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의 인권과 권리 지켜줄 방안 마련해야
부모 또한 특수교육법, 장차법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

장애학생의 인권과 기본권을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인가?

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아래 서울부모회)에서 2009년과 2010년 두 해 동안 상담을 통해 장애학생들의 학교생활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살펴보면 장애학생에 대한 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민원이나 상담을 진행하면서 정리한 내용을 보면 교실에서 벌어지는 폭행과 학교 내 화장실이나 운동장 등에서 벌어지는 폭행의 수준이 점차 집단화되고 있다. 폭력의 유형을 보면 학생들에 의해 벌어지는 것과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에 의해 벌어지는 사례도 있어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심각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소수이지만 교사에 의해 벌어지는 폭행은 일반 학생들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겠다. 화장실 변기에 과자나 먹을 것을 빠뜨리고 그것을 건져 먹게 하는 일이나, 장애학생에게 다른 학생을 때리게 시키고 그것을 하지 않을 경우 보복성 폭행이 이어지는 행위는 단순하게 괴롭히는 수준을 넘어 장애학생에게 폭력을 가르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장애학생 폭력에 대한 사례>

내용

건수

퍼센트(%)

또래폭력(괴롭힘, 구타) 성폭력(추행)

28

26%

교사와의 갈등, 폭력, 방임

32

29%

학교 전학, 진학에 관한 건

10

9%

특수학급 설치에 관한 건

11

10%

특수교육보조원 배치에 관한 건

8

7%

장애아이 양육에 관한 건

11

10%

장애등록에 관한 건

4

4%

성인장애인에 관한 건

2

1%

기타

4

4%

 

장애를 보는 관점의 차이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괴롭힘의 정도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를 예방하거나 방지하기 위한 방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언급할 이유가 없다는 식이고,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무마하는 방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근본적인 대비를 하기 위한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벌어진 일에 대해서 가급적이면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한다.

 

또한 교사와 학교, 그리고 교육청이 피해자 중심으로 고민하고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위신과 교사의 체면, 그리고 ‘교육마피아’라고 표현되는 집단주의를 중시하는 경향이 아직도 짙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장애학생에 대한 폭력이나 폭행 문제가 단순하게 장애와 비장애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장애학생에 의한 장애학생 폭력도 일어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경우 대부분 비장애 학생들의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판단과 인지능력이 부족한 장애학생들에게 폭력을 가르치는 가장 좋지 않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이것이 더 큰 문제라 하겠다.

서울부모회 가족지원센터에서 장애아동 관련 상담을 맡고 있는 박문희 소장을 만나봤다.

 

▲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박문희 가족지원센터 소장. ⓒ최석윤
▶가족지원센터의 역할이 어떤 것이고 주로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장애인 가족의 양육 교육상담 및 사례관리사업과 장애이해 장애인식개선 홍보사업, 가족역량강화사업, 지역사회 협력사업, 장애인가족 휴식(문화여가)지원 사업 등 장애인가족의 힘이 되어주는 역할입니다.

 

▶장애아 부모들이 주로 상담하는 내용은 무엇입니까?

장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양육 상담과 학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학교폭력, 차별, 선생님 학생과의 갈등, 등 교육상담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폭행사건이 벌어지면 부모들의 대응은 대체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보통 큰 일이 아니면 덮어두거나 부모님 혼자 속상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건의 위험 수위가 도를 넘어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채 감정싸움만 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부모님들 대부분은 학교를 상대로 혹은 선생님을 상대하기엔 벅차고 힘든 부분이 많아 부모님 혼자 대응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장애학생 폭행사건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결여되어 있고, 성적 위주의 교육이 옆을 돌아볼 겨를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교육 현실 때문이라고 봅니다. 학교현장에서 보면 여전히 장애 학생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교육부나 교육청은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 이전과 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지 않습니다. 특수교육법이 제정돼 있음에도 인적·물적 지원은 강구하지 않고 여전히 물리적인 통합만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는 그나마 조금 나은 정도이고, 특수학급이 없는 일반학교에서의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정도는 바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괴롭힘은 기본이고, 크고 작은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방임과 방치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부모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갖고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얼마만큼 대응해야 할지도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학교 안에서 적용되는 장애인등의 특수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은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합니다.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권리를 찾고자 힘써야 합니다. 또 알고는 있으나 실행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내 아이의 권리를 보장해 주지 못하므로 그 누구도 아닌 내가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폭행사건이 벌어지면 학교에서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요?

학교에서는 별일 아닌 듯이 처리하기가 십상입니다. 선생님들 대부분은 부모님이 문제 삼지 않기를 유도합니다. 그러다 실패하면 그때 가서야 중재에 나서죠. 그러나 문제의 본질과 책임 소재를 주로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 때문에 학교는 책임소재로부터 벗어나버립니다.

 

이렇기 때문에 정작 학교 내에서의 문제는 장애 학생이 관련된 폭력사건이 발생해도 교사들은 자리 지키기에 급급해 학생의 입장에 서서 사건을 처벌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가해 학생을 징계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료하거나, 부모 간에 합의만 종용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의 소극적인 태도가 학교 폭력을 더 부추기는 건 아닐는지요. 

 

▶장애학생의 폭행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들이 필요한가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하나는 지속적인 장애이해교육을 통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장애학생을 직접 지원해 갈 수 있는 일종의 지원센터, 혹은 상담센터의 운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발생되는 폭력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인명·인권 경시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피해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 물리력을 동원하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장애가 있는 학생의 인권의 중요성과 장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의 강화, 그리고 장애학생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수교육법상 장애대학생을 위한 지원센터의 운영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전 교육과정으로 확대해 장애이해교육, 상담, 인권보호 등 다양한 지원과 교육을 수행하는 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현재도 학교에서 장애이해교육을 하고 있지만, 형식에 지나지 않고 있어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장애학생과 관련한 사고가 생기면 장애를 이유로 부모와 장애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장애학생을 보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는 식으로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사고나 문제가 발생한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센터가 운영된다면 지금보다 나아진 학교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장애 학생을 위한 지원은 행정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인식의 문제다.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학교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왜 그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해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단지 예산의 문제로 접근을 한다면 행정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제자리를 맴돌고 말 것이다.

 

변죽만 울리다 마는 것이 장애당사자나 그 부모들의 가슴에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알아야 한다. 장애라는 것이 단지 불편한 것일 뿐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로만 이해하는 척, 다 알고 있는 척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그런 정책으로 충분하게 상처받고 힘들어 하며 지내왔다. 이제 혁신을 이야기하는 진보교육감 시대에 장애학생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을 할 것인지, 어떤 혁신 방안이 마련되고 있는지, 어떻게 실천을 할 것인지에 대해 장애아 부모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혁신교육과 책임교육의 틀 안에서 교육청(교육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장애학생에 대한 폭력을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지 정책으로 말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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