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체성 드러날 우려로 트랜스젠더 ‘3분의 1’이 투표 포기
“성별은 본인 확인 필수 정보 아냐, 개인정보 수집 과해”

21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성소수자들이 선거인명부 성별란을 삭제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과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아래 무지개행동)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인명부에서 남·여로 나눈 성별 표기는 트랜스젠더, 젠더 퀴어, 인터섹스 등의 투표참여를 가로막는다”라고 외쳤다.
선거인명부는 선거인 범위를 공증하고 부정투표를 막는 목적으로 작성하는 문서다. ‘공직선거법’ 제37조는 선거권자 성명·주소·성별 및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지개행동은 “선거인명부 성별정보 표시는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공개함으로써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라면서 “법적 성별과 사회적으로 인식하는 성별이 불일치하는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인터섹스 등은 참정권 행사에서 차별을 받는다”라고도 꼬집었다.
이어서 “현재 중앙선관위는 유권자에게 요구하는 신분증으로 성별을 표시하지 않은 학생증, 국가기관에서 발행한 자격증도 인정하고 있다”라면서 “성별이 본인 확인에 필수 정보가 아니라는 점에서 성별정보를 수집, 공개할 정당한 필요성이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한희 공익인권법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성별정체성이 드러날 우려로 트랜스젠더 3분의 1이 투표를 포기한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2006년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에서 트랜스젠더 33.3%가 투표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14년 인권위 조사에서도 33%가 포기했다고 응답했다. 2018년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라면서 “10여 년이 지나도록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참정권을 침해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푸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팀 활동가는 “한국은 지나치게 성별정보를 요구하는 나라다”라면서 “끊임없는 인증요구로부터 오는 스트레스, 성별에 관한 거짓말을 강요당할 때마다 받는 상처를 언제까지 감당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서 “투표권은 민주시민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이번 진정이 기본 권리인 투표권을 지켜내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종걸 무지개행동 활동가는 “29일 선거인명부 열람 및 이의제기일에 집단 이의제기를 했다. 하지만 다음날 관할 부서는 ‘해당 부서 소관이 아니다’라고 답했다”라면서 “이에 인권위 진정과 긴급구제 신청을 제기한다”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진정인 182명은 인권위에 중앙선관위원장과 국회의장, 각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선거인명부 성별 표시 삭제를 요구하는 진정 및 긴급구제 신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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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