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투표용지 도입에 입법조사처, 선거에 영향 준다는 연구 결과 제시
피플퍼스트 “누구나 국민의 기본적 권리 누릴 수 있도록 그림투표용지 도입해야”

그림투표용지 도입에 관한 입법조사처의 해외연구 사례에 관해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단체인 한국피플퍼스트 측은 사실상 ‘그림투표용지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으로 해석하고 비판에 나섰다.
최근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그림투표용지 도입에 관한 질의에 입법조사처는 그림투표용지 도입이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세 가지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후보자 사진 유무에 따라 좌우되는 선거 당락 △홍보물보다 투표용지에서 두드러지는 후보자의 매력 △인종을 나눠 투표하는 경향 등에 대해 밝혔다.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수전 반두치는 영국 정부가 추진한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지역공동체 위원 선거를 연구한 결과, 투표용지에 인쇄된 후보자 사진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당선 확률이 높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양상은 후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선거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즈와 셰퍼드의 모의선거에서 홍보물과 투표용지에 후보자 사진이 병기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 분석한 결과도 제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홍보물의 사진자료는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던 반면, 투표용지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투표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효과는 남성 대 여성 후보 간의 대결 구도에서 뚜렷이 나타났고, 정치관심이 적고 투표의향이 낮은 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몰러와 콘로이크루츠가 우간다를 사례로 투표용지의 후보자 사진이 투표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인종에 대한 인식을 촉발해서 유권자로 하여금 인종에 따른 투표 성향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 “누구나 국민의 기본적 권리 누릴 수 있도록 그림투표용지 도입해야”
한국피플퍼스트 지원단체 조력자는 입법조사처의 입장에 “선거 때 공보물이나 유세에 수많은 그림과 사진이 활용되는데 왜 투표용지에만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공보물에서 공약을 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후보자를 결정하고 투표하는 것인데, 그림투표용지로 유권자의 마음이 바뀐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해외에서는 문맹자·장애인·노인 등 글을 모르거나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그림이나 심벌, 색깔 등을 이용한 그림투표용지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과 로고 등을 투표용지에 포함한 나라는 대만, 영국, 터키, 이집트 등이다. 이 중 한자를 쓰는 대만은 쉽게 후보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투표용지 안에 후보자의 사진과 이름을 함께 표기하고 있고, 정당 비례대표 투표에는 정당 로고를 넣는다. 영국도 정당 로고를 투표용지 안에 함께 표시하고 있다. 문맹률이 높은 터키와 이집트는 후보자들의 사진과 정당의 로고를 투표용지에 함께 담고 있다.
중앙선관위의 선거연구 학술지 ‘선거연구 제2호-투표용지의 정치적 효과(문은영, 2012)’에 따르면 30개 국가에서 투표용지에 후보자 사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통령선거에도 22개국에서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국가에서 주로 사용됐는데 키프로스, 파푸아 뉴기니, 아이티 등이다. 아일랜드 공화국에서는 2001년부터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이 조력자는 “선거는 국민의 권리인데, 국민 중에는 글을 읽지 못하거나 쉽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 국민이 있다”며 “그림이나 색으로 더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만큼 국민의 권리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차이를 차별로 만들지 않는 그림투표용지 도입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