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문화예술예산 중 장애인 부문은 1% 남짓
한국장애인미술협회, '장애인미술교육 활성화' 세미나
![]() ▲한국장애인미술협회가 21일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미술교육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
최근 공교육에서 예술교육이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들려온다. 입시위주 교육에서 예술교육은 입시교육에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예술교육 자체의 시수 부족과 전문 강사 부재 문제는 사교육에 대한 의존을 높이고 결과물 중심의 기능교육으로 전락하는 양상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러한 양상은 아동에게 적절한 미술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장애 요소가 되며 특히 장애아동에게는 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장애의 유형과 개별 아동의 인지, 신체, 감성, 사회성을 반영한 미술활동이 이뤄지기엔 열악한 현실. 성인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예술교육이 재활과 직업교육에 초점 맞춰져 있지 개인의 감성적 성장을 지지하는 미술교육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장애인 미술교육 활성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미술장애인협회가 21일 늦은 3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미술창작활동 및 교육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전병태 연구원은 먼저 장애예술인 지원 현황을 소개하고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전 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0년 현재 문화체육관광부(81억여 원)를 포함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16억여 원), 지역의 문화재단(2~3천만 원)이 장애인 문화복지 증진을 위해 지원을 하고 있으나, 미미한 수준. 이는 전체 문화예술 예산 중 0.5~1%에 불과하다.
이에 전 연구원은 장애인문화예술 부문 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연구원은 “장애인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이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는 문화예술진흥법 제15조의 2항을 의무사항으로 개정하고 4~5% 정도로 장애예술인 재정지원 의무 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 연구원은 △맞춤형 멘토 교육 △장애인예술단체 사회적 기업 지정 △공모전 지원 △접근성이 편리한 장애인 전용 공연장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 연구원은 “현재 서울시가 한강의 노들섬에 ‘한강예술섬’ 계획을 검토 중인데 이곳에 장애인 아트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며 이곳이 안된다면 대학로에 소극장을 보수해 장애인전용 공연아트센터를 만들 계획이 있다”라며 “앞으로 서울 외에 광역시 차원에서도 장애인 전용 아트센터가 건립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백령 연구원은 현재 협회차원에서 추진 중인 미술교재 작업과정을 소개하고 장애인미술강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 연구원은 “미술강사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취업기회를 확대해야 하며, 시범사업을 통해 장애인 강사에게 교육기회와 함께 강의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 뒤에는 여러 가지 제언이 이어졌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미술협회 김영빈 이사는 충북 단양의 황정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강사로 일했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한국장애인미술대전 작품규격이 커서 손을 위로 올릴 수 없는 장애인에게 작은 규격으로 그림을 그리게 해 두 개를 붙여 출품한 적이 있다”면서 “장애 유형 및 상태에 적합한 개별지도와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이에 덧붙여 “장애인 화가들도 무조건 자기 작품을 이해해달라 말하지 말고 기초를 충실히 익혀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창조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을과복지연구소 권지훈 대표는 한국장애인미술협회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권 대표는 “장애인 문화활동은 대부분 ‘치료’ 개념으로만 접근하고 있는데 문화복지권, 문화향유권 개념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조사연구, 홍보, 교육훈련, 조직화, 법제화 등을 협회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성공적으로 장애인 미술교육이 진행된 현장 사례도 발표되었다. 첫 번째로 소개된 현장은 경기도 광주에 있는 영은미술관. 영은미술관은 2009년과 2010년에 특수학교와 연계해 미술교육을 실시했다. 미술관 입주작가가 지적 장애아동에게 미술교육과 도예교육을 하고, 비장애 아동과 통합미술교육을 시행했다.
영은미술관 이지민 학예연구원은 “장애아동 미술교육을 기획할 때 대부분의 미술관이 수준과 프로그램의 구성을 어떻게 낮춰야 하나를 고민하던데 세 번의 프로그램을 실시해 본 결과 비장애 아동과 똑같은 프로그램을 시행해도 장애아동이 따라오는데 무리가 없었다”라며 “섣부른 선입견으로 장애학생에 대한 미술교육을 꺼리지 말고 많이 확산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사례로 소개된 것은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가 실시하는 ‘우리들의눈’이라는 시각 장애아동 미술교육프로그램.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는 현재 서울맹학교, 한빛맹학교 등에서 미술 외에 사진, 찰흙, 요리, 코끼리 만지기 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들의눈 고주경 부대표는 “시각장애의 특성상 움직임의 폭이 작은데 3년여의 워크숍 기간에 걸쳐 자신만의 방식을 강사와 찾아내 성장해 나간 학생들을 보니 기뻤다”라고 소감을 밝히고 “앞으로도 학생들이 시각장애인이라서 무엇을 할 수 없다는 선입견을 깨고 예술적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찾아 나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구필 화가 김영수 씨, 뇌병변장애인 화가 김재호 씨 등 장애인예술가들이 참여해 미술교육 활성화에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장애를 내 삶의 전면으로 받아들이게 됐으며, 나의 삶을 말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 ▲영은 미술관이 실시한 지적장애아동 미술교육 © 영은미술관 |
![]() ©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 |
![]()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가 실시한 사진교육(위)과 코끼리 만지기 체험행사 ©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