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빌리엘리어트

▲'Angry Dance'.ⓒ워킹 타이틀
"지금 뭐하는 거예요?"

"질서유지."

"질서유지는 무슨…. 아무 일도 없구만."

"우리가 있어서 아무 일도 없는 거야."

영국 북동부 작은 탄광촌 이징턴. 광부들은 광산 국유화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한다. 내 집, 네 집의 구분 없이 공동체를 형성하며 사는 탄광촌 사람들. 이곳의 아이들은 남자는 권투, 여자는 발레를 배우며 자라고, 어른들의 시위를 놀이처럼 여기며 시위현장을 누빈다. 

엄마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이미 삶의 그늘이 드리워진 11살 소년의 빌리 역시 마을 어른들이 투쟁현장으로 빠져나간 뒤 어김없이 권투장으로 향한다. 도무지 왜 권투를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빌리는 윌킨슨 선생에게 열쇠를 건네주라는 부탁으로 자신의 운명인 발레와 만나게 된다.

연출을 맡은 스티븐 달드리는 빌리가 발레를 배우는 과정을 경찰과 광부가 대치한 상황과 결합해 완성한다. 아무 일도 없는데 질서유지를 하겠다고 이상한 동작을 반복하는 경찰들. 그들이 에워싼 발레교습소 반대편에는 광부들이 대치하고 있다.

경찰들의 진압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발레수업이 진행된다. 광부, 경찰, 빌리 저마다의 춤이 서로 교차하며 빌리가 발레 기술인 피루엣을 처음으로 완성시키는 'Solidarity'는 시대에 얽힌 개인운명을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광부들의 투쟁이 가속화될수록 빌리는 서서히 발레리노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이제는 춤과 분리될 수 없는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로얄 발레스쿨 오디션을 보기로 윌킨슨 선생과 약속한 날 마을은 경찰에 완전히 둘러싸이고 형 토니는 경찰로부터 상처를 입는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투쟁 상황과 가족의 반대가 맞물려 오디션장으로 떠날 수 없게 된 빌리는 '춤 쳐 이 등신새끼야'라고 세상을 향해 절규하며 격정적으로 탭을 밟는다. 

빌리의 꿈을 가로막는 대상이 가족이 아니라 경찰로 뒤바꿔 표현되는 'Angry Dance'는 더는 춤을 출 수 없게된 소년의 분노를 격정적으로 그려낸다. 경찰들은 방패로 위협하며 어린 소년을 제압하려 하지만, 그들을 향해 끊임없이 돌진하는 빌리의 춤은 극 전체를 압도하는 에너지를 거침없이 내뿜는다.

"당신들은 이미 진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거라구요. 엘리어트씨."

 

▲뮤지컬 빌리엘리어트  'Electricity' 장면. ⓒ매지스텔라

파업이 길어지면서 서서히 지쳐가는 광부들과 춤을 포기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여전히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빌리. 그들이 맞는 크리스마스는 우울하고 쓸쓸하다. 우연히 춤추는 빌리를 보게 된 아버지 재키는 이미 패색이 드리워진 이 마을의 운명과는 달리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빌리의 미래를 본다. 결국, 재키는 아들의 꿈을 위해 노조를 배신하고 일터로 향하고, 형 토니는 고작 개인의 꿈을 위해 우리 모두의 꿈을 버릴 수 없다며 분노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빌리의 꿈을 위해 연대한다.  "이걸받아. 자 이것도." 마을 사람들이 빌리에게 50펜스짜리 동전을 하나씩 건네며 소년에게 꿈을 이룰 거라고 격려한다. 이들은 한 개인의 꿈을 마을 전체의 희망으로 바꾸어놓는다.  

하지만, 빌리가 로얄 발레스쿨 합격 통지서를 받는 날 파업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윌킨스 선생 역시 이 동네는 이제 희망이 없으니 뒤돌아보지 말고 나아가라며 빌리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한다. 

비록 싸움에서 패한 채 시대 뒤편으로 사라지지만, 광부들은 '가슴 펴고 당당하게 함께 하나 되어 나가세. 저 땅은 차고 어두워도 걸음 맞춰 함께 나가세'라고 노래한다. 갱도로 내려가는 광부들과 마을을 떠나는 빌리를 그리고 있는 '원스 위 웨어 킹스(Once We Were Kings)'는 광부들의 모자로부터 밝혀진 불빛이 이 마을의 꿈을 안고 떠나는 빌리를 향해 모이며 장관을 이룬다.

일류 발레리노가 되어 성장한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영화와 달리 뮤지컬 빌리엘리어트는 몰락의 운명의 마을을 뒤로하고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비록 시대 뒤편으로 사라졌지만, 제 꿈을 밝혀주었던 광부들의 불빛을 안고 빌리는 춤을 통해 제 인생을 걸어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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