 교육 내용인 ‘누리과정’을 시행해왔다. 즉, 어린이집 표준보육 과정과 유치원 교육과정을 통합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구분 없이 영유아를 대상으로 같은 내용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보연 측은 “유아 보육・교육정책에서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어린이집을 담당하고 교육부는 유치원을 맡으면서 여전히 뚜렷한 경계를 짓고 있다”라며 “특히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장애유아는 의무교육을 받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특수교육법에서 규정한 교육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유아 의무교육 정상화는 특수교육법에서 출발해야 한다”라며 장애유아 의무교육에서 드러나는 문제와 함께 이를 개선하기 위한 특수교육법 개정안을 소개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현행 법률과 장보연이 제시한 개정안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현행 법률과 장보연이 제시한 개정안
 

- “장애영유아 70~80%는 실질적으로 의무교육 받지 못해”

이날 특수교육법 개정안에 관해 설명한 엄선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특수교육 기관의 절대적 부족으로 장애유아 70~80% 정도가 실질적으로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2018년 특수교육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유치원에서 특수교육을 받는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2018년 4월 1일 기준으로 총 5,630명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서 유아단계 특수교육활성화를 위해 통합유치원을 2017년 1개에서 2022년 17개로, 유치원 특수학급을 2017년 731개에서 2022년 1,131개로 확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엄선희 변호사는 “2022년이 될 때까지 수십만 명의 장애유아는 실질적인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고 결정적인 발달 시기에 방치될 것”이라며 “지금의 법과 제도가 유지되면 20년이 지나도 특수교육 기관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특수교육법 제19조 제2항에 일정한 조건 갖춘 어린이집, 특수교육 기관으로 인정해야

이어 “어린이집을 특수교육 기관으로 보지 않으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의무교육에 대해 특수교육법 제19조 제2항 단서에서 ‘간주’ 조항 형태로만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간주’는 본질이 다른 것을 일정한 법률상 취급에 있어 같은 효과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수교육법 제19조 제2항은 만 3세부터 5세까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정한 조건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엔 유치원 과정의 의무교육을 받는 것으로 간주한다. 특수교육법 제정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만 3세 이상 취학 전 장애유아 가운데 유치원보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장애유아가 훨씬 더 많은 현실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선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장애 영유아 교육권 보장 실태 및 증진방안(2015)’ 보고서를 보면 왜 장애유아가 어린이집을 더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시 보고서를 보면 ‘집 근처에 장애 영유아를 위한 무상, 의무교육 기관이 확보되어 있다’ 항목에 대해 부모 응답자 54.4%가 ‘그렇지 않다’ 또는 ‘그저 그렇다’라고 응답하여 장애영유아를 위한 교육기관이 턱없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엄 변호사는 어린이집을 특수교육 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일정한 교육 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장애유아에 대해 의무교육을 받는 것으로 보는 현재 규정에 대해 ‘국가가 의무교육에 대한 책무를 다하지 않을 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어린이집 담당은 복지부로, 유치원 담당은 교육부로 나뉘어 있어 어린이집을 이용해 의무교육을 받는 것으로 간주하는 장애유아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지원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교육부는 특수교사 수급 문제에 손을 놓고 있어 피해가 장애유아와 보호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특수교육법 제2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유치원 과정은 한 학급당 최대 4명의 장애아동을 배치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있는 장애유아들은 이러한 설치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는 특수교사 법정 인원과도 연결되는데 어린이집에 있는 장애유아들은 이 기준을 적용받지 않기에 결국 열악한 장애유아 의무교육 현실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엄 변호사는 “특수교사 수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교육부가 제시한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2022년이 되어도 상당수 장애유아는 제대로 된 의무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현행법상 의무교육 대상인 장애유아가 이용하는 어린이집은 특수교육기관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부로부터 유치원과 동등한 수준의 교육지원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장보연 측은 어린이집을 이용할 때 유치원 의무교육을 받는 것으로 간주하는 현재의 제19조 제2항 단서 조항을 삭제하고, 제2조 제10조에 장애유아가 어린이집을 다니는 경우 유치원과 동일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일정한 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을 유치원에 준하는 특수교육 기관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장보연은 “어린이집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상 교육기관에 해당하므로 특수교육 기관에 포함시키는 것이 법체계 정당성의 원리에 반하지 않는다”면서 “개정을 통해 의무교육 대상인 장애유아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의무교육을 받은 것으로 ‘간주’만 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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